정부, 바이오산업에 10년 내다볼 전략 마련하나

과기정통부, 공청회 통해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보완 바이오산업 육성 계획안도 좋지만, 투자 위축 사태 해결이 먼저 기술 및 평가 인력 육성 선행돼야 발전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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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바이오기술’ 전략 수립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제4차 생명공학 육성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 발표될 기본계획에는 ‘생명공학육성법’ 제5조에 근거해 15개 부·처·청이 참여해 수립하는 바이오·생명공학 분야 연구개발(R&D) 최상위 전략이 담겼으며 특별히 4차 기본계획에는 향후 10년간 정책 방향이 담길 예정이다.

바이보 분야는 2020년 기준 R&D 예산 약 41,000억원으로 전체 투자액 중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가 R&D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7월부터 각 부처 추천을 받아 민간 전문가 90여 명으로 관련 기획위원회를 구성·운영해왔다. 이들을 통해 산···병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마련된 기본계획에는 바이오 기술이 경제·사회·안보·산업으로 확장되는 시대를 맞아 추진 전략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R&D 혁신 ▲산업 생태계 활성화 ▲지속 성장을 위한 R&D 기반 구축 등으로 글로벌 바이오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바이오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려면 바이오와 디지털 기술 등의 융합이 필요하다”며 “국내 전문가들과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전략을 잘 마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역시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보완할 것이며 연내 생명공학정책심의회의 심의를 통해 기본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산업과 중소기업 경쟁은 국가적 손해

정부에서 바이오산업의 10년을 내다보고 국가 전략을 수립하는 등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 투자 시장에서는 국내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가 얼어붙고 있다. 상장 바이오텍의 기업 가치는 낮아지고 있으며, IPO(기업공개)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아가 신약 개발 리스크가 큰 상황인 만큼 비상장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는 어려워졌다.

물론 증권사의 입장은 다르다. A 증권사의 바이오투자 담당 임원은 “바이오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아직은 바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바닥에서 투자할 경우 기업이 회생 불능상태에 빠질 수 있어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분석했다. 다들 어렵다고 생각할 때 투자를 늘리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속절없이 하락하던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최근엔 횡보하고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의 바이오기업 투자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주가 상승을 위한 바닥다지기인지 주가 하락 전 나타나는 전조증상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VC(벤처캐피탈)의 신약 개발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러한 옥석 가리기에 동의하나,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의 관망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R&D(연구개발) 과제를 수주한 바이오텍은 최소한의 검증이 된 기업”이라며 “정부에서 이들 기업을 계속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신약 개발 바이오텍이 투자금을 받지 못하면 결국 매출을 일으켜야 해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이는 국가적 손해로, 정부기관과 VC가 손잡아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VC 관계자는 “최근 펀드 결성이 어렵고 경제 자체가 침체되면서 투자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말하며 “확실히 잘 될 바이오텍에만 선별적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정말 강한 회사가 아니면 투자 유치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다수의 초기 바이오 스타트업 대표들은 하나같이 투자 유치가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데다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까지 줄어들면서 바이오 업계는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매출이 없는 바이오텍 줄도산 문제를 정부가 왜 수습해야 하냐고 묻지만, 국내 바이오 생태계가 무너질 경우 수많은 실직자들이 생기며 CDMO(위탁개발생산),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생태계도 위기에 다다를 수 있는 만큼 그저 관망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 바이오텍 CEO국내 바이오산업은 날갯짓을 펼치는 단계이므로 정부가 바이오텍이 비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술은 충분하지만, 평가 역량 부족

물론 바이오산업 종사자들도 인정하듯 우후죽순 생겨나는 관련 기업에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 한 전문가는 국내 바이오 투자환경이 다소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투자 금액과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 수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또 국내 바이오 기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익성과 매출액을 일정 부분 이상 보여줘야 하고, 코스닥에 상장을 해야 비약적으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장의 방법이 반드시 매출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평가 특례나 성장성 추천 등의 방법으로, 적자 기업이지만 특정 요건에 부합하면 상장이 가능하다.

1년에 코스닥에 상장되는 회사는 약 70~80개 기업이며, 이 중 4분의 1이 특례 상장이다. 2018년까지는 기술특례상장에 바이오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급감하기 시작해 올해는 4개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잇따른 임상시험 실패와 기술 이전한 약물의 반환 등이 이어지면서 심사 기준이 엄격해졌다고 분석했다.

즉 바이오기업의 입장에서는 전문 인력과 제대로 된 기술 및 의사소통 능력을 통해 회사 제품을 어필하고 기술을 강조해야 한다. 또 해당 기술과 기술의 상업성, 매출과의 연계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역량에 대한 통찰을 할 수 있는 평가 인력도 필요하다. 이처럼 바이오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기반을 다 갖추었을 때 공청회를 통한 전략들과 국가 추진안이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