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업계 성장세 둔화? OTT 이용 계속될 것”(2022 상반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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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상반기, OTT 업계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조현래, 이하 콘진원)은 「2022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를 19일 발간했다. 콘텐츠산업 11개 분야의 2022년 상반기 주요 동향을 분석한 자료로, 사업체 2,500개사 대상 실태조사 결과 및 149개 상장사 자료 분석을 통해 매출, 수출, 고용 등 주요 산업 규모를 추정했다.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약 66조 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수치다. 영화, 음악, 만화를 대표로 11개 분야 모두 상승세를 탄 가운데 전 산업 중 방송 매출액이 약 11조 14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콘텐츠 매출액의 16.4%를 차지했다. 이는 OTT 매출과 방송 제작사의 증가로 인한 상승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방송 수출액은 약 2억 8,162만 달러(5.1%)로 최고 수출액인 게임 약 36억 5,391만 달러(66.5%)와 13배 차이를 보였다. 방송 종사자 수는 5만 1,01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소폭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모태펀드/자펀드 투자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결성액의 77.7%(약 2조 3,276억 3,000만원)를 차지하고 있는 중점 분야의 증가(1.3%p) 요인은 ‘방송 OTT 영상 콘텐츠’ 분야의 결성액이 새롭게 조성된 까닭이다.

OTT의 등장과 함께 방송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팬데믹 시대 비대면 문화산업이 주류로 자리 잡으며 OTT 플랫폼이 각광받기 시작했고, 콘텐츠 시장이 전 세계와 연결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엔데믹 시대 도래와 함께 OTT 시장 성장세는 주춤한 상황이지만, 떠나는 이용자들을 잡기 위한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콘텐츠 수급을 위한 IP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지난 2021년 50여 건의 영상 판권을 판매한 카카오엔터는 올 상반기 <사내맞선> <어게인 마이 라이프> <징크스의 연인> 등 웹툰·웹소설 원작을 드라마화했다. 네이버 웹소설 <키스 식스 센스>는 디즈니+ 오리지널로 재탄생했고, 웹툰 <안나라수마나라>는 넷플릭스 뮤지컬 드라마로 제작됐다. 이처럼 웹툰, 웹소설은 지속적으로 OTT 오리지널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인기 드라마가 웹툰, 웹소설로 부활하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웹툰은 이제 영화, 드라마에 IP를 제공하는 걸 넘어 2차 제작자로 거듭날 수 있는 요인으로 자리했다. 웹툰 시장의 확장과 함께 각 매체의 팬을 유입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로 OTT 업계는 출판계와 함께 원천 IP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CJ ENM는 창작자들이 모여있는 블러썸 크리에이티브와 손잡고 IP 발굴 프로젝트 ‘언톨드 오리지널스(Untold Originals)’를 진행했다. 작가는 영상화를 염두에 둔 작품을 집필하고 소설 단행본 출간에 이어 영상 콘텐츠로 확장되는 시스템이다. 첫 작품은 배명훈의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이다. 왓챠 또한 프로덕션 겸 출판사 안전가옥과 손잡고 스토리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사진=콘진원

IP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이유 중 하나는 시리즈물의 인기다. 최근 개봉된 영화를 살펴보면 <아바타: 물의 길> <범죄도시2> <탑건: 매버릭> <공조2: 인터내셔날> <마녀2> 등 후속작이 많다. <아바타: 물의 길>의 경우 개봉 첫 주 만에 240만 관객을 돌파했고, <범죄도시2>는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탑건: 매버릭>은 ‘탑친자’들의 열기로 누적 관객 수 817만 명을 기록했고, <공조2>는 누적 관객 수 698만 명에 달한다. 흥행 성적표를 받은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영화 개봉 전 전작이 OTT에서 흥행했다는 점이다.

웨이브(Wavve)에서는 <탑건> 시청시간이 후속작 개봉 전 3.3배 증가했다. <마녀> 또한 시즌2 개봉과 맞물려 2019년 9월 중순 시청시간 증가폭이 영화관 론칭 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더불어 <마녀2> 개봉 직전 전편 시청시간 이용자 수는 이전 달 대비 10배 증가했다. 개봉 영화의 VOD가 공개되면 또 한 번 파급력을 발휘해 콘텐츠 생명을 연장시킨다. 이러한 추이를 볼 때 속편, 프랜차이즈 등 IP를 기반으로 한 영화, 시리즈물 제작은 계속될 전망이다.

제작사는 IP 확보 사례를 통해 중요성을 인식했다. 지난 6월 29일 공개 후 ‘국민 드라마’에 등극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만든 제작사 에이스토리 작품이다. 에이스토리는 앞서 <킹덤>을 제작하며 모든 권리를 넷플릭스에 넘겨 10% 수익 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우영우>는 저작권 100%를 보유하여 프리바이(pre-buy)로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국내 비독점 전송을 계약하고, 중국 제외 넷플릭스 온라인 독점 전송권을 판매했다. 방송은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ENA 계열 방송 전송을 계약했다. 최고 시청률 17.5%를 기록하며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린 <우영우>는 IP를 보유한 덕분에 미국에서 리메이크되며 동명 웹툰, 뮤지컬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통신업계가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SK와 LG유플러스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디즈니 IP로 경쟁을 펼쳤다. KT는 디즈니 굿즈를 활용해 마케팅을 펼쳤고, LG유플러스는 IPTV를 독점 계약하며 오프라인 매장 활용 디즈니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비대면 문화생활이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콘텐츠 이용 연령대가 상승했다. 지금까지 OTT 주 사용자는 20대였지만, 타 세대 이용이 증가하며 점차 변용 서비스화를 시도했다. OTT 이용자의 9~13%가 50대다. 중장년층의 간편결제 이용량도 늘면서 콘텐츠 다양화에 시선이 쏠렸다.

사진=에이스토리, 넷플릭스, 왓챠, 티빙

OTT는 콘텐츠 시장의 많은 것을 바꿔놨다. 그중 하나는 바로 미드폼 형태의 콘텐츠 제작의 활성화다. 20~30분 안팎의,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길이의 콘텐츠로 시청자들을 만족시킨 것. 속도감 있는 전개, 압축적인 스토리, 간결한 캐릭터 관계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유튜브를 포함한 OTT 콘텐츠는 기본 방송 드라마, 예능과 다르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드라마는 보통 16~24부작에서 OTT 시리즈물처럼 8~12부작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이는 OTT의 일상화에 따른 이용자 시청 패턴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더불어 비주류를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우영우>가 큰 사랑을 받았고, 성소수자 소재의 방송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공개된 왓챠 BL 드라마 <시맨틱 에러>는 박서함, 박재찬 신인 기용에도 신드롬급 열풍을 불러왔다. 이후 영화화, 굿즈 제작, 파생 콘텐츠 생산 등 다양한 파급 효과를 증명했다. 넷플릭스 <영로열스> <하트스토퍼> 등도 인기를 끌었고, 웨이브 오리지널 연애 예능 <남의 연애> <메리퀴어> 등에서는 성소수자의 연애를 조명하며 다양화를 시도했다.

엔데믹 시대의 도래로 OTT 시장의 성장이 둔화됐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해제 이후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오프라인 문화 소비 업종 카드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BC 카드 문화 소비 업종 매출 전년도 비교 결과, 작년 동기보다 102.5% 증가했다. 반면 OTT 업종의 지난 5월 매출 건수는 1년 전보다 2.8% 감소했다.

그러나 시장 전망은 그다지 어둡지 않다. OTT 시청 형태가 코로나19 시대 단기적 습관이 아닌 새로운 방송 시청 습관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즉, 성장세 둔화와 상관없이 시청자 수는 유의미하여 급격한 감소는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OTT 업계는 여전히 신규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웨이브는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부기나이트>, <어우동: 주인없는 꽃> 등을 드라마 시리즈 버전으로 독점 제공했다. 영화에 담지 못한 장면을 포함해 드라마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시도다. 이를 통해 영화계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시청자에게는 영화와 다른 드라마만의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

티빙(TVING)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졌다. 2022년 상반기 티빙 인기순위 1위는 이효리와 김태호 PD가 의기투합한 첫 작품 <서울 체크인>이다. 티빙 스테디셀러를 살펴봐도 1위 <술꾼도시여자들>, 3위 <유미의 세포들>, 4위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캠프>로 오리지널 콘텐츠가 강세다. 쿠팡플레이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확대했다. 지난 6월 공개한 <안나>는 18일 연속 차트 1위를 지켰으며, 6월 9일 일간 사용자 41만 명에서 7월 9일 기준 75만 명을 돌파하며 직접적으로 오리지널, 프랜차이즈 IP 전략의 효과를 증명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글로벌 OTT(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에서의 K-콘텐츠의 인기가 대단하다. 올 상반기에도 SBS 드라마 <사내맞선>이 넷플릭스 TV 쇼 부문 10위권에 진입했고, 일부 동남아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 밖에도 <갯마을 차차차>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멜로드라마가 글로벌 차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K-콘텐츠 위상이 전 세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관련 콘텐츠 소비 증가와 함께 신작 제작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K-콘텐츠의 인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개발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