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증권, ‘1세대 VC’ 다올인베스트먼트 2,000억 규모 매각 추진
다올투자증권, ‘1세대 VC’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 추진… 중장기 유동성 확보 목적 유진자산운용·우리금융지주 등 인수 후보로 지목, 대기업 인수전 참여 여부 주목 시장 반응은 긍정적, 매각 소식에 다올투자증권 관련주 줄줄이 주가 상승세
다올투자증권이 벤처캐피탈(VC) 계열사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을 추진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삼일PwC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 금융사 등 인수 후보자를 대상으로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거래 대상은 다올투자증권이 보유한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 52%이며, 매각 대상 지분의 희망가격은 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올투자증권이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중장기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불이행 사태로 인해 부동산 PF 자금 시장이 위축되고 그룹의 유동성이 위태로워지자, 핵심 자회사를 매각해 현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다올투자증권은 태국법인 ‘다올 타일랜드’의 1,000억원 규모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은 KTB네트워크다. 1981년 설립돼 국내에선 ‘1세대 VC’란 평가를 받았으며,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초기 투자자이기도 하다. 다올금융그룹은 현재 다올투자증권, 다올인베스트먼트, 다올저축은행, 다올자산운용 등을 보유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초기 투자 대성공 거둔 1세대 VC
다올인베스트먼트는 국내외 1200여개 벤처기업에 2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는 배달의민족(우아한 형제들)으로, 당시 23억원을 투자해 629억원을 회수하며 엄청난 차익을 거둔 바 있다. 이밖에 핀테크 플랫폼 업체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유전자 관련 연구개발업체인 툴젠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기술주, 바이오 관련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 달에는 투자를 단행했던 바이오메트릭스테크놀로지(BMT)가 차세대 항암제 ‘ID-Checker’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크게 뛰기도 했다. ID-Checker는 최소 24시간에서 최대 72시간의 단기간 안에 폐암, 유방암, 대장암, 췌장암 등의 암세포들을 사멸시키는 새로운 기술이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규모(AUM)는 약 1조1,745억원이며, 올해 말 AUM은 1조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 사업에서 스케일업 분야에 도전장을 낸 후 GP 자격을 따냈으며, 최근에는 2,613억원 규모의 ‘다올2022스케일업벤처조합'(이하 스케일업조합)과 435억원 규모의 ‘다올2022스타트업벤처조합'(이하 스타트업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단, 올해 실적은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3분기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누적 매출액은 2,169억원, 영업이익은 32억원이다. 작년 매출은 1,043억원, 영업이익은 774억원이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크게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시장 반응 긍정적, 다올 관련주 주가 급상승
다올인베스트 매각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알짜 VC가 매물로 등장하자 벌써부터 쟁쟁한 인수 후보자들이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금융지주, 유진금융그룹, 신영증권 등 국내 금융회사 및 국내 대기업 등이 인수 후보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1순위 인수 후보로 지목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성사한 이후 비금융 포트폴리오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다방면의 M&A를 검토해온 바 있다. 다올인베스트먼트에 대해선 2년 전인 2020년 이미 한 차례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유진그룹의 경우, 지난해 다올그룹에 다올저축은행(전 유진저축은행)을 1,58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최근 벤처 자회사 CVC를 설립해 벤처 부문을 강화하기 시작한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할지도 주목된다.
증시 투자자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 추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올 관련주의 주가가 줄줄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이날 오후 12시 기준 전장 대비 0.15% 상승했으며, 다올인베스트먼트는 9.76% 급등했다. 특히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이날 개장 직후 상한가 근처인 26%대까지 뛰었다가, 상승 폭이 점차 줄었다.
벤처캐피탈 매각, 이례적이지 않다
벤처캐피탈이 매각 절차를 밟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소프트뱅크의 대표 펀드인 비전펀드가 대규모 적자를 내며 회사가 흔들리자, 소프트뱅크 본사가 소프트뱅크벤처스 매각을 시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 떄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올 2분기에 3조 1,627억엔(약 30조 5,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중 91%가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한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외부 출자자의 자금으로 운용하는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의 자기자본 출자 비중이 커 막심한 손실을 떠안은 것이다.
소프츠뱅크벤처스 측은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지분 전량 매각을 위해 국내 대기업, 금융권과 적극적으로 접촉했다.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손태장 미슬토 회장(사진)이 2,000억에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들은 인수합병(M&A)을 위해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하고 실사 작업까지 진행했으나, 협상을 끝맺지 못하며 인수 건이 무산됐다.
금융지주사가 벤처캐피탈을 인수한 사례도 많다. 벤처캐피탈이 업계에서 쌓아온 그동안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펀드 조성 이력을 흡수하기 위함이다. BNK금융지주는 지난 2019년 유큐아이파트너스(현 BNK벤처투자)를 인수했고, 신한금융지주는 2020년 두산그룹 소속이었던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를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DGB금융지주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벤처캐피탈 업체 ‘수림창업투자’를 인수한 바 있다.
현재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의 가장 유력한 후보자는 유진자산운용과 우리금융지주다. 국내 대기업이 벤처 분야에 힘을 보태기 위해 추가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어떤 기업이 인수에 성공할 것인지, 1세대 VC 인수를 성공한 기업에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