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워치리스트 등재조차 불발, 금융위 제도 개선 나섰다
금융위, 외국인 투자등록제·상장주식 취득 한도제 폐지 움직임 2022 MSCI 관찰대상국 등재 불발, 선진국 지수 편입 빨라야 2025년 당장 반응 없지만 “제도 개편이나 변화 의지”는 긍정적
정부에서 외국인 투자등록제도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안은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혔던 만큼, 향후 지수 편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외국인 투자등록제 폐지 공식화”
28일 금융위원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릴레이 세미나’를 개최하고 외국인 투자등록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초안을 공개했다. 금융위에서 해당 제도의 개편 추진을 밝힌 바 있지만 폐지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 투자등록제도는 국내 증권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외국인이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로, 지난 1992년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투자를 허용한 이후 현재까지 약 30년 동안 유지되었다.
국내 투자자는 애플이나 테슬라 등의 해외 주식을 살 때 증권사를 통한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하지만,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입할 때는 사전에 계산 주체 명의로 인적 사항 등을 금융감독원에 등록해야 했다.
해당 제도는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불만을 토로했던 제도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투자 전략 노출을 우려해 외국인 투자등록제의 폐지를 꾸준히 요구했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외국인 투자등록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해당 제도가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외국인 국내 투자 허용 이후 자본시장 개방의 단계적 추진을 위해 외국인 투자 한도를 확대해 왔고, 지난 1998년 5월에는 공공적 법인 등을 제외한 상장법인 주식 취득 한도를 폐지했다. 또 외국인 증권거래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장외거래 허용대상을 확대하고 외국인 통합계좌도 도입했다.
여러 제도의 개편에도 불구하고 투자등록제의 유지가 지속되어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번 금융위 결정은 해외 투자자들의 불만을 일부 소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2 MSCI 관찰대상국 등재 불발, 선진국 지수 편입 위해 제도 개선 나선 정부
우리 정부는 당초부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지속해서 추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MSCI에서 공개한 ‘2022 시장분류 검토(Review List)’에도 우리나라 증시는 워치리스트(관찰대상국) 등재조차 불발되었다.
지난 4월에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뉴욕에서 MSCI 측과 만나 우리나라 증시의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 등재를 직접 요청했으나 올해 관찰대상국 등재에 실패하며, 내년 6월경 예정된 관찰대상국 발표를 다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MSCI 선진국 지수로의 편입을 위해서는 1년 이상 관찰대상국에 올라 승격 여부를 결정지어야 한다. MSCI를 비롯한 WGBI 등의 해외 투자은행은 우리나라의 시장규모와 유동성 측면은 기준이 충족되었으나 외국인 투자등록제도와 외환시장 접근성 부족, 지수 사용권 제한 등이 문제로 꾸준히 지적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이번에 등록제 폐지를 공식화하며 동시에 외국인의 상장주식 취득 한도 제한 역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래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등에서 국가기간산업 등 국민경제에 중요한 산업을 영위하는 일부 상장법인에 대해 외국인의 주식 취득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현재 유일한 공공적 법인으로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의 우리사주조합 이외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작년 말 기준 한국전력공사의 외국인 전체 취득 한도는 지분증권 총수의 40%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작년 말 기준 타 법에 근거해 외국인 취득 한도를 정하고 있는 법인은 KT 등 32개 사이며, 대한항공의 경우 우선주도 포함돼 해당 주식의 종목 수는 총 33개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를 폐지하기에 앞서 기간산업 보호 등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 외국자본 규제 공백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또 불투명한 배당 제도에 대한 개편도 추진할 전망이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배당금 규모를 시장에 먼저 알려 해당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투자자를 확정하고 배당 투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등록제도 폐지처럼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적극 검토할 것“이라 말했다.
당초 예상보다 해외투자자 반응 다소 시큰둥… “향후 긍정적 반응 있을 것”
지난 30일 증권가에 따르면 금융위의 외국인 투자등록제도의 폐지를 추진 발표에도 해외 투자자들이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드러냈다. 해외 투자자들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633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으며, 코스닥에서도 1159억원 어치를 사들이긴 했지만 눈에 띌 만한 정도의 수급 변화는 없었다.
이를 두고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 완화로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등록제도 폐지는 우리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 폐지에 따른 해외 한국 증시 유입원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30년이 묵은 제도 규제에 따른 실익과, 외국인 자금이 1조 달러 넘게 들어오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규제 완화는 다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 역시 “외국인 투자등록제도 폐지에 따른 외국인 수급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직 세부적인 방안이 발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가적인 세부 내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각에서 외국인 투자등록제 폐지 결정은 금융 당국이 외국인 주식 거래 동향을 아예 파악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외국인 개인별 투자 정보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 외국인 순매수와 순매도 등 전체 외국인 거래 정보는 한국거래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외국인의 시세 조종 등 불법 거래 행위를 의심할 만한 단서가 포착되면, 증권사에 해당 외국인의 투자 정보 요청과 열람이 가능하다 밝히며 논란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