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예산 13조5,205억원으로 확정한 중기부, 침체된 VC 시장 개선은 “글쎄…”
민·관 공동 벤처·스타트업 육성 분야 4조5,816원 배정한 반면, 증액 반영되지 않은 ‘모태펀드 3,135억원’ 산자위에서 증액 결정했으나 ‘예결위 파행’으로 무산돼 지난해 대비 ‘70% 이상’ 감소한 예산, 새정부 들어 달라진 기조 때문일지도
지난 24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13조5,205억원을 2023년도 예산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민·관 공동 벤처·스타트업 육성, 중소기업 스케일업과 혁신성장 추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신속한 회복과 새로운 도약이라는 3가지가 이번 예산안의 중점 투자 방향으로 설정됐다.
민·관 공동 벤처·스타트업 육성 분야에는 4조5,816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특히, 모태펀드 관련 예산은 3,135억원으로 5,200억원이었던 올해보다 40%가량 감소했다.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는 3,782억원이, 글로벌 대기업과 협업해서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에는 올해보다 늘어난 405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금융·수출지원, 중소기업 R&D, 공정거래 환경 정착을 위해 쓰일 중소기업 스케일업과 혁신성장 추진 부문의 예산은 4조6,784억원이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신속한 회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예산으로는 4조2,605억원이 배정됐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코로나19에 이은 3고 위기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혁신을 불어넣고, 빠른 경제회복을 위한 버팀목은 벤처·중소기업”이라며 “2023년도 예산이 어렵게 국회에서 확정된 만큼 연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사업공고를 추진하는 등 중기부 행정력을 총동원해 최대한 신속히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모태펀드 예산, 예결위 파행으로 증액 무산… 2021년 대비 70% 이상 감소
중기부가 설정한 모태펀드 예산은 일반적으로 벤처투자사(VC)들에게 배분된다. VC들은 이 금액과 자신들의 자금을 합쳐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이렇게 확장된 모태펀드의 규모가 스타트업 육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1월 15일, 국회와 중기부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가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기존 계획보다 1,000억원을 더한 4,135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시만 해도 모태펀드 예산 증액은 가능할 거라 여겨졌다. 산자위 소속 여야 위원들이 함께 제안한 사안이었고, 중기부 역시 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결산심의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며 중기부 예산 통과에도 문제가 생겼다. 결국 증액은 무산됐고, 내년의 모태펀드 예산은 기존 금액인 3,135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예산인 5,200억원보다 37.9%, 2차에 걸쳐 투입됐던 2021년 예산인 1조700억원보다 70%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이미 찬바람 부는 VC 시장, 정부 투자 감소가 악영향 미칠 수도
정부는 ‘민간주도 성장’을 국정 기조의 하나로 삼고, 운영과 자금 조달을 모두 민간이 담당하는 민간주도형 모태펀드를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영 장관도 모태펀드 규모 축소를 지적하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민간 주도의 (투자)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 대답한 바 있다.
그러나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계획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투자가 줄어든 부분을 민간이 대체하지 못할 거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현재 VC 시장이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정부 투자까지 줄어든다면, 시장 상황은 더 나빠질 거라는 입장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정부 투자의 감소가 스타트업 투자를 줄이라는 뜻으로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부, 벤처 투자보단 위기 대응과 신산업에 집중하기로 한 듯
정부는 벤처 투자보다는 경기 침체로 인한 위기 대응과 신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듯하다. 소상공인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자금은 정부안대로 3조원이 반영됐고, 소상공인 대환대출 프로그램에는 800억원의 예산이 추가 편성됐다.
10대 신산업·신기술 분야에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 기술 등이 있다. 정부는 이 분야의 스타트업을 2027년까지 5년 동안 집중적으로 발굴해 초격차 스타트업으로 길러낸다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도 발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정부와 민간의 자금을 합쳐 2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증액이 무산된 1,000억원은 딥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스케일업 팁스’ 사업의 ‘R&D 매칭펀드’를 조성하는 데 쓰일 금액이었다. 산자위는 딥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해 줄 필요성이 커짐과 동시에, VC 시장이 침체되면서 기존 매칭펀드를 조성하는 데 쓰이던 모태펀드 회수 재원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 등을 고려해 이번 증액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성장해야 국가가 성장할 수 있다”며,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VC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정부마저 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약속한 “적극 지원”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향후 시장의 활기를 되살릴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