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시엄스페이스에 5,000만 달러 투자한 보령, “미래 우주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확장 나선다”

액시엄 스페이스, NASA와 계약 체결한 민간 우주정거장 선도기업 세계 최초 상업용 우주 정거장 제작, 민간 우주여행 ‘액시엄1’ 등 주관하기도 제약회사 보령의 영향력과 정부의 개입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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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령

제약회사 보령이 21일 이사회를 열고, 세계 최초의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 선도 기업인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 Inc.)’에 5,000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령은 올해 초 “향후 다가오는 우주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주 헬스케어 관련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겠다”는 목표를 갖고 CIS(Care In Space)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에 지난 4월부터 액시엄, NASA, 하버드, MIT 등 우주 산업 내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우주 공간에서의 헬스케어 이슈를 탐색하고 사업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CIS Challenge’를 진행한 바 있다.

액시엄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 정거장인 액시엄 스테이션(Axiom Station)을 건설하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해체될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하기 위함이다. 액시엄 스테이션의 설립은 민간 주도 우주 개발 시대로의 전환에 중요한 사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액시엄은 지난 4월 기존 ISS 기반 최초의 민간인 우주비행 사업인 ‘Ax-1’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과학 연구와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ISS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들과도 우주인 사업을 계획하는 것은 물론, 미세중력 연구를 수행하는 국가들과 여러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보령의 투자는 ISS를 넘어 우주 산업의 새로운 무대가 될 민간우주정거장 사업을 지목하고 있다. 향후 우주 공간을 기반으로 CIS를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업 생태계를 확보하여, 우주에서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액시엄은 NASA를 비롯한 각 국가 및 기업들로부터 사업 수주를 통해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적 측면에서도 높은 투자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보령 관계자는 “이번 액시엄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향후 보령이 매년 개최할 글로벌 CIS Challenge와 더불어 새롭게 열리는 민간 중심의 우주 산업에서 선도적이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액시엄스페이스, 새로운 우주정거장 건설하는 스타트업

액시엄스페이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오랜 기간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그램에 관여했던 마이클 서프레디와 이란계 미국인 사업가 카말 가파리안이 2016년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현재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을 놓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 등과 경쟁 중이다. NASA는 2030년 퇴역할 국제우주정거장을 대체하기 위해 액시엄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액시엄의 핵심 과제는 2028년까지 새로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퇴역하는 400㎞ 상공의 국제우주정거장을 활용하여 새 모델로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2024년 9월 첫 민간 주거 모듈(액시엄 허브 원)을 발사하고, 2027년까지 3개의 추가 모듈을 발사할 계획이다. 모든 일정이 계획대로 완성되면 액시엄의 모듈은 민간 우주정거장의 중심 시설로 쓰인다. 우주인의 숙소는 물론 과학실험실, 신약 개발 등의 연구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사진=액시엄 홈페이지

2024년까지 우주호텔 짓는다… 민간 우주여행 ‘액시엄1’ 주관하기도

2020년, NASA는 ISS에 설치될 ‘우주호텔’ 제작사로 액시엄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번 제작사 선정은 2019년 민간 항공우주 기업 대상으로 진행한 ISS 상업화 아이디어 공모 결과 발표 이후 첫 계약이다.

액시엄은 2024년까지 우주호텔을 쏘아 올리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12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액시엄 측의 설명에 따르면 우주호텔은 모듈 형태로 제작돼 ISS에 연결된다. 우주호텔 내부에는 고속의 와이파이와 컴퓨터 화면이 제공되고, 객실 내 지구를 바라볼 수 있는 큰 창문도 설치된다. 엑시엄 관계자는 “우주 환경에 건설된 가장 큰 유리창이 달린 지구 전망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액시엄은 실제 억만장자들에게 우주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등 민간 우주정거장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기도 했다. 액시엄의 주관 아래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하고 돌아온 순수 민간인 4명으로 이루어진 우주여행팀, ‘액시엄1’이 그 사례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 건설 이후 처음 이뤄진 왕복 10일간의 민간 우주여행이다. 팀원들은 우주여행 비용으로 1인당 왕복 요금 5,500만 달러(680억원)와 하루 체류비용 3만5천 달러(4,400만원)씩을 지불했다. 그동안 민간인의 국제우주정거장 방문은 전문 우주비행사와 동행한 가운데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을 이용해 러시아 쪽 모듈에서만 이뤄져 왔다. 액시엄의 여행은 우주비행사가 동반하지 않는 첫 순수 민간인 여행이자, NASA의 주선으로 미국 모듈 쪽에서 진행된 첫 국제우주정거장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액시엄 측은 팀원들이 단순히 우주여행을 즐기는 것을 넘어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총 100시간에 걸쳐 위성 자가조립 기술, 우주기지 및 암 줄기세포 연구 등 25가지 실험을 수행하는 과학 임무를 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 우주비행사의 언급에 따르면, 억만장자 기업인들은 우주여행 동안 우주비행사들의 짐이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팀원들은 우주에 머무는 동안 NASA와 유럽우주국 소속 우주비행사 4명으로부터 긴밀한 도움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 ‘보령’, 우주 사업 시너지 낼 수 있을까… 정부의 개입은?

보령은 익히 알려진 제약 회사다. 1957년 종로에 위치한 보령약국의 창업으로부터 시작돼 2011년 국내 최초 ARB계열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개발하면서 현재까지 제약 업계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해오고 있다. 이렇듯 제약에 집중된 역사를 밟고 있는 보령이 우주 사업으로 확장 방향을 넓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보령은 우주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목표로 지난 4월 ‘CIS(Care in Space) Challenge’를 개최했다. ‘우주에서 아플 때 누가 병을 고칠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사업으로, 우주 상에서 발생할 헬스케어 관련 이슈를 탐색하고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게 사업의 요지다. 그러나 제약에 치중된 회사인만큼 우주 산업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편 우주 산업은 국내의 새로운 산업으로 관심을 불러 모은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올해 첫 국가우주위원회를 개최하고 경제 영토를 우주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면서다. 윤 대통령은 현재 세계 시장의 1% 미만에 불과한 국내 우주산업 규모를 2045년 최대 10%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이를 위해 2030년대까지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2045년에는 우주를 우리나라 10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출범한 우주항공청 추진단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이행하는 후속 조치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5년 내 달로 갈 수 있는 심(深)우주 발사체(로켓) 엔진을 독자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32년 달에 착륙해 자원을 채굴하고, 광복 100주년인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는 야심찬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처럼 정부가 우주 산업을 핵심 과업으로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보령은 물론 정부의 직·간접적인 개입이 함께한다면 의외의 확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새로운 사업 이슈로 올라선 우주 사업 분야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