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TV’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반면, ‘유튜브’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토종 동영상 서비스 판도라TV, ‘동영상 골리앗’ 유튜브에 밀려 단기 수익 집착한 ‘사업 전략상 오류’ 및 국내 기업에만 엄격한 ‘역차별 규제’ 등이 원인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무임승차 말라는 ‘통신사’, 해외서비스에도 갑질 시작돼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판도라TV’가 내년 1월 말 서비스 종료 소식을 알리며 출시 18년 만에 문 닫는다. 판도라TV는 2008년 유튜브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까지 순방문자 수 국내 1위를 지키던 영상 플랫폼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한국 시장 진출 2년 만에 1위로 올라섰으며 ‘동영상 골리앗’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판도라TV의 입지가 작아졌다.
판도라TV는 공지를 통해 지난 수년간 지속된 수익성 악화로 더 이상 운영이 어렵게 됐다고 서비스 종료 사실을 알렸다. 판도리TV 고객 데이터는 서비스 종료와 함께 파기되며, 다운로드가 가능한 영상은 서비스 종료일까지 내려받을 수 있다.
한때는 UCC 전성기
판도라가 국내 1위 자리를 지키던 시절, UCC(User Created Contents)가 유행이었다. UCC란 사용자가 직접 창작한 콘텐츠를 의미한다. 영미권에서는 주로 UGC(User Generated Contents)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까지는 자주 사용되는 단어였으나 시간이 지나기도 하고 유튜브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누구나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선보이는 것이 일상화된 2010년대 이후부터는 공모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사장된 단어가 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UCC가 User Created Contents보다는 ‘User Copied Contents’라고 불릴 만큼 남의 콘텐츠를 베껴 만든 느낌이 강했다. 게다가 동영상이 사진 등 다른 매체에 비해 용량이 크기 때문에 서버 용량을 많이 차지하게 되며, 그만큼 유지 비용도 많이 들어가 인터넷 최악의 고비용 저효율 서비스 방식이라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여러 문제가 쌓이며 UCC 인기가 거품이 푹 꺼지게 된 것이다.
2020년대 들어 유튜버 전성기가 펼쳐짐에 따라 콘텐츠 자체보다 그것을 생산하는 쪽에 의미를 더 두는 사용자가 늘기 시작했다. 따라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등의 용어가 더 활발히 사용되고, UCC라는 말 자체의 사용 빈도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판도라의 UCC 시대는 저물어갔다.
18년 만에 판도라가 문을 닫는 이유, 단지 유튜브 때문은 아니다?
현재 가장 큰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가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유튜브가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8년 1월로, 처음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판도라TV, 엠엔캐스트, 엠군, 다음TV팟, 곰TV, 아프리카TV 등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의 아성이 탄탄했다.
IT 전문가들은 토종 업체가 유튜브에 밀린 원인을 두 가지로 꼽는다. 단기 수익에 집착한 ‘사업 전략상 오류’와 더불어, 국내 기업에만 엄격한 ‘역차별 규제’가 토종 업체들의 입지에 악영향을 줬다는 해석이다. 2006년 문을 연 아프리카TV는 유튜브에 앞서 ‘1인 방송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이 업체가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엔 ‘별풍선’이 있다. 시청자가 마음에 드는 BJ(진행자)에게 소액을 후원할 수 있도록 한 유료 아이템으로, BJ들이 색다른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인이 됐다. 별풍선은 본사 입장에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별풍선이 오갈 때마다 최대 40%의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풍선을 얻기 위한 방송을 자극적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독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2016년 수익 배분을 놓고 아프리카TV와 갈등을 겪은 유명 BJ들이 유튜브로 대거 이탈한 사건 역시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에 엄격했던 규제 탓에 영상을 규제하고 나니 남은 게 별로 없었다. 또 광고를 붙여야 통신사들에게 망 사용료를 줄 수 있는데, 막상 광고를 붙이니 유저들이 떠나게 됐고, 이에 더해 당시에는 유튜브에는 광고가 없었기 때문에 더 쉽게 유저들이 발을 돌렸다. 현재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지 않는 유저 숫자로 볼 때, 이들이 광고가 붙은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에 얼마나 등을 돌렸을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동영상 서비스들은 죄다 무언가를 깔아야 영상을 볼 수 있었던 반면, 오픈형 서비스인 유튜브는 유저의 편의성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통신사, 국내 서비스에만 역차별 아니다, “해외 서비스도 망 사용료 내야”
한편 국내 동영상 서비스들의 망 사용료나 여러 규제들만 살펴봐도 역차별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서비스들에만 규제가 강하다 보니 자체 콘텐츠 생산에 지원이 힘들어지고, 콘텐츠가 줄어드니 유저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통신사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해외 콘텐츠 사업자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국내 기업이 지불하는 망 사용료를 해외 콘텐츠 사업자도 지불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이를 계약에 명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의 입법을 시도했다. 해외 동영상 서비스에도 여지없이 통신사들의 갑질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와 유튜브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었다. 트래픽도 대폭 증가해 망을 개선하고 정비하는 데 비용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망 주인인 통신사가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망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현재는 국회의 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 발의가 이어지면서 통신사 쪽으로 승기가 넘어가자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슈로 번졌다.
통신사들은 네트워크망에 통신사가 투자했고, 넷플릭스, 유튜브 등 콘텐츠 사업자들이 트래픽을 대폭 증가시켰기 때문에 망을 이용하려면 무임 승차하지 말고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망 사용료를 이미 지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콘텐츠 사업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인터넷망을 관리하는 건 통신사의 일이며 소비자에게 받는 요금에 관리비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기업에게 망 사용료를 내라는 건 이중청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캐시서버’라는 개념이 들어가면 논쟁이 복잡해진다. 해외 콘텐츠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캐시서버(본사 서버 데이터를 복사한 서버)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에 넷플릭스는 미국-일본 구간 자체 해저케이블을 써서 콘텐츠를 복사해 캐시서버로 옮겼다. 그리고 해당 캐시서버는 통신사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는 해당 캐시서버에 자사 망을 연결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를 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직접 투자해 설치한 캐시서버를 오히려 무상으로 제공하는 거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콘텐츠 사업자가 국내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면 좋겠지만, 모든 해외 사업자가 한국에 캐시 서버를 설치할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현재 여론은 콘텐츠 사업자 편이다. 이미 통신 3사가 합산 영업이익 4조원을 내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에도 망 사용료를 부과하면 오히려 유저의 불편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도라 TV처럼 제재 끝에 유저들만 불편함을 겪고 발 돌리는 제2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상호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