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의 새 바람.. 투자 받은 에피카, 글로벌 진출까지?

에피카, 자동차 구독 서비스에서 자동차 판매 유통 솔루션까지 이번 투자 유치에 이어 미국, 유럽의 유명 투자사들과도 접촉 중 업계 전문가 “자동차 유통 산업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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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에피카>

지난 15일, 자동차 판매 딜러를 위한 유통 솔루션을 개발한 에피카가 산업은행 등에서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에피카는 시승과 사후관리(AS) 등 자동차 판매 과정에서 딜러를 위한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한 기업이다. 자동차 판매 업무는 대부분 대면으로 이뤄지는데, 이 업무 중 일부를 디지털로 전환시켜 자동차 회사와 딜러의 운영비를 절감해 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에피카 서비스를 도입한 대표적 기업은 BMW코리아와 BMW의 공식 딜러 7개사다. 이들은 에피카를 통해 BMW의 전국 전시장 80여 곳에서 예약에서 시승까지 전 과정을 모바일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전국 75곳의 AS센터에서도 입고에서 출고 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지능형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에피카는 이번 투자금으로 B2B(기업 간 거래) 판매 유통의 디지털 솔루션을 고도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인프라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2023년부터는 글로벌 딜러와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한보석 에피카 대표는 “산업 전반의 서비스가 디지털로 전환됐는데 유독 자동차 유통 시장만은 속도가 느리다”며 “효율적이며 혁신적인 디지털 솔루션으로 딜러와 소비자 등 모든 플레이어가 만족할 만한 플랫폼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자동차 유통 시장의 디지털 전환

커넥티드 카 플랫폼 서비스 에피카는 자동차 시장이 고객 및 기업들과 관계를 맺는 데 있어 변화를 일으킨다는 목적 하에 자동차 판매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업무를 디지털화된 플랫폼을 통해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기업이다. 지난 2016년 자동차 구독 서비스로 시작한 에피카는 자동차 판매 유통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한 뒤 지난해 매출 13억, 올해 추정 25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 이어나가고 있다. 에피카는 이번 투자 유치와 함께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국, 유럽의 유명 투자사들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 초창기 때는 소형차 브랜드 MINI와 손잡고 맞춤형 차량 구독 서비스 ‘올 더 타임 MINI(ALL THE TIME MINI)’를 출시한 바 있다. “내 손안의 프리미엄 온라인 차고”를 콘셉트로 하는 ‘ALL THE TIME MINI’는 차량을 예약하고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하는 기존의 카셰어링 서비스와 달리, 소비자가 매월 정해진 요금을 내고 자유롭게 차량을 선택해서 탈 수 있는 구독(Subscription) 형태의 차량 이용 서비스다. 차량 구독 서비스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에피카가 최초로 선보이며 업계 이목을 끈 바 있다.

에피카 주식회사 한보석 대표는 “프리미엄 차량을 직접 구입하기는 부담스럽지만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차종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맞춤형 차량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자동차도 이제 ‘구독’해요

과거 구독은 잡지 등을 월 정액으로 이용하는데 국한됐으나 2010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꽃, 옷, 식자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 이상 소유하지 않아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경험을 소비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구독 형태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소비 패턴이 자동차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구독은 일정 기간 요금을 지불하고 사용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아무도 ‘소유’하지 않으면 ‘누가’ 관리할 것인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에피카 같은 기업이 자동차 공유에서 발생하는 단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활발하다. 국토가 넓어 주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포르쉐를 월 300만원 정도에 다양한 차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취등록세와 보험료 등 기타 비용까지 합하면 구독은 가격면에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관해 가장 까다로운 시장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글로벌 담당자들이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경험’과 ‘가격’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구매로 접근하기 힘든 모델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어야 하고, 이미 대중적인 차종은 가격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딜러 유통 솔루션, 또 있나?

에피카와 비슷한 경쟁 업체로 모바일 자동차 유통기업 ‘핸들’이 있다. 핸들은 중고차 허위매물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딜러 통합관리솔루션을 이커머스 플랫폼 ‘카머스(Carmerce)’에 도입했다고 밝혔다. 허위매물은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을 일으킨다. 카머스 통합관리솔루션은 이러한 허위매물 피해를 없애기 위해 3단계 인증 과정을 거친 딜러와 사업자만 매물을 등록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매물은 해당 딜러 및 사업자가 직접 판매하는 차량만 해당된다. 딜러에게는 매물로 등록한 차량의 제원과 원부 등 데이터, 매입 비용과 부대비용 등을 정리한 손익분석, 재고 현황 및 매출 통계 데이터가 담긴 대시보드를 제공한다. 차량 번호만 입력해도 3단계 인증 과정만 통과하면 즉시 매물을 등록할 수 있다. 온라인이라서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오히려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인 허위매물을 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서비스들의 출시는 자동차 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음이 알려준다. 테슬라를 필두로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메이커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온라인 차량 구매에 대한 소비자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오프라인 중심 유통 구조가 한계에 부딪혔으며 자동차 유통 산업에도 전반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반응도 긍정적이고, 산업 경제의 흐름이 디지털화되어가며 특히 ‘구독 경제’가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에피카가 이번 투자를 통해 디지털 솔루션을 고도화하여 한국의 새로운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