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스타트업 ‘아이오크롭스’가 이끄는 농업의 미래
애그테크(Agtech) 스타트업, ‘아이오크롭스’… 36억원 규모 투자 유치 성공 농업의 미래를 이끄는 스마트팜의 핵심 기술력 키워… ‘CES 2022’에서 주목 받기도 스마트팜 시장 규모 계속해서 불어나… LG CNS 등 대기업도 발 들인다
애그테크(Agtech) 스타트업 ‘아이오크롭스’가 36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를 하며 시리즈 A 라운드를 닫았다.
아이오크롭스는 기술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중기부 팁스(TIPS) 프로그램 선정에 선정되는 것은 물론, 2020년 네덜란드 세계농업인공지능대회(AGC) 세계 3위 수상, 2021년 네덜란드 Wageningen University가 주관한 Public-Private Partnership 실증연구 프로젝트로 꼽히기도 했다.
아이오크롭스의 강점은 스마트팜 운영에 필요한 인공지능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예찰 로봇 및 컴퓨터비전 기술, 데이터 수집-가시화-진단-예측-처방 프로세스, 도메인에 최적화된 차세대 데이터 레이크, AI 모델로 예측한 환경·관수·생육 데이터, 전문 재배인력의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AI 원격 농장 운영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아이오크롭스는 ‘스마트팜 통합 운영 솔루션 아이오팜 ioFarm’을 활용해 서울 본사에서 밀양의 파프리카 스마트팜을 원격 운영했다. 그 결과 3,000평 면적의 온실에서 생산량 30% 개선, 양품 비율 20% 증가, 에너지 비용 12% 절감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에 힘입어 아이오크롭스가 운영하는 온실을 2021년 3,000평에서 2022년 현재 12,000평으로 확장했다. 로봇, 데이터, AI 등을 활용해 서울 본사에 있는 원격관리자가 전국에 있는 현장운영자의 재배 의사결정을 지원한 결과다.
아이오크롭스 조진형 대표는 “애그테크의 지향점은 현장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기술 개발을 넘어 생산과 유통 영역에서도 농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솔루션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미래의 농업을 이끄는 스타트업, ‘아이오크롭스’
‘아이오크롭스’의 조진형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에 진학해 바로 로봇공학을 연구하던 학생이다. 그는 학부 시절 기숙사에서 틈틈이 식물을 기르며, 자신이 배워온 공학 기술을 재배 과정에 접목할 수는 없을지 고민했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기르던 애플민트가 시들어 죽은 것을 보고 스마트 화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농업 분야에서의 창업을 고려하게 됐고, 충청남도 천안에 있는 토마토 농장에서 숙식하며 농사 과정을 지켜봤다. 창업에 앞서 전반적인 농업 환경을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농장에서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2018년 농업 스타트업 ‘아이오크롭스(ioCrops)’를 창업하게 된다.
아이오크롭스의 주력 제품은 ‘아이오크롭스 웨이트(ioCrops Weight)’와 ‘아이오크롭스 소일(ioCrops Soil)’이다. 아이오크롭스 웨이트는 농민들이 작물에 적절한 양의 물을 주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점을 고려해 제작됐다. 농부들은 저울 역할을 하는 이 제품을 활용해 토마토나 파프리카 등에서 배지(식물이나 세균, 배양 세포 따위를 기르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있는 액체나 고체)의 무게를 측정한다. 그리고 작물이 수분을 흡수하는 패턴을 통계적으로 파악해, 1회 급액량이나 급액 간격 등을 정확하게 계산해 작물의 생장을 도울 수 있다. 또한 아이오크롭스 소일이라는 탐침형 방식의 센서를 활용해 토양 수분 함량과 온도를 측정하면서 물을 줄 수도 있다.
이후, 아이오크롭스는 ‘아이오팜(ioFarm)’이라는 데이터 통합 기술을 내놨다. 아이오크롭스 웨이터와 소일을 통해 구축한 농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아이오팜을 이용하면, 농장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각 농가의 환경을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재배 처방을 돕는다. 물 제공량과 비료의 농도, 성분구성까지 분석해 식물의 흡수력에 최적화된 재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아이오팜 차트’ 또한 농사 현장을 돕는 주요 기술이다. 차트를 보며 농장의 전체적인 상태와 흐름, 단기 성장률 등을 파악해 농장의 문제를 신속하게 인지할 수 있게끔 돕는다. 나아가 날씨 상황, 온실의 온도와 습도를 비롯한 전반적인 환경을 파악해 농부가 현재 어떤 작업을 취해야 할지 일러주기도 한다.
과거 농업 과정은 농부 개인의 감각이나 경험에 의지해 왔다. 이에 재배 방법이 체계화되지 않고, 그 노하우도 손실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오크롭스의 등장으로 모든 농부들이 빅데이터 기술과 인공지능에 기반해 적절한 솔루션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농업이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으로도 기대할 수 있다.
아이오크롭스는 12월 36억 원 규모의 시리즈 A투자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상반기 캡스톤파트너스, BNK벤처투자, 인라이트벤처스, 서울대기술지주로부터 34억 원을 확보한 이후, 하반기에 DSC인베스트먼트, CKD창업투자, 쿼드벤처스가 신규 투자사로 합류하며 36억 원을 추가로 얻은 것이다. 아이오크롭스는 시리즈A 라운드를 70억 원으로 클로징해, 누적 투자금은 91억 원으로 불었다.
‘아이오크롭스 센서’, 전세계 스마트팜 시장에서 주목받다
아이오크롭스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2’에 참여해 농업의 미래상을 제시하며 눈길을 끈 바 있다. 아이오크롭스는 올해 처음 CES에 참가해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과 연동되는 자체 센서를 선보였다.
이번 CES 현장의 아이오크롭스 부스에는 50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농업 센서 전문 회사 ‘데이비스(Davis)’를 비롯해 일본과 태국 등 여러 해외 업체들이 방문해 로봇 기술 제휴 의사를 내비쳤다. 아울러 국내 대기업은 물론 벤처캐피탈과 글로벌 언론사, 투자사 등이 부스에 방문하며 아이오크롭스의 첨단 농업 기술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아이오크롭스가 이번 CES에서 선보인 제품은 AI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이오팜(ioFarm)’과 연동되는 ‘아이오크롭스 센서’다. 아이오크롭스 센서는 총 3개의 스마트팜용 IoT 센서로 이뤄져 있다. 이들 센서들을 통해 측정된 데이터는 자체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아이오팜에서 가공·분석된다. 농가는 이렇게 수집·가공된 데이터를 활용해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기존 농법에서 벗어나 정량적이고 객관화된 지표를 통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이미 국내 200개 이상의 스마트팜 농가에서 아이오크롭스 제품을 활용해 농가의 생산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 아이오크롭스는 IoT 센서 자체보다 플랫폼과의 연동성 및 실제 스마트팜에서의 활용도에 초점을 맞춘 온라인 스마트팜 원격 제어 솔루션도 소개했다. 아이오크롭스는 현재 해당 솔루션을 활용해 밀양의 파프리카 스마트팜에서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에는 이 같은 농장 규모를 5배 확대할 계획이라는 게 아이오크롭스 측의 설명이다.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팜, 국내 농가의 희망으로 자리 잡나
국내 농가는 그동안 농·축산업 인구 고령화와 젊은 층 유입 감소 등으로 위기를 맞아왔다. 그러나 ‘스마트팜’의 등장으로 인해 반전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고품질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어, 노동력이 부족한 국내 농가에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농업 확산 종합 대책’을 발표하는 등 올해 스마트 농업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스마트팜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2021년 전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148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5년에는 220억 달러로 연평균 9.8%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이오크롭스와 같은 스타트업을 넘어, 국내 대기업도 스마트팜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추세다. LG CNS는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 전라남도와 함께 노지형 스마트팜 플랫폼 개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 농경지 약 95%가 노지인 반면, 지금까지 스마트팜이 유리온실, 비닐하우스 등 시설 재배를 중심으로 발전한 한계를 넘어선 시도다. LG CNS는 작물 재배에 필요한 토양, 병충해 유행 시기, 온·습도 등 각종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이렇듯 스마트팜을 향한 관심이 불어나는 가운데, 국내 농산업의 흐름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