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타트업 밸류에이션 추락, 스톡옵션으로도 인재 못 잡는다
주가 폭락으로 스톡옵션도 휴지조각 신세 경기 침체에 인재 구하기 더더욱 어려워진 스타트업 스타트업 전반에 걸쳐, 스톡옵션 대신 현금 선호 분위기 심화
지난해 12월 네이버는 임직원 239명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포기했다고 공시했다. 합계 125,000주로 지난 12월 29일 종가 기준 177,500원인만큼 합계액이 2,219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 중 무려 235명이 보유한 81,000주는 오는 2월 23일부터 스톡옵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직원들은 스톡옵션을 포기하는 쪽을 택했다. 1월들어 카카오뱅크도 임직원 39명이 스톡옵션 23,000주의 권리를 포기하고 퇴사했다.
휴지조각 된 스톡옵션
이들 임직원에게 배정됐던 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은 네이버가 36만원 이상, 카카오뱅크가 약 4만6천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공시가 났던 작년 12월 말과 올해 1월 말 기준, 각 기업의 주가는 177,500원 (2022년 12월 29일 기준), 27,100원 (2023년 1월 31일)으로, 스톡옵션 행사 가능 가격과 차이가 크다.
주가가 약 2배 이상 올라야 실제로 이득이 되는 수준으로, 익명을 요구한 해당 기업들의 퇴사자들은 ‘사실상 휴지조각’, ‘차라리 현금 더 달라고 했었어야 한다’는 등의 후회 섞인 반응을 내보이기도 했다. 2000년대 IT버블기를 거쳐 IT·스타트업 임직원들에게 인생 역전 기회의 상징처럼 알려졌던 스톡옵션이 증시 불황에 따라 결국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셈이다. 대부분의 스톡옵션의 경우 2년에서 3년 정도의 최소 근속 기간 요건을 충족시켜야하는만큼, 스톡옵션을 대규모로 발행하며 적극적으로 개발 인력을 채용했던 2020년 무렵의 사정이 이제서야 반영된 셈이다.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IT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임직원들의 보상 요구가 크게 증가했고, 판교 일대의 IT기업들은 우수 인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스톡옵션을 뿌렸다. 당시에는 더 큰 이득을 볼 것이라는 기대로 인력들도 스톡옵션에 만족했으나, 최근들어 급격히 주가가 폭락하면서 후회감이 판교 및 강남 일대에 전반적으로 확대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 회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컬리도 스톡옵션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상당수의 인력 이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한국에 공동 상장되어 있는 검색 포털 줌인터넷도 지난해 11월에 32명의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퇴사했다고 공시했다.
개발직군으로 구직 중인 한 관계자는 “이제 스톡옵션, 지분에는 관심없고, 현금 많이 주는 기업을 찾으려고 투자금 많이 받고 현금 패키지 좋은 곳들 기다리는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한 스타트업 인사 관계자는 업계의 공식과도 같았던 ‘연봉 70%, 스톡옵션 30%’가 더 이상 면접자들에게 반갑게 들리지 않는 표정인 것을 확인했다고 인터뷰에 응했다.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던 원티드랩의 경우, 지난 2022년 10월 공시에서 임직원 100여 명에게 행사 가격 33,000원에 부여했던 스톡옵션 11만주를 취소하고 다시 15,750원으로 부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기간 주가가 반토막 났던 것을 감안한 것이다.
스타트업계에 드리우는 먹구름, 인재 채용 더 어려워져
구직자들이 스톡옵션보다 현금을 강하게 선호하면서, ‘현금은 산소’라며 불편함을 보였던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고민도 커지는 상태다. 투자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며 기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라는 요구는 점점 강화되는 추세이나, 구직자들이 더 많은 현금을 요구하면서 투자금을 받아야하는 주기가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그렇게까지 일을 잘 하는 인력들도 아닌데, 너무 많은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요즘은 메쉬코리아, 왓챠 같은 사례 때문에 투자금 받는 것도 선뜻 내키지 않는데, 인력난까지 겹쳐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으로 사업 운영 방식을 바꾸는 중”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