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테슬라’ BYD, 독일의 美포드 공장 인수 추진, 테슬라와 글로벌 시장에서 겨룬다

WSJ “포드 경영진 중국 방문 예정” 독일 공장 인수 협상 전기차 집중하려 공장 파는 포드, 유럽 진출 노리는 BYD ‘윈윈’ 정부 지원받으며 중국서 폭스바겐 꺾고 세계로 발 넓히는 BYD, 테슬라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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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YD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비야디(BYD)가 미국 포드자동차의 독일 생산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수 시장을 뒷배로 전기차 부문에서 세력을 불린 비야디가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업체로 거듭나려 한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독일 포드 운영진은 독일 자를루이 공장 매각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인수 가격을 비롯한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자를루이 공장은 독일 서부 자를란트주에 있는 곳으로, 포드의 소형차 ‘콤팩트’를 생산해 왔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무게 중심을 옮기려 하는 포드는 지난해 “2025년까지만 콤팩트를 생산하겠다”며 공장 매각을 암시하기도 했다. 포드는 2025년 이후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과 독일 쾰른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자를루이 공장은 4,6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포드는 자사 자동차 생산 중단 이후에도 최대 700명 고용을 보장하고 자동차 부품 생산을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매각 협상은 초기 단계로, 포드는 10곳 이상의 다른 잠재 인수자와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포드와 비야디의 협상이 아직 예비 단계로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비야디 외에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된다. 포드 대변인은 “자를루이 공장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부 보조금, 세제 혜택, 배터리 3박자… 폭스바겐 버티던 내수시장 단숨에 석권

사진=BYD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인 비야디는 이미 유럽에 전기버스와 일부 전기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비야디는 중국 업체 특유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이나 미국, 한국 전기차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전기차를 공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전 세계 판매량 1위인 테슬라를 비야디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비야디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테슬라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테슬라가 판매하는 차종은 1억원 안팎의 고가인 반면, BYD는 그 절반 수준이고, 대부분의 매출이 중국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한계는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주목할 점은 비야디 판매량이 이전 전기차 1위였던 폭스바겐을 넘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은 1984년 상하이자동차와 합작사를 설립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에 나섰다. 중국에서 국산 브랜드 취급을 받으며 독보적인 시장 1등을 수성했지만, 2003년부터 자동차를 양산하기 시작한 비야디에게 자리를 내줬다. 비야디가 폭스바겐을 꺾는 데 20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비야디는 전기차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같은 친환경차만을 판매한다.

비야디 급성장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강조하며 미국을 뛰어넘는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선전하며 비야디가 주도하는 신에너지차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향후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확대해 세계 차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에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공급망을 갖춘 것도 비야디 급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비야디는 지난해 휘발유나 디젤 등 전통 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유럽뿐 아니라 동남아, 남미, 인도로… “중국 시장 덕분” 반쪽짜리 글로벌 2위 벗어날까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축적한 비야디는 이제 해외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럽뿐 아니라 브라질, 칠레, 이스라엘,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잇따라 진출했고, 이달 일본에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 3’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 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중국을 벗어나 글로벌 생산 기지도 늘리고 있다. 비야디는 베트남 북부에 차량용 부품 공장 설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이번에 비야디가 포드 자를루이 공장을 인수하려는 배경으로 갈수록 확대되는 유럽 전기차 시장 규모를 꼽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 규모는 이미 디젤 시장을 추월했다는 평가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Jato Dynamics)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유럽 전기차 시장 규모는 109만대로 집계돼, 전체 자동차 시장(909만대)의 12%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판매된 자동차 10대 중 1대 이상이 전기차인 셈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할 경우 그 수는 186만대까지 늘어난다. 유럽연합(EU)의 강력한 환경 규제에 따라 유럽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를 우선 출시하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해, 점유율면에서 미국과 비교하면 약 2배가량 앞선 상황이다. WSJ은 “비야디가 포드의 독일 공장을 인수하게 되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판매한 회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