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1조 2천억원 규모 ‘프리 IPO’ 박차 가한다

프리 IPO로 1조 2,000억원 자금 조달 예정, 기업가치는 ‘지지부진’ 공격적 M&A로 재무 부담 커진 상황, 투자금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까 매각 준비 완료된 SM엔터, 카카오엔터 5,000~6,000억 규모 인수 단행 여부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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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1조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나섰다. 현재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절반씩 최대 1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국내 사모펀드 H&Q코리아도 1,000억~2,000억원을 함께 투자할 예정이다. 이로써 카카오엔터는 총 1조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투자에서 약 1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1년 유희열 씨가 카카오엔터 지분 0.7%를 인수했을 때와 유사한 수준이다. 카카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카카오엔터 누적 매출은 약 1조 3,751억원이다. 3분기까지의 매출이 이미 2021년 전체 매출(1조 2,468억원)을 앞질렀음에도 불구, 기업가치는 좀처럼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기업가치 정체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 및 낮은 수익성이 지목된다. 카카오엔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843억원으로, 전년 동기(카카오페이지·카카오M·멜론컴퍼니 실적 합산 2,055억원) 대비 59% 감소했다. 매출보다 많은 부채총액(1조 7,293억원)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카카오엔터는 거금을 들여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래디쉬’를 인수하는 등, 최근 2년간 공격적인 M&A(인수·합병)을 단행해온 바 있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수익성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M&A로 몸집을 불려온 기존 성장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기존 인수한 기업과의 시너지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 당시 “카카오엔터는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매출과 이익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며 “북미 스토리 사업은 손익분기점 달성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투자 자금 활용처, 재무구조 개선인가 SM엔터 인수인가

업계에선 카카오엔터의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서라도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카카오엔터는 M&A 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프리 IPO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바 있으나, 투자 시장에 닥친 혹한기로 투자 유치가 다소 지연됐다. 이에 카카오엔터는 M&A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을 단행했고, 2021년 기준 단기차입금이 8,746억원까지 치솟으며 재무 부담이 커진 상태다.

한편, 일각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유치한 투자금으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M&A 등 외형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카카오엔터는 이미 지난해부터 SM과 경영권 인수 협상을 진행해온 바 있으나, SM을 지배하고 있는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와의 인수 금액 및 처우 문제 등 좀처럼 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에스엠 매각 단가는 5,000억~6,000억원에 달했지만,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396억원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였다. SM 인수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에 카카오엔터가 이번 프리 IPO로 유치한 자금을 SM엔터 인수에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엔터가 SM엔터를 인수할 경우, 네이버와 벌이는 글로벌 텐츠 시장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에스파, NCT,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SM엔터 소속 스타들의 지식재산권을 카카오 플랫폼에 접목하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는 안테나 등 수십 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나, 네이버에 비해 다소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바 있다.

가수 보아,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사우디 장관/사진=SM엔터테인먼트

SM엔터는 매각 준비 완료

SM엔터는 사실상 매각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2010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그가 운영하는 라이크기획과 SM 간의 프로듀싱 계약을 통해 여전히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익의 상당 부분을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가져가는 기형적인 구조였기 때문이다. 라이크기획은 지난 1997년 이 총괄 프로듀서가 설립한 회사다.

하지만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SM과 라이크기획의 계약이 종료됐고, 이와 같은 구조가 무너졌다. 시장에서는 프로듀싱 계약 종료가 이 총괄 프로듀서의 경영권 매각을 위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매각을 위한 사전 준비가 완료된 셈이다. 카카오엔터의 대규모 투자 유치 소식이 전해진 직후, SM 관련 주식들이 크게 요동친 이유다. 싱가포르 투자청과 사우디 국부펀드가 카카오엔터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 역시 SM엔터 인수를 통한 K-콘텐츠 시너지를 기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현재 SM엔터 지분 18%가량을 갖고 있다. SM엔터는 이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가치인 약 3,000억원에 더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플러스알파’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장에서는 카카오와 SM의 경영권 딜이 6,000억원 규모라고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에스엠엔터 인수와 관련해 “글로벌 콘텐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제휴와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지속해서 검토해왔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히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상황 악화로 미뤄진 상장, 투자 유치로 활로 찾을까

카카오엔터는 상장 전 ‘몸집 불리기’를 위해 카카오페이지(웹툰·웹소설 플랫폼)와 카카오M(음악·영상·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작·유통)이 합병해 2021년 3월 출범한 기업으로, 같은 해 9월 멜론컴퍼니를 흡수합병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19년부터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선제적으로 IPO를 준비해왔지만, 2021년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타 계열사의 상장이 이어지며 일정이 지연됐다.

이후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제시했으나,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 데이터센터 화재 등 각종 악재로 또다시 상장이 미뤄졌다. 이후 상장 시기가 사실상 불확실해지자, 이번 프리 IPO 투자유치를 통한 자금 조달로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번 투자 유치를 기점으로 카카오엔터는 상장 전 몸집 불리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SM엔터의 유력한 인수 후보는 CJ ENM이었으나, 2021년 말 양측간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이후 SM엔터가 다시 카카오와 협상을 재개했지만, 카카오의 자금 부족 및 양사의 의견 충돌로 협상에 좀처럼 진전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투자 유치로 카카오엔터가 자금을 마련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대규모 투자금을 손에 쥐게 된 카카오엔터가 차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