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자 100만 시대, 억대 연봉 전용 채용관, ‘리멤버 블랙’ 

억대 연봉자 전용 채용관 신설하는 리멤버 그간 알음알음 진행되던 최상급 인재 채용, 담당자에게도 편리 매년 증가한 고액 연봉자. 이제는 정점을 찍고 내리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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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멤버 블랙 홈페이지

연봉 1억원 이상, 소득 기준 대한민국 상위 5%에 속하는 직장인을 위한 하이엔드급 이직 시장이 열린다. 명함 앱 리멤버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는 연봉 1억원 이상 채용 공고만 모은 억대 연봉 채용관 ‘리멤버 블랙’을 출시했다고 5일 밝혔다. 전년도 총 근로소득 1억원 이상을 인증한 경우에만 가입 및 공고 조회가 가능하다. 연봉 1억원 이상의 채용공고만 모은 서비스는 리멤버 블랙이 국내 최초다. 또 연봉뿐만 아니라 업종·직무·직급·근무 지역 등 조건을 설정해 구직자가 원하는 채용 공고만 볼 수도 있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억대 연봉자를 위한 하이엔드급 이직 시장 공략에 나선다”며 “신입·저 연차 경력직 위주의 기존 잡(Job)포털과 달리 업계 최상위 플레이어를 위한 새로운 커리어 기회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돈 되는 C-Level 채용 연계, 현재는 무료지만 미래에는?

명함 관리 앱으로 시작한 리멤버는 2020년 10월, 기업 인사담당자나 헤드헌터가 이용자의 프로필을 열람하고 이직 제안을 보낼 수 있는 스카우트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했다. 현재 인재풀 검색과 채용 공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등록자 다수가 현업에서 활약하는 전문가 또는 경력직으로 양질의 인력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HR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직무와 직급·연차 등 다양한 조건 검색을 제공하고 있어 맞춤형 제안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리멤버 이용자 350만 명 가운데 스카우트 제안을 받기 위해 프로필을 등록한 회원 수는 90만 명 이상. 스카우트 제안 건수는 200만 건, 기업과 직접 연결된 매칭 수는 40만 건에 달한다. 기업 인사담당자는 리멤버에 등록된 인재풀의 프로필을 무제한으로 검색하거나 채용 성공 시점에 일정 수수료를 내는 ‘채용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 리멤버 소속 헤드헌터가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는 ‘헤드헌팅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리멤버는 채용 성공 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유료직업소개사업자다. 블라인드, 크몽, 프로그래머스, 잡플래닛, 원티드, 알바콜, 사람인, 리크루트 등이 같은 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직업안정법 제19조에 따르면, 유료직업소개사업자는 기업(사용자)으로부터 3개월 임금의 30% 이하를 소개요금으로 받을 수 있고, 구직자로부터는 임금의 1% 이하를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보통 기업으로부터 10% 내외의 수수료를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원 등 고급 인력이나 전문 인력은 구인자와 정한 요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리멤버 블랙의 서비스 이용료는 무료다. 

인증제를 통한 차별화된 서비스, 조건별 검색도 가능

사진=리멤버 블랙 홈페이지

공식 오픈한 리멤버 블랙에는 △외국계 화학/바이오 기업 부사장을 비롯해 세계 최대 규모 전자 회사 HR임원 △국내 최대 E커머스 플랫폼 CTO △글로벌 1위 SW개발 회사 △세계 1위 가구 회사 한국 지사장 등 1,000여개의 억대 연봉을 제시하는 공고가 올라와 있다. 특히 헤드헌터들이 그동안 공개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제안했던 포지션까지 리멤버 블랙에 공고 중이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차별화된 경험 제공을 위해 인증제를 도입한 점도 특징이다. 전년도 총 근로소득 1억원 이상을 인증한 경우에만 가입 및 공고 조회가 가능하다. 리멤버 블랙은 웹사이트를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연봉은 서비스 내에서 간편하게 인증할 수 있다. 리멤버 블랙에서는 연봉뿐만 아니라 업종·직무·직급·근무지역 등 조건에 맞는 채용 공고들만 간편하게 추려서 볼 수 있다. 공고 지원 전에도 채용 담당자에게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이직을 원하는 억대 연봉자들뿐 아니라 최상위급 인재를 원하는 채용담당자들도 주로 인맥을 통해 채용 정보를 알아봐야 했다. 이제는 구직자가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채용 포지션만 더 간편하게 탐색할 수 있다. 채용담당자들도 리멤버 블랙을 통해 최상위 인재들과 손쉽게 연결될 수 있는 시장이 마련됐다.

2022년 유동성 정점… 채용문 닫는 업계, 고급 이직 시장 위기인가?

작년 12월 7일 국세청이 발표한 ‘4분기 국세통계 수시 공개’에 따르면, 지난해 연봉 1억원(세후 연봉 약 8,208만원)이 넘는 억대 연봉 직장인은 112만3,000명. 2020년(91만6,000명)보다 22.6%나 급증하면서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이 수치대로라면 리멤버 블랙의 잠재적 고객이 10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마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그동안의 몸값 상승은 개발자들이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유동성 파티가 끝났다. 연봉 경쟁이 붙을 정도로 수요가 높았던 개발자들도 구조조정 대상이다. IT업계 연봉 인상을 주도하며 세자릿수 채용을 진행했던 네이버와 카카오도 신규 채용에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섰다. 전체 채용 규모도 두 자릿수로 줄였고, 계열사마다 꼭 필요한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에 나선다.

2021년 기준 네이버의 전체 임직원 수는 4,526명, 전년 대비 539명이 늘었다. 카카오는 2021년 556명을 충원하며 3,303명이다. 임직원 수만 아니라 두 회사의 평균 임금도 증가했다. 고급 인력을 영입한 것이다. 네이버는 2020년 1억247만원에서 2021년 1억2,915만원, 같은 기간 카카오는  1억800만원에서 1억7,200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카카오의 인건비 증가율은 23.5%, 매출 성장세 19.3%보다 높다. 작년 3분기 기준 네이버는 채용 속도 둔화 노력으로 전분기 수준의 인건비를 유지했다. 카카오 역시 인건비 증가가 전 분기 대비 1%에 그쳤다. 인력 충원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사업 확장에 따른 필수적인 채용을 진행하면서 전체 인력은 늘었지만,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 역시 “채용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스타트업 총 투자 건수는 전년 동기 158건에 비해 120건으로 줄었다. 총 투자금도 1조 2,052억원에서 4,744억원으로 약 7,308억원(-60.64%) 감소했다. 스타트업 창업자 200명 중 82%가 2021년 대비 벤처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이 2021년 대비 투자유치가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작년 말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 운영사 오늘식탁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포함한 인력 대부분을 내보냈다. 현재 최소 인원만 남겨 중단했던 서비스를 일부 재개한 상황. 물류 스타트업 두핸즈도 개발자를 포함해 본사 임직원 중 50% 이상 인력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한 스타트업 인사 담당자는 “예전에는 개발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인력보다 많이 뽑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꼭 필요한 직군만 채용한다”며 “채용 때 레퍼런스 체크를 전보다 더 엄격하게 하고 채용 후에도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면 내보내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투자사들이 경영 효율화를 많이 요구하고 있어 채용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라며 “내년부터 일부 업무는 외주를 주거나 임시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연봉자들의 이직이 활발했던 IT업계의 대대적인 인력 감축 방향이 리멤버의 새로운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확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