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의 IT 인재 교육 프로그램, 인재 양성인가 돈벌이 수단인가

국비 지원 업고 크게 증가한 ‘개발자 부트캠프’, 역량 부족한 인재 대거 양성 삼성·KT 등 주요 IT 기업들, 자체 교육 프로그램 운영하며 인재 양성 시도 국비 지원 교육 수요 흡수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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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 에이머스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청년 AI(인공지능)·소프트웨어 인재 교육에 뛰어들고 있다. 디지털 전환(DX)이 본격화되며 AI와 소프트웨어 인재 구인난이 발생하자, 기업이 직접 청년 인재 교육에 나선 것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21년 SW 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한국에서 필요한 신규 소프트웨어 인력이 35만 3,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소프트웨어 인력 공급 규모 전망치는 32만 4,000명으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단순 인력난 해소가 아닌 인재 선별을 위해 자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21년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IT 기업의 ‘개발자 모시기’ 경쟁을 떠올려보자. 당시 ‘단기간 속성 교육’을 제공하는 코딩 교육 기관이 난립하자, 직무 수행 능력이 충분치 않은 인재가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이에 기업들이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자사에 적합한 인재를 선별 및 양성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국비 지원 업고 등장한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은 IT 기업들의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주목받으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주요 IT 기업에서 개발자 수요가 증가하자, 취업난으로 골머리를 앓던 청년들이 IT 업종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특히 비전공자의 경우, 리스크가 큰 재입학 대신 코딩 부트캠프를 통한 단기간 내 전직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전공자 집중 교육을 통한 개발자 육성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단기간에 IT 기업 개발자로 취업을 시켜준다’고 프로그램을 홍보하며 청년들의 이목을 끌었다.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내일배움카드를 통한 무료 교육을 지원한다. 내일배움카드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국비 지원 사업이다. 국가에서 내일배움카드에 교육에 필요한 금액을 충전해주면, 수강생은 충전액으로 국비 지원이나 K-Digital-Training 사업을 지원하는 학원의 강의를 무료 수강할 수 있다. 대표적인 국비 지원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내일배움단 스파르타 코딩 클럽의 5주 완성 내일배움카드 국비 교육 △코드스테이츠 비전공자 내일배움카드 코딩 취업 부트캠프 △플레이데이터 빅데이터 전문 내일배움카드 취업 캠프 △IT 강의 교육 사이트 패스트 캠퍼스 등이 있다.

구글 ‘개발자 교육’ 검색 결과

퀄리티 낮은 교육의 공급 과잉

지난 1월 서울교육청에서 공개한 ‘서울시 학습 교습소 정보’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컴퓨터‧개발 관련 과정을 운영하는 교습소는 134곳이다. 이 중 기초‧초급‧디자인 과정을 제외한 정보처리‧코딩‧프로그래밍 등의 과정은 86곳으로, 전국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더 많은 교육 기관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서 지난해 점검한 전국의 코딩학원은 501곳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국비 지원 교육은 실무에서 활용하기에는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개발자 채용 붐에 우후죽순 문을 연 코딩 학원이 수준 미달의 인재를 양성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단기간 집중 교육으로 인해 신입 개발자의 차별성이 거의 사라졌으며, 찍어낸 듯 유사한 포트폴리오가 양산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개발자 양성에 있어 ‘공장식’ 교육은 청년 취업에도, 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업 대표는 “베껴 붙이는 코딩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코드 판매업”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국비 지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적으로 습득한 코딩 지식만으로는 기업의 채용 기준을 충족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자체 교육 나선 주요 IT 기업들

이에 일부 기업은 아예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다. LG의 청년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LG 에이머스’가 대표적이다. LG에이머스는 1년에 2번, 총 4,000명의 교육생들을 모집한다. 교육생들은 2달 동안 이론 강의를 들으며, 또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LG AI 해커톤’에 참가하게 된다. 해커톤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참가자에겐 LG계열사 채용 면접 기회도 주어진다. LG가 1년에 키워내는 소프트웨어 인재 수는 서울 4년제 컴퓨터공학 관련 학과 졸업생 수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2018년부터 IT(정보기술) 인재 교육에 나섰다.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싸피)는 1년간의 소프트웨어 집중 교육을 진행한다. 특히 다른 기업들과 달리 서울 외에도 대전과 광주, 구미, 부·울·경(부산)캠퍼스 등 전국 곳곳에 캠퍼스를 운영해 그 수요가 높은 편이다. 포스코와 계열사 포스코ICT는 각각 ‘청년 AI·Big Data 아카데미’와 ‘청년IT전문가 아카데미’, KT는 청년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 ‘에이블스쿨’, 네이버는 부스트캠프 AI Tech를 운영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10개월 과정 IT 교육 프로그램인 ‘우아한 테크코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같은 기업 자체 교육 프로그램은 국비 지원 부트캠프 대비 취업률이 높아 취업 준비생 사이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SSAFY 누적 수료생들의 취업률이 74%였다고 밝혔다. KT에이블스쿨은 취업률이 80%에 달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관련 지식이 부족한 문과 출신 비전공자들의 수요가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에 몰리는 추세다.

‘속성 교육’ 한계 뛰어넘지 못한 돈벌이 수단?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 자체 인재 교육 프로그램도 국비 지원 교육 프로그램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업들은 국비 지원을 받는 지식·인력 개발 평생교육원을 설립, IT 학원으로 몰렸던 ‘내일배움카드’ 무료 교육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삼성의 SSAFY, KT 에이블스쿨이 내일배움카드 결제를 지원하며, 우아한형제들의 우아한 테크코스는 K-Digital Training 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의 수익성을 눈여겨본 대기업들이 교육 사업에 뛰어든 것일 뿐,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기업들도 ‘속성 교육’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재 교육 프로그램은 결국 수강생을 취업시키는 것이 목표인 만큼, 회사 소개 등 취업 상담에 적극적인 편이다. 하지만 비전공자가 적어도 4년~5년이 소요되는 학부부터 개발자 취직까지의 교육 과정을 단기간 내 소화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결국 속성 교육을 거친 비전공자 중 대다수는 실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어렵고, 중소 SI 회사 등 열악한 환경에서 취업할 수밖에 없다. 박봉을 받으면서 근무 강도는 높은 소위 ‘코딩 노예’가 되는 것이다.

개발자 시장은 난립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해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차후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금을 타내기 위한 ‘돈벌이’ 교육이 아닌, 고급 개발자 인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