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로톡 사태’ 해결 방안 직접 찾기 위해 ‘리걸테크 스타트업 규제혁신 현안 간담회’ 개최
법률시장의 대중화와 성장 위해 출시된 로톡, 대한변협과 9년째 싸움 중 대한변협, 검찰과 공정위 고발에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까지 문제는 넘쳐나는 변호사, 이제 변호사도 경쟁력 갖춰야 한다
18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산하 규제개혁추진단이 개최한 ‘리걸테크 스타트업 규제혁신 현안 간담회’에서 ‘로톡 사태’로 떠오른 법률 플랫폼 등 신성장 산업 관련 규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이 논의됐다. 2021년 5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의 광고 규정 전면 개정으로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게 되면서 수면 위로 떠 오른 대한변협과 법률 플랫폼 ‘로톡’ 사이의 갈등에 정부와 여당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는 성일종 당 정책위의장과 홍석준 규제개혁추진단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한무경 의원, 장혜정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실 팀장,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정책관, 김본환 로앤컴퍼니(로톡 운영사)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규제개혁추진단은 국민의힘과 관련 부처인 국무조정실·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 등의 협의 내용뿐 아니라 대한변협의 입장까지 적절하게 반영한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변화하는 과학 문명에 맞춰 기존의 옷을 벗지 못하고 새로운 옷을 입지 못하면 국가가 생존할 수 없다”라며 “로톡과 같은 서비스가 없으면 새로운 과학 문명으로 무장돼있는 많은 세대에게 불편함을 주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홍석준 규제개혁추진단장은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접근성과 직접 관련된 문제이고, 법률시장에 기술이 적용됐을 때 사법 정책의 획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또 해외 기업이 먼저 들어오면 국내 기업이 설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로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률 상담 솔루션 제안 플랫폼 로톡, 출시 직후부터 대한변협과 전쟁 중
로톡은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대중화와 성장이라는 목표를 갖고 2014년 출시된 법률 상담 솔루션 제안 플랫폼이다. 자신의 사건에 적합한 변호사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상담글을 쓰거나 기존의 글을 검색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대한변협과의 갈등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총 방문자 수 2,300만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서비스 출시 이후 최대 기록이다.
대한변협과 로톡 사이의 갈등은 대한변협이 징계 규정을 마련하기 훨씬 전인 2015년부터 이어져 왔다. 대한변협은 로톡이 변호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법률 브로커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장을 세 번 접수했고,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도 고발했으나 모두 무혐의로 끝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로앤컴퍼니도 가만히 있지 않았는데,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헌법소송을 제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변협을 고발했다. 헌재는 ‘법률 플랫폼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으나 대한변협은 합헌을 인정받은 조항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이어갔다.
대한변협, 규정 개정해 가며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하기도
지난 2021년, 대한변협은 협회 규정을 개정하며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할 근거를 마련한 뒤 로톡 탈퇴를 하지 않은 변호사 200여명을 특별조사위원회로 넘겼다. 다음 해인 2022년에는 로톡 가입 변호사 9명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으면서 실제 징계 처분이 시작됐는데, 당시 대한변협 관계자는 “현재 징계위에 회부된 로톡 가입 변호사들의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시간은 걸리겠지만, 후속 징계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 예고했다. 또한 대한변협이 징계 사유에 로톡 가입 기간을 특정했기 때문에 징계 처분 이후에도 로톡 회원 자격을 유지하는 변호사는 추가적인 징계를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이 소식을 접한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협을 규탄하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로앤컴퍼니가 낸 입장문에는 “회원 변호사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끝까지 대응할 것이며 징계를 받은 변호사의 법무부 변호사 징계위원회 이의신청을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넘쳐나는 변호사, 자격증 따면 걱정 없던 시절은 갔다
우리나라의 등록 변호사 수는 2015년 2만명을 기록한 지 4년 만인 2019년에 3만명을 넘어섰다. 로스쿨 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엄청난 수의 신규 변호사가 매년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 올해에도 변호사 시험을 통해 약 1,700명이 새롭게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될 전망이다.
당연히 변호사 시장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검찰과 대형 로펌에 들어가거나, 대기업 사내 변호사가 되는 등 상대적으로 ‘좋은 직장’을 갖게 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변호사’ 자격만으로 살아남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6개월 간의 인턴 실습 기간도 문제인데, 몇몇 ‘블랙’ 로펌들은 정규직 전환 조건을 걸고 굉장히 낮은 급여를 주며 이들을 ‘부려 먹다가’ 해고하기도 한다.
대한변협과 로톡의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진행된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서는 출마한 후보 세 명이 모두 로톡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대한변협의 자체적인 플랫폼 ‘나의 변호사’가 로톡에 대항하기 위해 출시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사태를 전문직 시장에 들어와 가격·서비스 경쟁을 유발시킨 플랫폼 서비스와 기존 이익집단 사이의 갈등이라 보고 있다. 최근 발생한 직방·다방 등 부동산 중개 플랫폼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간의 갈등 역시 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나 홀로 소송’이라는 말이 있다. 일반인이 변호사의 조력 없이 스스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진행된 민사소송의 약 70%, 형사소송의 약 45%가 나 홀로 소송에 해당했다.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올라오면서 법률 정보를 접하기 쉬워진 것도 있지만 변호사 수임료 부담이 여전히 큰 것도 원인이다. 한쪽에서는 수임료 부담 때문에 변호사를 찾는 것을 꺼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충분한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간담회를 기점으로 국민들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