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 플랫폼’ 긱 플래너, 쿨리지코너 ‘임팩트 펀드’로부터 15억 투자유치
긱 플래너, 구인 기업들의 인력 고민 해결과 구직자 일자리 창출 나선다 바야흐로 N잡러시대, 하나의 직장으로는 만족 못해 다양한 긱 워커 업체들, 의미있는 경쟁으로 건강한 일자리 문화 만들어주길
18일 초단기 일거리 최적화 플랫폼 및 인력관리 툴을 제공하는 ‘긱 플래너’가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가 운영하는 임팩트펀드(Impact Fund)로부터 1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임팩트펀드는 △건강과 복지 △고용 △환경오염 △빈곤 등 UN이 정한 지속 가능 개발(SDGs)의 17개 주요 목표에 해당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긱 플래너는 국내 1위 ‘크라우드소싱 AI 데이터 기업’인 크라우드웍스의 사내벤처로 시작해, ‘오프라인 초단기 일거리에 최적화된 플랫폼’과 ‘초단기 일거리에 최적화된 인력 관리 툴’을 제공해 구인난과 구직난을 동시에 해결하는 플랫폼이다.
쿨리지코너의 담당 심사역인 문성현 이사는 “2019년, 2021년 두 차례 모회사인 크라우드웍스에 투자하며 긱 이코노미 시장의 성장성을 검증했다”라면서 “긱 플래너의 타깃 시장인 오프라인 초단기 긱 워커 플랫폼의 필요성과 전문성을 보유한 최적의 팀원, 선명한 임팩트 요소를 높게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김주영 긱 플래너 대표는 “긱플은 경기침체 속 어려움을 겪는 구인 기업들에 광고비, 인력 관리 고민을 해결해주고, 이를 통해 좀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자리도 구독하세요, 긱플
긱 플래너는 크라우드웍스의 온라인 긱 워커(초단기 노동자) 대상을 넘어 오프라인 긱 워커와 구인 기업을 연결해주는 ‘긱플’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1위 ‘크라우드소싱 AI 데이터 기업’인 크라우드웍스 사내벤처로 출발했다. 크라우드웍스에서 40만명 이상의 온라인 긱 워커에게 100만 건 이상의 일거리를 매칭한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있고, 온라인 긱 워커를 관리하는 시스템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긱플은 회원가입 시 선호하는 일거리를 체크하면 회원에게 맞춤형 일자리 알림을 해주는 ‘구독형 일거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의 편의성 덕에 피크타임 또는 필요한 시간에만 짧게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N잡러를 중심으로 회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거리 매칭 시스템을 통해 지금까지 620여 가지의 일거리가 등록, 4만5,000여건의 지원 및 매칭이 이뤄졌다. 구인 기업들의 경우 적합한 인력을 찾는데 최소 2~3일 이상이 소요되던 것을 30분 만에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크라우드웍스에서 온라인 긱워크에 대해 매칭을 진행하며 여러 솔루션을 만드는 것을 주도했다”라면서 “온라인 매칭은 전문가나 프리랜서 중심이고 업무 유형이 한정적이라 더 폭넓은 일에 적용하고 싶어 오프라인 일거리 매칭 ‘긱 플래너’를 탄생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N잡러’ 시대
하나의 직장에 속하지 않고 유연한 일자리를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N잡러’,’긱 워커(gig worker)’,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N잡러는 복수를 뜻하는 알파벳 ‘N’과 직업을 뜻하는 잡(job)을 합친 단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긱(gig)은 일시적인 일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긱 워커는 조직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수입을 올리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긱 이코노미는 임시직 근로 형태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경제를 의미로 쓰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부업을 하는 인구수는 62만9,61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20년 1월(38만1,314명)과 비교하면 약 65% 증가했다. 급격한 부업 인구 증가의 배경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꼽힌다. 재택근무로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 근로자가 부업을 통한 추가 소득 창출에 관심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회사들이 정리해고에 나선 것도 부업 인구 증가에 영향을 줬다. 고용 불안은 근로자가 추가 직업을 갖게 하는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또 급변하는 현 상황에서 전일제 직업보다 근로자가 원할 때 부업을 추가하는 유연한 업무 형태가 더 안정적인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의 가속화도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 개념을 확산시킨 것이다. 크몽과 같은 프리랜서 중개 서비스부터 1인 기업의 판매 채널이 된 알리바바 같은 전자상거래, 유튜브·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 에어비앤비 같은 자산공유, 배달의민족과 우버 등 운송 기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이 여러 유형의 부업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N잡은 저출산이나 고령화로 인한 경제 활동 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종신 고용의 대명사였던 일본에서 정부가 2018년부터 근로자의 부업을 장려하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취업 규칙 가이드라인에 ‘허가 없이 다른 회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다’라는 근로자 부업·겸업 금지 항목을 삭제했다. 직원의 부업 활동이 회사 업무에 아이디어와 활력을 불어넣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방향으로 인식 전환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지만, 부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직원들이 부업을 하면 본업 근무에 소홀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의 기업들이 많다.
긱 이코노미 시대에 맞춰 늘어나는 국내 스타트업들
N잡러 열풍에 발맞춰, 긱 플래너와 같은 단기 일자리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의 지식과 재능을 상품화해 거래할 수 있는 프리랜서 플랫폼인 크몽은 코로나 팬데믹을 배경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프리랜서 플랫폼이다. 디자인과 영상편집, 통번역, 마케팅 등 10여 개 영역과 총 400개에 이르는 세부 범주에서 25만 건 이상의 전문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과 인적자원 연결에 집중하면서 기업에 전문가를 연결하는 ‘크몽 엔터프라이즈’, 투자와 부업 등에 관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몽 머니 플러스’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숨고는 일상에 필요한 서비스 수요와 공급자를 잇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숨고’란 내 주변에 있는 ‘숨은 고수’를 의미한다. 과외에서 시작해 청소와 반려동물 훈련, 도배와 주택관리 등 일상 서비스 매칭, 번역, 통역 등 업무에 이르는 1,000여 개 종류의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했다.
전문성을 지향하는 플랫폼으로는 위시켓이 있다. 위시켓은 기업에 필요한 정보기술(IT) 외주와 채용, 소프트웨어 거래와 관련 서비스를 세부적으로 제공한다. 2013년 설립한 위시켓은 지난 10년간 일자리를 중개하는 ‘위시켓잡스’, IT 뉴스를 전하는 ‘요즘 IT’,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판매하는 ‘위시켓 스토어’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해왔으며, 7,000개 이상의 IT 전문 업체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N잡러를 위한 플랫폼은 크몽과 같은 재능 마켓을 비롯해서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플랫폼인 유튜브와 틱톡을 비롯해,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운송 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과 배달서비스 업체인 배달의민족 등 다방면으로 확산히고 있다. ‘배민 커넥트’와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하는 점과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든 도전할 수 있는 점,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도보 등 이동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점 등 여러 장점이 있어 접근성이 좋은 부업으로 꼽힌다. 특히 20대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만큼 원하는 스케줄에 맞춰 일할 수 있는 배달업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물가에 더불어 불안한 고용시장 등 현대 사회의 상황이 N잡러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여기에 MZ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소득 창출 트렌드까지 더해져 N잡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긱 플래너는 최적화된 플랫폼과 인력관리 툴을 통해 사업모델을 고도화해야 늘어나는 경쟁 업체들 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N잡의 시대에서 긱 플래너가 구인 기업에게는 구인난 완화를, 구직자에게는 일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건강한 긱 이코노미 생태계를 만들어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