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벤처파트너스, 에이트테크이어 에이오팜에 투자 ‘첨단기술, ESG’ 주목받는 스타트업
비전벤처파트너스 “사람이 꺼리는 일 해주는 로봇 개발하는 스타트업 발굴” 환경 IT 기업으로 한 걸음, 폐기물 선별 솔루션 기업 ‘에이트테크’ ESG 확산에 뜨는 웨이스트 테크 스타트업들
17일 액셀러레이터(AC) 비전벤처파트너스는 생활폐기물 자동 선별 로봇 솔루션 ‘에이트테크’에 이어 농산물 자동 선별 솔루션 ‘에이오팜’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에이트테크·에이오팜 두 회사는 고강도 선별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솔루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생활폐기물과 농산물 선별작업은 레일 위로 쏟아지는 물체를 분류하는 단순 반복 작업으로, 노동 강도가 매우 높다. 그 때문에 산업재해 등으로 관련 사업주는 노무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작업하기 때문에 선별기준이 부정확하다는 한계가 있다.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라 모습이 제각각인 데다 결함 형태도 천차만별이다. 생활폐기물은 최소 2단계 수선 별 작업을 거쳐도 평균 재활용품 선별률이 60%를 하회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에이오팜은 이런 한계점을 개선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선별 시스템을 만들었다. AI를 통해 불량 농산물을 자동으로 골라내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과일을 굴려 가며 전면을 사각 없이 촬영, 이를 종합 분석해 과일 등급을 책정하고 분류한다. 분류 정확도는 99%에 달하며, 1개 라인에서 분당 540개를 선별해 작업자 4명을 대체한다. 비전벤처파트너스가 시드 투자에 이어 시리즈A 후속 투자한 에이트테크도 자원순환 선별 로봇 ‘에이트론’을 생활폐기물 산업에 투입하고 있다. 에이트론은 페트병, 알루미늄 캔, 유리병을 색상과 재질에 따라 12개 종류로 선별해 로봇팔이 진공 흡착 방식으로 잡아낸다. 분류 속도는 분당 최대 96개로 에이트론 한 대가 약 2.4명 작업량을 대신할 수 있다.
비전벤처파트너스 관계자는 “타다 등 선례를 보면 소비자 편익이 아무리 커도 기존 이해관계자와 마찰 비용이 발생한다”라면서 “일자리를 뺏는 로봇이 아닌 사람이 꺼리는 일을 대신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했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분류해드려요 ‘생활폐기물 선별 솔루션 제공’
최근 산업 전 분야에서 재활용 소재 사용과 친환경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쓰레기 분류·재활용에 특화된 스타트업이 뜨고 있다. 그 중 첨단 기술로 무장해, 사람이 하기에는 고된 작업을 도와주는 스타트업들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에이트테크는 2020년 설립된 AI 로봇 기반 생활폐기물 선별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폐기물 선별 로봇 ‘에이트론(ATRON)’ 제작 후, 지난해 31억원 규모 프리A 투자 유치를 완료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이트론은 기존에 사람이 수작으로 진행해온 재활용품 분류를 자동으로 수행한다. 에이트테크에 따르면 에이트론을 도입하는 재활용 사업장은 △재활용 선별 속도 267% 증가 △공장 운영 시간 50% 이상 증가 △작업 면적 75% 감소 △인건비 등 선별비 80% 절감 등 효과를 낼 수 있다.
에이트테크는 당장의 편의를 위한 기술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기술을 개발한다는 비전 아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타깃으로 삼고 나아가고 있다. 자원을 올바르게 선별·수집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전체 자원순환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만들어 간다. 수거된 자원은 종류별로 분리 후 가공을 거쳐 고품질의 재생 원료로 탈바꿈되고, 다시 우리 생활에 필요한 자원으로 되돌아오는 순환고리를 완성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올해 에이트테크는 직접 봇 자원회수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에이트테크 박태형 대표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제품 보급으로 사람이 하기에는 위험하고 고된 자원순환 사업을 로봇으로 혁신하겠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꺼리는 일을 해주는 에이트론
자원순환 선별 로봇 에이트론은 40만건 이상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바탕으로 페트병, 알루미늄 캔, 유리병을 색상과 재질에 따라 12개 종류로 선별하고 재활용하는 데 활용된다. 인천 남동구 현대자원에 설치된 로봇은 회사 요청에 따라 투명·흰색·녹색·갈색·혼색 페트병을 구분해 집어냈다. 로봇이 모은 페트병은 바로 아래층에 있는 압축기로 들어갔다. 로봇은 라면 봉지, 콜라캔, 마스크, 종이박스, 배달 용기 등 폐기물 사이에서 99% 성공률로 페트병을 선별하고 진공 흡착 방식으로 잡아냈다. 다른 폐기물은 작업자가 손으로 작업했다. 선별 로봇이 가장 앞에서 페트병을 걷어내기 때문에 수선 별 작업자가 골라내야 할 폐기물 종류가 줄어 부담을 덜었다.
에이트테크 관계자는 “자체 테스트 결과 1분간 최대 속도로 96개까지 분류할 수 있지만 현장에선 장애 요소를 고려, 분당 70~80개 페트병을 분리한다”라고 설명했다. 작업자가 평균 분당 30개 폐기물을 분류하는 점을 감안하면, 로봇 한 대가 작업자 2명을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
에이트론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폐기물 처리장 현장에서 쌓은 데이터를 꼽았다. 에이트론 개발 당시, 전국 곳곳의 폐기물 처리장을 돌아다니며 현장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업체에 200번 넘게 읍소하며 노력해 만든 만큼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에이트테크는 우선 에이트론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궁극적으로는 폐기물 수집·자원 순환이 모두 가능한 종합 폐기물 처리 클러스터를 지을 계획이다. 계속해서 선보일 자원 순환 솔루션이 스마트 공장,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도 활용되게 해, 에이트테크의 솔루션이 일상에 스며들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SG 중요성 부각, 재활용 스타트업 뜬다
사람들이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 하루에 얼마나 될까. 산업구조 고도화와 인구 증가에 따라 폐기물 배출량은 2050년까지 38억8,000만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와 기업이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폐기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하느냐도 중요하다. 혁신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폐기물 처리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에 국내에서도 웨이스트 테크 스타트업이 뜨고 있다. 웨이스트 테크 스타트업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각종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초기 벤처기업을 뜻한다. ESG 기류가 확산하면서 대기업과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의 투자처로도 부상하고 있다.
먼저 리코는 2020년 폐기물 관리 플랫폼 ‘업박스’를 내보냈다. 업박스를 이용하는 기업과 사업주들은 자신들이 배출한 폐기물량과 탄소 배출량, 재활용 결과 등 다양한 지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폐기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 폐기를 근절하기 위해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장착된 전용 차량으로 폐기물을 수거 운반한다. 업박스 이용자들은 자신이 배출한 폐기물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디서 배출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글리랩은 폐기물 수거 서비스 ‘오늘 수거’를 운영 중이다. 세척이나 분리가 어려운 배달 음식 쓰레기부터 재활용 쓰레기까지 가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어글리랩이 제공하는 웰컴키트에 담아 문 앞에 두기만 하면 된다. 이후 어글리랩에서 일괄 수거 처리한다.
오이스터에이블은 재활용 배출 솔루션에 초점을 맞췄다. 오이스터에이블이 제공하는 ‘오늘의 분리수거’ 서비스는 지정 배출함에 페트병, 캔, 우유 팩 등을 분리 배출하면 1개당 일정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다. 지급된 포인트가 쌓이면 자체 플랫폼인 ‘오분 쇼핑’에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해외 사례로, 미국의 바이퓨전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폐플라스틱을 수집하고 작은 조각으로 파쇄한 후, 증기 기반 공정을 사용하여 바이블록(byblock)을 만든다. 바이블록은 콘크리트 블록에 비해 프로젝트 비용을 약 54% 절감할 수 있고, 설치 시간을 약 65% 단축할 수 있다. 울타리, 방음벽, 창고, 테라스 및 조경, 가구 등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도 늘고 있다. 네이버는 분당 제2 사옥 ‘1784’에 슈퍼빈이 개발한 AI 기반의 재활용품 회수 기기인 네프론을 28대 설치했다. 네프론은 기존 자판기와 비슷한 모양으로 페트병·캔 등 일회용품을 투입구에 넣으면 알아서 선별·분리하고 이용자에게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슈퍼빈은 올해 네프론 사업을 확대해 운영 규모를 현재 482대에서 연내 1,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환경 문제가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에이트테크를 비롯한 여러 ESG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과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자본을 확보해 환경을 위한 선순환을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또한 첨단기술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 강도 높은 업무를 대신해주는 역할을 해주면서 기술과 사람의 상생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