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판 디지털 시장법 – ④ 유럽 DMA 도입의 의미
핵심 플랫폼 서비스 유형 확정, 한국과는 3가지 차이 자사 우대 금지, 광고 시장 개선, 경쟁 가능성과 공정성 강조 기업들은 자율 규제 적극 도입하고 사회적 책임 다해야
원조 디지털 시장법
유럽연합의 디지털 시장법(DMA)은 2020년 12월 15일에 제안된 이후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법안은 2021년 12월 15일 유럽 의회에서 통과되었으며, 2022년 3월 24일 유럽 의회와 각료이사회 간의 최종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합의는 디지털 부문에서 공정한 경쟁과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다. 특히 디지털 시장법은 유럽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디지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법은 다른 국가들이 따라야 할 선례가 될 수 있으며, 전 세계 디지털 시장 규제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에 도입된 「온라인플랫폼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안」도 DMA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최종 확정된 디지털 시장법에는 초안과 비교하여 몇 가지 주요 수정 사항이 있다. 우선 핵심 플랫폼 서비스 유형이 추가됐다. 최종 합의안에는 온라인 검색 엔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소셜 네트워크, 동영상 공유 플랫폼, 운영 체제 등 핵심 플랫폼 서비스 유형이 추가됐다. 해당 플랫폼은 이제 DMA의 규정을 적용받는다. 또한 게이트키퍼 지정 요건을 명확히 했다. 한국 법안에서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라고 표현하는 ‘게이트 키퍼’는 말 그대로 시장을 지배할 정도로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를 지칭하는 용어다. 디지털 서비스가 핵심 플랫폼 서비스에 해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 자체로 경쟁성 또는 불공정 관행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에 특정 요건을 달성한 사업자와 그렇지 못한 사업자를 구별하여 다루겠다는 취지다. 핵심 플랫폼 서비스가 △중요한 관문을 구성하고 △내부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확고하고 지속적인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운영하거나 가까운 장래에 그러한 지위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에만 게이트키퍼로 지정한다. 해당 기업은 DMA에 따른 특정 의무를 적용받게 된다.
DMA는 게이트키퍼에 대한 데이터 처리 제한을 강화하여 사용자 데이터 보호를 개선한다. 무려 81번이나 ‘데이터’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루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이 데이터 수집을 통한 다양한 활용에 있는 만큼 그 처리에 있어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으로 데이터 처리 제한의 일환으로 데이터 결합판매 금지 범위를 확대했다. 온라인 광고를 목적으로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제3자 데이터 축적은 플랫폼의 사업적 해자를 강화할 수 있다. △핵심 플랫폼 서비스에서 수집한 최종 사용자 개인정보를 다른 서비스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결합하는 행위 △게이트키퍼가 별도로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 특히 해당 핵심 플랫폼 서비스와 함께 제공되거나 이를 지원하지 않는 서비스에서 핵심 플랫폼 서비스의 개인정보를 교차 사용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 △개인정보를 결합하기 위해 최종 사용자를 게이트키퍼의 다른 서비스에 로그인하는 행위도 유사한 이점을 가져다 준다. DMA는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하고자 할 때 한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행위인 결속을 금지하는 규정을 확대했고 이제 모든 핵심 플랫폼 서비스에 결합 금지가 적용된다. 한국에서는 제3장 8조(금지행위) 부분에 강조되어 있다. 하지만 최종이용자가 동의한 경우에는 괜찮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자사 우대 금지
최종 합의안에는 경쟁사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플랫폼의 자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행위인 자사 우대에 대한 금지 조항도 확대됐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검색 엔진이 전달하는 결과에 순위를 매기거나 온라인 검색 엔진 결과에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포함되는 다른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포함한 제품 또는 서비스, 특정 주제에 특화된 결과 그룹, 온라인 검색 엔진의 결과와 함께 표시되는 결과 그룹, 특정 최종 사용자가 온라인 검색 엔진과 별개 또는 추가 서비스로 간주하거나 사용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서 자체 제품을 더 추천하거나 해서는 안된다. 한국에서는 제9조(이해충돌의 방지) 3항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최혜 대우에 대한 금지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정 플랫폼에 대해 다른 플랫폼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하도록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역시 한국의 제9조 4항과 유사하다.
DMA에는 게이트키퍼가 자사 제품 및 서비스를 경쟁사의 제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취급해야 하는 확대된 차별 금지 의무가 매우 강조되고 있다. 총 109개 전문 중에서 9개 문항에서 차별 금지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운영 체제, 가상 비서 및 웹 브라우저의 기본 설정도 규제한다. 게이트키퍼가 사용자에게 다양한 검색 엔진과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DMA 제 2조 2항 (g)호에서 명시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특별히 정의하지 않았다. 또한 운영 체제의 상호 운용성 확대와 가상 비서에 대한 상호 운용성 의무가 추가됐다. 최종이용자가 게이트키퍼의 검색엔진·가상비서·웹브라우저를 처음 이용할 때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이용 가능한 목록에서 검색엔진·가상비서·웹브라우저를 선택하도록 안내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운영 체제는 각각 DMA 제 2조 2항 (f)호, 한국에서는 제2조 3항 바호에서 정의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따로 가상 비서에 대한 핵심 플랫폼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다. 또한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에 대한 상호운용성 의무도 추가되어 사용자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라인 등이 주의해야할 사항이다.
개선되는 광고 시장
광고주 및 퍼블리셔에 대한 정보 의무를 강화해 디지털 광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인다. 온라인 광고의 세계는 오랫동안 불투명했다. 부분적으로는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복잡한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 플랫폼의 관행 때문이기도 했다.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광고주와 퍼블리셔 모두 자신이 구매한 온라인 광고 서비스의 조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미흡했다. 결과적으로 최종 사용자가 사용하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DMA는 게이트키퍼가 광고주와 퍼블리셔에게 관련 광고 벨류 체인의 일부로 제공되는 다양한 온라인 광고 서비스의 가격 및 수수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투명성 의무를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한다. 이 정보는 부과된 가격 및 수수료, 동의한 퍼블리셔가 받은 보수와 관련하여 개별 광고 수준에서 광고주에게 제공되어야 하며 해당 정보를 매일 제공함으로써 광고주는 게이트키퍼의 온라인 광고 서비스 이용 비용과 대체 사업자의 온라인 광고 서비스 이용 비용을 비교할 수 있다. 일부 퍼블리셔가 광고주와의 관련 정보 공유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게이트키퍼는 해당 퍼블리셔가 관련 광고에 대해 받는 일일 평균 보수에 대한 정보를 광고주에게 제공해야 한다. 퍼블리셔의 요청에 대해서도 온라인 광고 서비스 제공에 관한 관련 정보 공유의 의무와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게이트키퍼는 광고주와 퍼블리셔에게 온라인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출당 가격, 조회당 가격 또는 기타 기준과 같은 다양한 가격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게이트키퍼는 각 가격 및 보수가 계산되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광고주와 퍼블리셔는 자신이 이용하는 온라인 광고 서비스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온라인 광고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광고에 대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 가능성과 공정성
디지털 시장법은 디지털 부문에서 공정한 경쟁과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다. 전반적으로 ‘경쟁성(contestability)’이 45번, ‘공정(fair)’이 67번이나 언급될 정도로 매우 강조하고 있다. DMA에는 규정 미준수 시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등 경쟁성과 공정성에 대한 수호 의지가 매우 강력하다. 주의해야할 부분은 유럽이 아니라 ‘전 세계’ 매출액 기준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조직적(systematic)’위반의 경우 전 세계 매출액의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한국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10을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디지털 시장법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경쟁과 공정성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한 법적 진전이다. DMA는 게이트키퍼가 제공하는 핵심 플랫폼 서비스와 관련하여 일련의 규칙을 수립함으로써 게이트키퍼의 관행으로 인한 시장 질서 훼손 위험에 대처한다. 게이트키퍼 위주의 관행은 해당 서비스에서 비즈니스 환경의 경쟁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비즈니스 사용자와 최종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 핵심 플랫폼 서비스는 네트워크 효과, 강력한 규모의 경제, 무한한 데이터 활용 가능성을 통해 초국가적 집단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DMA의 방침은 특히 중요하다. 경쟁성이 약화되면 게이트키퍼, 비즈니스 사용자, 중소기업, 고객의 제품 및 서비스 혁신과 개선에 대한 인센티브를 감소시키고, 더 넓은 온라인 플랫폼 경제의 혁신 잠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DMA는 디지털 부문의 개방성과 경쟁력을 유지하여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법안이다. 경쟁 가능성과 공정성, DMA에서 강조하고 있는 두 가지 화두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조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게이트키퍼의 해로운 관행을 해결함으로써 DMA는 비즈니스 환경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유지되고 혁신과 경쟁이 장려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또한 온라인 광고 서비스 비용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책정되도록 하여 비즈니스 사용자가 자신이 사용하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한다. 이러한 투명성 및 보고 요건은 게이트키퍼가 관련 광고 벨류 체인의 일부로 제공되는 각기 다른 온라인 광고 서비스에 대해 양측이 지불한 가격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 부문이 개방적이고 경쟁력 있는 상태로 유지되어야 플랫폼이 아닌 모든 사용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한국의 새로운 법안은 DMA에 따른 의무를 조사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권한을 통해 디지털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과 위험에 대처하는 데 있어 적절하고 효과적인 규제를 유지할 것이다.
21세기의 생활을 구성하는 플랫폼 기업
디지털 시대에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은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어 디지털 환경을 지배하고 세상과의 상호 작용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의 힘이 커지면서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문제부터 반독점 및 경쟁에 이르기까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술 산업에서 규제의 필요성과 혁신의 필요성 사이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우리 일상 생활의 중심이 된 플랫폼을 규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비평가들은 강력한 규제가 혁신을 억제하고 경쟁을 제한하며 심지어 국내의 소규모 업체를 시장에서 몰아낸다면 결국은 글로벌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네이버가 사라진다면 그 자리에 구글이 들어올 뿐이다. 국가적 관점에서는 네이버를 더욱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수도 있다. 하지만 네이버, 카카오, 쿠팡 같은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이견을 달기 어려운 상태다.
기업들은 자율 규제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콘텐츠 중재, 데이터 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자체적인 정책과 절차를 수립함으로써 외부 규제의 필요성을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기업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정책과 관행을 채택함으로써 공익에 대한 기여와 사용자 복지에 대한 헌신을 보여야 한다.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면서 규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또한 잠재적 이점과 위험을 살펴보고, 플랫폼 기업의 행동에 따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규제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21세기의 디지털 및 경제적 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을 단순한 사기업으로 다루기에는 생활 전반과 밀접한 영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영향력은 더 큰 공익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사용자, 시민사회단체, 규제 당국의 요구와 관점을 고려해야 하며, 규제 프로세스는 투명하고 책임감 있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이 규제 논의에 참여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보다 공평한 디지털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미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