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대상 법률 판례 검색 서비스, 엘박스 20억 추가 투자 유치

엘박스, 지난해 12월 180억 시리즈 B 투자 이어 20억 추가 유치 기존 리걸테크 기업과 다르게 법률 전문가 아닌 소비자들에게도 사용성↑ 결국 유니콘 바라보려면 서비스 안정성 높이고 다양화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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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는 리걸테크(Legal-Tech)기업 엘박스(LBox)가 22일 삼성벤처투자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엘박스는 지난해 12월 SV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한국산업은행, 다올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총 180억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번 20억원 추가 투자 유치로 시리즈 B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추가 20억원 투자 유치, 엘박스 국내 1위 기업으로 서나?

엘박스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5년간 기업 전문 변호사로 일한 이진 대표가 지난 2019년 창업했다. 전국 각급 법원 판결문부터 뉴스, 참고문헌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법률 데이터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며, 압도적인 데이터베이스로 현재 190만 건 이상의 판결문을 보유하고 있다. 이용객은 약 3만 명가량이지만 이중 변호사가 총 1만2,000여 명으로 국내 전체 변호사의 3분의 1이 넘는 수가 엘박스를 이용하고 있다.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로펌들을 비롯해 LG, SK, 삼성물산을 비롯한 대기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금융결제원 등 공공기관 또한 주요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법률 서비스의 업무 분야는 송무, 자문, 컨설팅 등으로 확장되어 법률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지만 업무 수행을 위한 리서치나 법률 정보 열람은 접근 난이도가 높아 소송 당사자들이 기본적인 정보조차 습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엘박스는 하급심 판결문 데이터 제공을 통해 법률 전문가들의 업무 효율을 높였으며 법률정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원하는 법률정보를 최적의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하겠다며 사업에 나선 것이다. 이에 이번에 투자를 진행한 이현정 삼성벤처투자 이사 역시 “엘박스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법률 데이터를 가공해 법률 전문가 외 소비자들에게도 전에 없던 혁신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물론 일각에서는 편리한 판결문 검색 서비스가 민간에서 제공될 필요가 없으며, 법원과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법원 통합검색에서 쉽게 판례를 검색할 수 있으며,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서비스인 만큼 보유한 판례의 수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세무 담당 변호사는 이미 대부분의 판례는 변호사들이 전부 꿰고 있다며, 복잡한 사안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찾아볼 때 판례집을 찾게 되어 민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리걸테크 산업 선두에 서려면, 편리성·정확성·신속성+α 필요

엘박스 이외에도 국내 리걸테크 분야에는 로앤비, 케이스노트, 빅케이스 등 선두 주자들이 이미 존재한다. 2001년 서비스를 시작한 ‘로앤비’는 판례 검색 사이트 1세대로 온라인 주석, 법령해석, 논문 평석 등 다양한 법률 콘텐츠를 제공해 종합 법률 지식 포털로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바 있다. ‘케이스노트’는 사건관리 기능을 통해 현재 소송 중인 사건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추적할 수 있으며, 관련 판례가 추가될 때 같이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후발주자인 ‘빅케이스’는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를 도입해 판례를 서면으로 검색하거나 쟁점별 검색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여 전문가들 사이에서 판결문 수는 가장 앞서나간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별히 케이스노트는 지난 22일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의 바른동행 2기에 선정되면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김민균 케이스노트 대표는 “향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로펌과 기업 법무팀에 필수적인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새로운 리걸테크 영역을 개척해 법률시장의 성장에도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리걸테크 기업들은 각각 경쟁성이 있는 분야를 개척해 이용자들의 편리성을 제고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다양한 판례 검색 시스템을 쓰는 이유로 “판결문을 요청한 지 반나절도 안 돼 해당 판결문을 제공받아 편리했다”며 서비스의 신속성을 강조했고, 또 다른 변호사는 “특정 주제에 대해 알고 싶어 광범위하게 검색하는 경우가 많아 법률정보가 많은 사이트를 애용하고 있다”며 정확성을 강조했다.

이미 해외 리걸테크 시장은 단순 판례 검색을 넘어 변호사의 상담 업무까지 일부 보완하는 식으로 발전했다. 로앤컴퍼니의 법률AI연구소에 따르면 이미 미국의 리걸테크 시장 규모는 2조원을 훌쩍 넘겼으며, 유니콘을 바라보는 관련 스타트업도 20여 곳이 활동 중이고, 최근에는 변호사와 프로그래머를 합성한 ‘변호그래머’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인공지능이 서면 서류를 대신 작성하고, 판결 결과와 형량 등을 예측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리걸테크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다양한 판결문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더해서 사업 기초인 판례 검색의 용이성을 넘어 성공적인 변호사 업무 보조의 역할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엘박스의 투자 소식을 들은 한 변호사는 “거액의 투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리걸테크 기업으로 성장해 변호사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되기를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