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판 디지털 시장법 – ① 거대 플랫폼 기업과 노아AI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플랫폼 사업자 독점 문제 EU의 디지털 시장법(DMA), 미국의 플랫폼 독점종식법(EPMA) 현행 법령으로는 규제에 한계 있어,보다 통합적 규율로 나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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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참여연대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는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 사건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독과점을 막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소수의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는 온라인 중개 서비스 시장은 빠르게 독과점화되고 있으며 이는 참여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알고리즘을 조작하여 자사 상품에 특혜를 주고 자사 상품과 경쟁하는 업체를 차별하며 이해충돌 상황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플랫폼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세계적으로도 도입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안

현행 제도는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 구획을 전제로 운영되며 주로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다루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이상 또는 셋 이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100분의 75 이상인 경우를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한다. 하지만 재정 당시의 상황에 비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장·경제환경이 크게 변하여 전통적인 시장 획정 및 지배력 판단, 경쟁 제한성 판단의 이론을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기존의 법리만으로 방대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지배적 지위에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은 디지털 시장법(DMA)을 공포했으며 미국 하원은 플랫폼 독점종식법(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플랫폼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시장 지배적 플랫폼을 식별하고 해당 플랫폼이 자사 상품에 편향성을 보이거나, 판매자를 차별하거나, 자사 상품과 판매자의 상품을 같은 플랫폼에서 판매할 때 차별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목적이다.

이처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로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안」의 목적은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존재하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 법은 지배적 플랫폼이 결제, 광고, 배송 등의 서비스를 중개 서비스와 결합하는 것을 금지하여 지배적 지위 남용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법률 제5조에 따르면 핵심 플랫폼 사업자는 지난 사업연도 국내 활성 이용자 수가 월평균 1,000만 명 이상이거나, 국내 활성이용사업자수가 월평균 5만 개 이상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핵심 플랫폼 사업자란 △온라인 중개서비스 △온라인 검색서비스 △온라인 소셜네트워킹서비스△동영상공유서비스 △번호를 사용하지 아니하는 대인(對人)통신서비스 △운영체제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등 7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카카오, 네이버, 배달의민족, 야놀자, 쿠팡 등이 이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해외 기업도 대상으로 한다. 국외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도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적시돼 있다.

공정위는 신고를 접수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국내 시장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 등 기타 세부적 요건을 충족한 서비스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플랫폼사업자로 지정한다.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되면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와 자사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결합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여 동일한 상품을 거래하는 경우 동일한 상품의 가격이나 거래 조건에 간섭하는 것도 금지된다. 아울러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최종 이용자 간의 자유로운 거래를 방해하거나 자신의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여 거래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또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이용자 및 최종 사용자가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생성한 정보 및 핵심 플랫폼 서비스에 제공한 정보를 이용할 수 없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의 노출 순위를 제3자의 상품에 비해 유리하게 설정하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가 최종 이용자의 정보를 수집, 이용, 요청, 제공함에 있어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는 다른 핵심 플랫폼 사업자와 기업결합을 하려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새로운 핵심 플랫폼 서비스 유형, 핵심 플랫폼 서비스 경쟁 제한 행위,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

노아AI 사건과 거대 플랫폼

어느새 동네에서 슈퍼가 사라진 지 오래다. 배달의민족의 B마트, 쿠팡이츠 마트 등 거대 이커머스 플랫폼과 동네 슈퍼가 경쟁하니 버틸 수가 없다. 권투로 따지자면 라이트급과 무제한급이 같은 링에서 주먹을 나누고 있는 셈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그야말로 무제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검색하고 어떤 것을 클릭했으며 어떤 것에 무관심했는지 모두 알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슬그머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자사의 제품으로 바꿔서 출시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노아AI 유튜버 표절 사태와 구조가 유사하다. 

노아AI는 구독자가 적은 채널 운영자에게 조회수가 잘 나온 영상, 지식 채널 등의 콘텐츠를 베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트다. 유명 유튜버 사망여우는 본인의 커뮤니티를 통해 노아AI의 대표가 노아AI를 활용해 인기 영상의 썸네일과 제목, 그리고 내용까지 카피하도록 교육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기 영상의 원본 제작에는 통상 1개월 정도 걸리는 반면 노아AI를 활용할 경우 3시간이면 표절작이 완료된다는 것이다. 이는 성장해나가는 유튜버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몫을 빼앗고 결과적으로 유튜브 생태계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다. 만일 쿠팡이 쿠팡 앱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을 베껴 자체 제작한 뒤 1페이지 최상단에 띄워준다면? 여기에 더해 아무런 규제마저 없다면 플랫폼 사업자는 자사 플랫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를 손바닥 보듯 알 수 있는 만큼 유사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노아AI 표절 사건으로 인한 여파는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JTBC, SBS에서도 이를 보도했으며, 많은 YouTube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분석하고 최적화하는 데 AI를 사용함으로써 표절 및 저작권 침해 사례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콘텐츠 제작에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향후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아AI보다도 훨씬 더 거대하고 잘 조직된 거대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쉽사리 그것을 전용할 수 있다. 일례로 아마존은 한 10대 고객이 임신했을 때 부모보다 먼저 이를 알아차린 일로 유명하다. 당장의 소비자들은 너무나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의 알고리즘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수익을 위한 것이다. 이러한 알고리즘을 통해 카카오, 네이버,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별다른 규제 없이 성장하고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법안이 도입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지정될 수 있는 기업들은 골치가 아플 전망이다. 누구든지 해당 법에 위반되는 사실을 공정위에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가 들어오거나 해당 법에 위반되는 혐의가 있다고 인정될 시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해당 서비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시 중지할 권리를 가진다.

또 다른 잠재적 영향은 인수·합병 행위에 대한 제한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소규모 기업을 인수하여 그들의 기술을 자사 플랫폼에 통합해 온 역사가 있다. 대표적으로 배달 어플 배달의민족이 2019년 12월 13일 배달 앱 점유율 2, 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 이 작업이 더욱 어려워져 서비스를 확장하고 시장을 지배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독점금지법은 시장에서 더 많은 혁신과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규모 기업들이 경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기회가 더 많아지는 등 긍정적 효과도 상당하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향한 더 많은 옵션과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독점금지법이 거대 플랫폼 기업에 미칠 영향은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플랫폼 기업들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변화하는 규제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