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단체협의회 “중소기업·소상공인 고금리 대책 마련 촉구”, 한편 ‘역대급’ 성과급 발표한 은행권 속사정은?
성명서 통해 ‘대출금리 인하, 상생 금융 정책 마련’ 등 촉구 대출 관련 조사 결과, 금융기관 대출 시 애로 사항으로 ‘높은 대출금리’ 85.7% 반면 은행들 “지난해 실적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미리 쌓아둔 충당금 환입된 탓””;s:16:”td_post_template”;s:18:”tdb_template_53897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고금리 고통 분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최근 고금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늘어나자 중소기업계가 직접 금융권에 호소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협의체는 과거 금융권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도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언급하며 대출금리 인하, 금리 부담 완화 제도 실효성 제고, 상생금융문화 조성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IMF 위기 때 은행들이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극복한 만큼, 지금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힘들 때 금융권이 먼저 대출금리를 적극 인하하는 등 상생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나라 은행도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처럼 기업 직접 투자를 허용해 은행도 살고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다간 다 죽어” 중소기업·소상공인 위해 나선 연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중소·소상공인은 높아진 대출이자 부담 등 경영상 고통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금융권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작년에만 1조4,000억에 달하는 성과급이 지급되는 등 은행과 기업 간 온도 차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고금리 대책 마련 촉구」 성명서를 통해 이를 규탄하면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금리 인하 △금리 부담 완화 제도 실효성 제고 △상생 금융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선 지난 15~17일 중소기업·소상공인 300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고금리 관련 중소기업 금융애로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조사 결과, 금융기관 대출 시 겪었던 애로로 ‘높은 대출금리(85.7%)’ 응답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설문 대상이 부담하는 대출금의 인상분이 지난 1년간 기준금리 인상 폭 2.25%p보다 높은 2.7%p로 나타났고 조사 대상 기업 90.3%가 현재 상향된 대출금리에 대한 대응 방안이 없거나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역대급’ 성과급 및 퇴직금 등 돈 잔치 벌이는 은행들
이날 조사에서 은행의 이자수익 기반 사상 최대 영업이익 성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79.3%에 달했다.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을 비롯해 평년보다 높은 퇴직금 및 성과금 지급 등이 해당 응답자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낸 주요 이유였다.
실제로 국내 시중 은행들은 올해 ‘역대급’이라 부를 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 14일 국회 황운하 의원실에서 제출한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2022년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무려 3,629억원이나 늘어났다.
은행의 잔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들은 배당, 성과급, 희망퇴직금 등도 큰 규모로 지급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대다수 금융사가 만 40세가 되는 83년생부터 희망퇴직자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계에선 올해 약 2천 명 정도가 은행을 떠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50대 퇴직자들의 희망퇴직금이 최소 6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의 사정도 이해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반면 지난해 은행권 실적 상승의 주요 원인이 이자이익 증가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 금융사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금융사들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연체율 상승과 부도 등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우려하며 충당금을 적립해왔는데 이 충당금이 지난해 연말부터 대출의 부실화가 진행됨에 따라 환입되며 실적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종료 등에도 충분히 대응 가능할 정도로 많은 충당금이 쌓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 한 해 새로 쌓은 대손충당금(순전입액)은 5조1,033억원으로, 2021년보다 약 57%(1조8524억원) 늘어난 규모다.
아울러 은행의 주장대로 높아진 대출 이자에 따라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이에 0.16~0.22%로 전년 대비 일제히 올랐다. 특히 부동산시장의 불안으로 올해 가계의 대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출상환이 어려운 취약차주 등의 연체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다시 벌어진 예대금리차에 거세진 정부의 압박
지난해 이어 올해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평균 0.07% 더 벌어졌는데 이는 전월 대비 0.17%p 증가한 결과다. 특히 작년 7월부터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도록 하는 규정에 따라 예대마진율이 높은 일부 은행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자를 낮추라’는 압박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안정회에서 “금융·통신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금융권에 예대금리차 축소와 취약차주 보호 등을 주문한 바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오는 2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열며 그간 은행권이 비판받았던 6가지 제도와 관행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은행이 예대마진만으로는 부족한 수입원을 금융소비자의 대출 과정에서 적금 및 보험 등의 가입을 유도하는 ‘끼워팔기’를 통해 더 큰 성과급을 얻어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과 더불어 정치권이 직접 압박에 나서면서 향후 예금 금리는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큰 폭의 시장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입장에선 높은 성과급 등으로 ‘돈 잔치’를 벌이는 은행의 사회적 역할에 의구심을 던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