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멤버스 등 패션 스타트업 3곳에 7억 투자한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벤처기업 투자액 늘려가겠다”
한투액, ‘계열사 상품 개발과 디지털 전환에 도움되는 식’의 투자 지양 설립 당시 “매년 150억 원 규모 펀드 결성해 청년 기업에 투자하겠다” 포부 밝혀 한편, 금융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AC 투자에 대한 관심 늘어나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이하 한투액)가 민트멤버스, 윤회, 테일러타운 등 패션 분야 스타트업 3개 사에 7억원을 투자했다고 15일 밝혔다.
세 회사 모두 한투액이 운영하는 배치프로그램인 ‘바른동행 2기’에 선발된 스타트업들이다. 민트멤버스는 프리미엄 운동화, 패션 아이템의 케어를 제공하는 서비스 ‘민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회사로, 지난 11월에 정식 서비스를 출시해 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2만 회를 돌파했다. 윤회와 테일러타운은 각각 디지털 암호화 솔루션을 통해 패션 플랫폼 서비스 ‘MNTC’와 30~40대 남성들을 위한 패션 큐레이션 커머스 ‘댄블’을 운영한다.
이번 투자를 담당한 이성문 한투액 심사역은 “같은 패션 분야지만 각기 다른 세 회사를 한데 모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벌써 협업을 논의하고, MOU(업무협약)를 체결하는 등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투자 시장에서 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세 대표님들의 사업에 대한 진정성과 실행력을 보고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며 “한투액이 청년창업을 지원하려는 취지로 설립된 만큼 분야를 국한하지 않는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투자보다 협력에 방점을 둔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한투액은 지난해 3월 출범한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AC) 자회사로, 이들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남다르다. 5대 은행지주가 주로 계열사의 상품·서비스 개발 및 디지털 전환에 도움이 될 스타트업 선발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한투액은 투자보다는 협력에 방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로 사회에 공헌하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회장의 철학 아래 ESG 경영 목적으로 설립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한투액 설립에 출자한 200억원이라는 규모로 볼 때 단순히 ESG 경영 트렌드를 쫓기 위한 시도를 넘어 향후 그룹의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벤처투자를 키우기 위한 정부의 예산 규모가 늘어남과 동시에, 시장에선 소위 ‘대박’을 불러올 초기 기업에 투자하려는 금융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4억원 더” 매해 투자액 늘려가는 한투액
한투액은 지난해까지 총 11억원의 투자를 집행했고, 올해는 약 44억원 더 집행을 추진하며 투자액을 늘려가고 있다. 기업당 투자금액이 2억원 내외인 AC 특성을 감안하면 약 1년간 50억원이 넘는 규모의 AC 투자는 상당한 수준이다. 주요 투자 분야로 바이오·물류·플랫폼·인공지능(AI)·뷰티·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 초기 자금을 수혈해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44억원의 투자금은 스타트업 성장 지원프로그램 ‘바른동행’ 2기로 선발된 설립 3년 미만 스타트업 25개 사에 지원될 예정이다. 서류 심사와 발표 평가, 개별인터뷰를 거쳐 최종 선발된 스타트업 25곳은 ESG 관련 회사부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커머스 플랫폼 등 다양한 기업들이 선정됐고, 일본과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청년 기업도 다수 포함됐다. 더불어 한투액은 지난해 진행된 바른행동 1기 스타트업에 대한 후속 투자도 진행하며 총 6개 스타트업에 10억원이 지원된다.
한투액은 설립 당시 매년 1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 청년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액셀러레이터 펀드 가운데 최대 규모로, 한투액 백여현 대표는 “국내외 창업 유관기관과 투자사 네트워크를 통해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성장과 해외 진출까지 지원할 계획”이라며 “악천후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등반가와 함께 산을 오르는 셰르파처럼 우리 청년 기업의 도전과 성장에 아낌없는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망산업 투자, 세금 절감 효과 등 주목받는 AC 시장
액셀러레이터는 벤처캐피탈(VC)보다 업력이 짧고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특성이 있다. 최근에는 주요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액셀러레이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망 산업을 선점해 투자하는 이점과 더불어, 소득공제 혜택 및 개인투자자가 창업 3년 이내 혁신형 벤처기업에 투자할 경우 과세 구간이 낮아지는 세금 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러-우 전쟁, 자국우선주의 등을 비롯해 세계화의 시대가 저무는 과정에서 4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의 영향으로 최근 벤처 투자시장이 얼어붙고 있지만,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질서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혁신 벤처 기업들이 선두에 서게 될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와 기업이 더욱 확장된 액셀러레이터 생태계를 조성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건실한 기업 발굴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