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TO 제도권 편입, 국민연금이 ‘코린이’ 된다? – ② 리또속? 술렁이는 증권시장
STO 법제화가 중소형 증권사에 호재인 이유 한투, 하나, NH ‘블록체인 기술’ 투자 열풍 상황 통제중이라는 ‘DAXA’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 오는 3월 증권성 판단 척도 될 SEC-리플 소송전 ‘주목’
술렁이는 국내 증권사들
STO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실물 자산과 연동되는 가상자산을 발행한다. 즉, 투자자는 부동산, 예술품 및 기타 실물 자산에 연중무휴 24시간 온라인으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현재는 일부 조각투자 업체들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나, 이번 규제 혁신으로 인해 법적인 제도화가 추진되어 계획대로 된다면 많은 금융업계가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그만큼 STO는 침체된 금융상품 거래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이다. 이미 증권사에서는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미술품 투자, 부동산 조각품 투자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유망 기업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에, NH투자증권은 수집품 조각투자 플랫폼 트레져러에 투자 및 협업 중이다.
이에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관련 소식을 발표하지 않은 국내 모든 증권사가 STO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봐도 무관할 것”이라며 “아직 발표하지 않은 곳들은 신규 기술 도입에 앞서 기회비용을 따지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STO가 ‘금융상품’으로 간주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직접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한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편 지난달 1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한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미래의 기술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새로 마련했다”며 “그간 우리 법제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던 증권형 토큰, 즉 토큰 증권의 발행을 허용하고 안전한 유통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토큰 증권 관련주로 널리 알려진 ‘갤럭시아머니트리’와 ‘갤럭시아에스엠’은 급등세를 보였다. 갤럭시아머니트리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STO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NFT와의 시너지를 위해 자회사인 갤럭시아넥스트가 운영하는 방향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기대감에 상승세를 지속했으나 2월 1일 금융위원회가 가상 자산 거래소 관계자들에게 거래 중인 ‘토큰 증권’을 분류하고 상장폐지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며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동일한 시간에 SK증권은 급등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한편 시가총액 규모가 큰 상장 증권사인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은 큰 상승 폭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시장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증권 거래 가능성 저하를 상장 증권사에 유리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투자자들은 토큰증권 발행사로서 규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소규모 증권사 간의 인수합병 또는 MOU 체결 가능성도 보고 있다.
‘리또속’은 반복될 것인가
아직은 섣불러 보이지만 주요 거래소들은 대규모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중론이다. 정부도 그렇게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는 않고, 증권성의 판단 개념 자체도 모호한 데다가 국제적인 사례나 컨센서스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이드라인 확립을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기존 가상자산시장 자극·촉진 효과를 점치고 있다. 증권형 토큰 규정을 통해 비증권형 토큰 종류와 범위도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토큰증권 범위의 적정성만 유지된다면 비증권형 토큰의 기초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추진과 가상자산시장 활성화에도 영향을 기대해 볼 만하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주요 5대 거래소가 포함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Digital Asset eXchange Association) 역시 현재 상황이 통제되고 있으며 각 거래소가 상장 심사 과정에서 증권으로 간주되지 않는 코인을 우선적으로 심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DAXA 관계자는 “각 거래소들은 상장 심사 단계에서 증권 성격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코인을 우선 추려내 상장을 거부하고 있다”며 “코인의 대규모 상폐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STO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고 해서 지금까지와 다르게 가상자산에 새롭게 증권성 판단이 요구되는 건 아니며,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증권성이 있는 가상자산을 다루는 건 불법이었고 거래소는 규정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섣불러 보이는 이유는 리플의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20년 시가총액 25조원 규모의 가상화폐 리플을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고소했다. 리플랩스라는 지급 주체가 명확하고, 리플랩스 사업 성과에 따라 리플 가격이 정해지는 등 비트코인과 달리 증권의 성격이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이 오는 3월로 예정돼 있다. 가상자산 전문 분석업체인 베가엑스의 김래현 전무는 “코인을 신규 발행할 때 대부분 이전에 나온 코인의 구조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리플이 증권 토큰으로 분류될 경우 리플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거나 사업 방식이 유사한 코인들 역시 증권 토큰으로 규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또속’은 연일 시세가 오를 전망이 나오지만 결국 하락세를 보이는 가상화폐 ‘리플’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희화화한 단어로, ‘리플에 또 속냐’는 문구의 줄임말이다. 리플의 판례가 시장의 분수령이 될 예정인 가운데, 리또속이라는 유행어의 뜻이 참으로 불길하다. 리플이 증권으로 간주되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많은 알트코인이 상장폐지 및 급격한 가치 하락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 거래소 및 일반 대중의 믿음과 상반되는 만큼 그 파급력이 심히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