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손 잡은 이수만, 카카오-SM 연합과 인수 공방전 ②
BB( Before BTS)와 AB(After BTS)로 케이팝 역사 재편될까 ‘뉴진스+에스파+르세라핌’ 4세대 꿈의 조합 실현? 돈 많이 쓸 엔터 업계들, 어쨌든 케이팝 물가는 계속 올라갈 예정
케이팝이 역사적 분기점을 맞이했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간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연예계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난데없이 등장한 하이브가 이 총괄 지분의 상당 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SM엔터테인먼트의 주요 경영진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의 케이팝 팬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인수전이 SM엔터테인먼트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소수 주주와 주요 경영진이 하이브의 참전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공동대표를 포함한 주요 임원 25명이 공개적으로 하이브의 인수에 반대했다는 사실은 이번 경영권 분쟁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이브의 인수 공시에 SM 주식이 16% 급등하는 등 이미 각종 엔터업계의 주가가 널뛰고 있다.
주주총회와 법정 공방에 ‘주목’
하이브가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1위 기획사’라는 타이틀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SM 지분을 흡수한 카카오엔터가 상장할 경우, 하이브는 시총 규모 등에서 단숨에 1위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이에 하이브는 지분 인수를 위해 약 1조 원 이하의 금액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엔터가 사우디로부터 유치한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로, 카카오 본사가 지분 인수에 직접 참여한 상태다. 단 권리를 차후에 카카오엔터에 넘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결국 이 총괄과 하이브가 힘을 합쳐서 카카오에 대항하는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마치 후삼국 시대에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이 내분으로 실각하자 경쟁국이었던 고려의 태조 왕건에 투항한 것과 유사하다. 현재 카카오와 하이브는 SM 장악을 위한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결국 3월 주총에서의 표 대결(Proxy battle)과 SM 대 이 총괄 사이 법정 공방이 치열한 SM 인수전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표 대결은 기업의 주주들이 현재 경영진이나 이사회 등에 대하여 주주총회 안건을 두고 진행하는 지분 투표를 의미한다.
‘우리 오빠들 어떡해?’ 혼란스러운 팬들
이수만 총괄의 은퇴로 끝날 수 있었던 해프닝이 하이브의 참전으로 인해 인수전 양상으로 흘러가며 양 사의 팬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번지고 있다. 쏘스 뮤직을 인수한 하이브가 걸그룹 여자친구를 해체한 예를 들며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슴콘(SM 콘서트), 광야, 광야클럽, 버블 SM, 핑크블러드 등 SM의 독자 콘텐츠들이 어떻게 되냐는 아우성이 나온다. 하지만 이성수(SM 공동 대표이사)를 포함한 SM 내부의 반(反) 이수만파가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광야 세계관과 NCT의 로테이션 시스템을 무로 돌린다는 인식이 있다. 하이브보단 낫지 않냐는 팬들과 하이브에 넘어가면 자컨(자체 콘텐츠)등이 늘어나니 더 좋다는 팬들 등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도 내부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다.
하이브의 목표는 최종적으로 SM엔터의 지분 40%를 매수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수만 총괄의 지분 14.8%와 공개매수를 통해 25%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총 40%를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멀티 프로듀싱/레이블 체계로 간다는 SM의 발표가 이뤄지고 1주일도 지나지 않아 하이브의 레이블이 되게 생겼다. SM이 진정 하이브 산하의 레이블로 재편되는 순간이 온다면 그야말로 케이팝의 상징적 종말이다. 어쩌면 미래의 음악 교과서에 케이팝의 역사가 BB(Before BTS)와 AB(After BTS)로 나뉘게 될지도 모를 역사적 순간에 서 있는 것이다.
넘쳐나는 관전 포인트
하이브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한동안 케이팝 팬들이 골머리를 앓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하이브와 사이가 좋지 않은 MBC도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요대제전을 비롯해 당장 각 엔터사의 독자적 팬 커뮤니티 위버스와 디어유(버블)의 통합이 일어날지도 고려해 볼 만하다. SM을 떠나 뉴진스로 새로운 성공을 거둔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결국 돌고 돌아 한솥밥을 먹게 될 전망이고 어쩌면 ‘뉴진스+에스파+르세라핌’ 의 조합이라는 4세대 꿈의 조합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이와 더불어 SM이라는 이름값에 혹해 학교를 자퇴하고 무려 한 학기당 천만원이 넘는 거액의 학비를 내고 등록한 SM의 사설 케이팝 교육기관 SM Universe 학생들의 처우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수만과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미래를 위한 공동 성명서’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는 케이팝의 세계화라는 대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각자 축적한 역량을 종합해 레이블과 플랫폼을 필두로 한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강력한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현 플랫폼을 더욱 확장해 세계의 팬들이 더 많은 아티스트와 만나며 케이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인수가 이루어질 경우, 실질적으로 케이팝은 하이브와 비(非)-하이브 양상으로 2등분된다. 케이팝 물가를 올리는 데 투톱을 달리는 두 회사의 협업이 이뤄지든, 현상 유지되든 간에 최소한 굿즈와 공연의 가격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반독점이 이뤄지면 과연 케이팝의 미래가 더 밝아질까? 이대로도 괜찮을까? 이번 경영권 분쟁에 한국을 넘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