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수 선임인가 지성배 연임인가, 미궁에 빠진 벤처캐피탈협회장 선거

김대영 대표 사퇴서 제출·이사회 불참으로 최종 후보 선정 재차 유보돼 15일 2차 이사회 예정, 윤건수 대표 최종 후보 선정 여부에 따라 차후 향방 갈린다 위상 높아진 VC 협회장, 임기 종료 후 경쟁 점차 치열해질 가능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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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15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선거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협회장 후보 중 한 명인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가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6일 협회 측에 후보 사퇴서를 제출한 이후, 7일 이사회에 불참하면서 최종 후보 선정이 재차 유보된 것이다.

7일 벤처캐피탈협회 이사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안건은 차기 협회장 최종 후보 선정안이었다. VC 협회의 회장 선거 후보에는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가 이미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김 대표가 전날 갑작스러운 사퇴 의사를 드러내고 이사회에마저 불참하면서 해당 안건은 무산됐다.

이에 지난 9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사회 부회장단 회의가 긴급 개최됐다. 2차 이사회 소집 일정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단독 후보로 남은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차기 협회장 후보 확정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윤건수 대표, 무사히 선임될 수 있을까

협회는 정기총회 이틀 전인 오는 15일 2차 이사회를 소집해 차기 수장 논의를 이어간다. 2차 이사회에서는 윤 대표에게 협회장 선거에 계속 도전할지를 묻고 이사회 구성원 다수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만약 윤 대표가 사의를 표할 경우 지 회장의 연임 추대 여부에 대해서도 이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 대표가 2차 의사회에서 사의를 표하지 않는다면 이사회에 의견을 물은 뒤 윤 대표를 최종 협회장 후보로 올리게 된다. 이 경우 17일 총회에서 그대로 윤 대표가 15대 협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윤 대표가 사임 의사를 드러낼 경우에는 현 협회장인 지성배 회장 연임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 윤 대표와 함께 회장 후보로 출마한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는 6일 사퇴서를 제출하고 7일 벤처캐피탈협회 이사회에 불참하면서 회장 출마 의지를 철회했다. 최초 경선 형태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벤처캐피탈협회장 선거는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단 김 대표는 윤 대표 역시 자신처럼 이사회 전 사퇴를 약속했으며 두 후보가 공동 사퇴할 예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윤 대표는 2012년 독립계 VC인 DSC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한 인물이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사모펀드를 제외한 벤처펀드만으로 설립 10년 만에 AUM 1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직방, 무신사, 컬리, 두나무, 리디, 몰로코, 콩스튜디오 등 국내·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초기에 발굴하며 벤처투자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 다른 후보였던 김 대표는 2008년 LLC형 VC인 케이넷투자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케이넷투자파트너스는 초창기부터 크래프톤을 발굴해냈으며,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을 통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김 대표의 과거 행적을 두고 적격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회사 심사역과 벌인 ‘법정 공방’이 구설에 올랐다. 김 대표는 2019년부터 4년간 부경훈 케이제이앤투자파트너스(전 케이넷투자 이사)와 크래프톤 성과 보수 지급 문제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인 바 있다.

모 후보의 끈끈한 정치인 네트워크 역시 업계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후보 중 한 사람이 유력 여당 정치인과 인연이 깊으며 작년 말 열린 주요 벤처펀드 출자기관 행사에서 VIP룸에 동행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드러냈다는 전언이다.

명예직이었던 VC 협회장, 위상 달라졌다

한편 VC 업계에서는 VC 협회장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이 나온다. 기존 VC 협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인 데다, 본인이 속한 회사보다 협회 대관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업계 발전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의미가 큰 자리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에는 경선 없이 전임 협회장이 후임 협회장을 추천해 단일 후보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VC 시장이 급성장한 만큼 VC 협회장 역시 대외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복수의 후보가 협회장 후보로 출마한 이유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국내 VC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고 2020년 벤처펀드 결성액은 6조 8,864억원으로 2년 사이 약 55.7% 증가하기도 했다.

덩달아 VC 협회의 몸집도 커졌다. VC 협회에 가입한 회원사는 2018년 124곳에서 지난해 187곳까지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협회 내 이해관계도 한층 복잡해졌다. 운용자산(AUM) 1조원이 넘는 대형 VC부터 중소형·신생 VC,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 다양한 형태의 회사가 협회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초기 투자나 구주 매입, 액셀러레이터(AC) 겸업 등 운용방식도 각기 다르다. 몸집이 불어나며 VC 협회의 권리와 책임이 함께 증가한 셈이다.

이권 다수 부여받은 VC 협회

VC 협회는 최근 많은 이권을 확보한 바 있다. TIPS 사업 선정, 벤처기업 확인, 전문인력 확인 등 인허가 권한이 VC 협회로 대폭 이관된 것이다. 특히 심사가 엄격한 벤처기업 확인 절차의 담당 기관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업계 내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 이처럼 수많은 신생 VC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협회 인증’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보통 사단법인, 재단법인 등은 기껏해야 정부 프로젝트 1~2개를 수행하며 수익을 조금 올리고, 진행했던 행사에 담당 정부 기관에서 1년에 몇천만원 남짓의 지원금 받는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VC 협회의 경우 수많은 이권을 부여 받은 것도 모자라 이젠 협회장 자리가 ‘돈을 만질 만한’ 자리가 되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15대 협회장 임기가 종료되는 2년 후에는 지금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