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각투자도 증권과 같다” 판단에, 미술품 분할소유권 마켓 서비스 종료하는 ‘테사’
테사, 모바일앱으로 누구나 소액 투자 가능한 아트테크 플랫폼 “블록체인 통한 조각투자도 제도권 안에 두겠다”는 방침에 일부 서비스 종료 한편 기존 증권사들, 내년부터 합법화 소식에 새로운 먹거리 선점에 나서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TESSA)가 오는 28일 미술품 분할소유권을 유통하는 서비스인 ‘마켓’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테사는 이에 따른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상안을 제공하고,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마켓 서비스를 종료하기까지 마켓 거래 수수료(1.1%)를 없애 무료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미술품 전시 운영 수수료도 면제한다. 또 12월 31일까지 매각이 진행되는 작품에서 발생한 매각 수수료 또한 50% 감면하기로 했다.
김형준 테사 대표는 “미술품 조각투자의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하면서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보상안을 제공하게 됐다”며 “투자자 권익을 보호하고 조각투자 업계의 신뢰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조각투자처럼 다양한 권리를 사고파는 블록체인(분산원장) 거래 일부를 ‘토큰증권(ST·Security Token)’이라 부르며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인정하여 기존 제도 안에서 이를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누구나 쉽게 소액 투자할 수 있는 아트테크 플랫폼, 테사
테사는 누구나 모바일앱을 통해 미술품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아트테크(아트+재테크) 플랫폼이다. 음악 저작권료 등의 조각투자처럼 미술품의 소유권을 분할해 판매하기 때문에 소액 투자도 가능하고 여러 명이 미술품을 공동 소유할 수도 있다. 테사가 판매한 분할 소유권 미술품 중에는 7,000명 이상이 공동 소유한 작품도 존재한다.
다만 모든 미술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테사가 취급하는 미술품은 이미 시장에서 가치가 형성된 ‘블루칩 미술품’으로, 언제 어디서든 처분이 쉬운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한 해 동안 100번 이상 경매 기록이 있는 작가들의 작품만 선별해 판매한다.
모든 작품을 선구매하는 절차가 테사만의 차별점이다. 미리 작품을 확보한 상태에서 사용자 계약 체결에 들어가기 때문에 소유권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글로벌 소싱을 통한 미술품 직접 거래 라인을 구축하고 있어 매입 가격 또한 경쟁력이 높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증여나 소유권 거래 등의 이력을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점도 특징이다.
금융당국 “음악·한우·미술품 등 조각투자도 증권투자에 해당”
차별화된 서비스로 2020년 이후 빠르게 성장 중이던 테사가 지난해 말 발목을 잡혔다. 금융당국이 한우와 미술품을 비롯한 조각투자를 증권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9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한우(1개)와 미술품(4개) 업체의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소유권이 분배되는 조각투자라 할지라도 투자자의 수익에 사업자의 전문성이나 활동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엔 증권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용자가 미술품을 조각투자할 때 보관·관리·매각·손익배분 등의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에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당시 증선위는 조각투자 업체들이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들어 과징금·과태료 부과 등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하지만 아직 투자자 피해가 크지 않은 점과 소액 대체투자 수단으로의 발전 가능성, 또 조각투자 증권성을 판단한 최초 사례인 점 등을 감안해 이들 업체에 대한 제재 절차는 보류했다. 이후 조각투자 업체들이 금융당국의 판단을 받아들여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 재편을 약속하는 것을 끝으로 일단락됐다.
토큰증권 제도화 추진 나선 정부, “연내 법 개정 후 내년부터 시행”
이후 금융위는 지난 5일 ‘토큰증권(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하며 제도권 밖에 있던 토큰증권의 합법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해당 방안을 통해 ST를 전자증권법상 증권으로 인정하며, 일정한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도 직접 ST를 발행할 수 있게 됨은 물론, ST 거래가 가능한 장외 유통 플랫폼도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번 방침에 따라 자산시장에는 음악·미술품 등의 조각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증권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일 신한투자증권 등은 토큰증권 얼라이언스(민간협의체)를 출범시켜 ST 발행과 거래를 위한 생태계 구축에 나섰고, KB증권도 지난해 11월부터 ST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플랫폼 개발에 나선 바 있다.
테사도 이번 ‘마켓’ 서비스 종료를 마무리하고 ST 합법화에 맞춰 사업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블록체인 조각에 기록된 소유권과 거래내역 등을 증권 형태로 바꿔 금융당국의 규제 아래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한 조각투자 업계 관련 종사자는 “ST가 합법화됨에 따라 각종 규제를 받게 돼 사실상 기존의 서비스를 진행하기 어려워져 허탈하다”면서도 “증권으로 인정받게 되면 조각투자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안이 줄어들어 신규 유입이 늘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부터 ST와 조각투자에 대한 제도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자산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기존의 증권사들이 뛰어드는 상황에서 조각투자 벤처 기업들이 서비스마다 고유성을 잃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테사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