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고서로 알아보는 2022 결산 및 2023 세계 VC 동향 – ⑤ Europe 국가별 분석
영국 BNPL규제로 소규모 업체 줄도산 전망 상대적으로 견고한 북유럽, 하지만 대기업 구조조정 직격탄 맞는 중 체코, 그리스 각각 550.6%, 279.7% 의외의 성장
영국 VC 투자, 22년 3분기에 큰 폭으로 하락 후 둔화세 여전
영국 벤처캐피털(VC) 투자의 둔화세가 확연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투자 심리는 세계 거시 경제 요인과 불확실한 국내 정치 상황 모두에 의해 4분기 동안 저조한 상태를 유지했다. 많은 부문에서 VC 투자가 급감했지만, 영국은 지속 가능성, 게임, 건강 및 생명공학 등의 분야에서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핀테크, 레그테크, 사이버보안, B2B 솔루션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도 VC 투자자들과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유치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BNPL(Buy Now Pay Later)을 포함한 부문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2023년에는 BNPL 규제까지 예상되어 BNPL 분야의 소규모 스타트업은 향후 몇 분기 동안 파산하거나 대기업에 인수될 위험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올해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준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 투자 규모는 300억 유로 이상이다. 당장 큰 숫자로 보이긴 하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16.1% 감소한 수치다. 가장 큰 VC 라운드는 결제 전문 기업 Checkout.com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는데 작년 1월에 400억 달러의 평가를 받으며 10억 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 회사의 내부 평가액을 약 110억 달러로 산정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스위스의 상황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활기차고 매력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중 하나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VC 허브다. 고도로 특화된 각종 분야의 스타트업은 전국에 6만 개가 넘는다. 이 무수한 스타트업은 독일에 4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국제적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로 베를린 스타트업 직원의 40% 이상이 독일 출신이 아닌 점과 여성 기업가들의 2022년 창업 비중이 20%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독일도 2022년도 VC 투자가 둔화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B2C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독일의 B2C 및 D2C 분야의 기업들은 22년 4분기에 무섭게 상승하는 국제 금리, 높은 인플레이션 및 감소하는 수요를 동시에 맞닥뜨리며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 특히 VC 투자자들 사이에서 B2B 분야가 떠오르며 기업의 디지털화, 효율성 향상 또는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기술 솔루션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부분도 있다. 이에 따라 자금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스타트업은 전략적으로 기업을 매각할 대상을 찾기 시작했고, 이는 23년도 1분기에 더 많은 M&A 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정부는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조처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 중 하나가 연방경제기후대응부가 2021년 3월 발표한 미래기금이다. 미래기금은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양적, 질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10년짜리 프로젝트다.
20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한 독일개발은행은 작년에 100억 유로를 추가 할당하기로 했다. 미래기금에는 유럽회복계획(ERP) – 미래기금 프로그램, 독일미래기금(GFF) – 유럽투자펀드(EIF) 프로그램, 딥테크 미래기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VC 펀딩 확대, 펀딩 관리 개선, 새로운 딥테크 섹터 펀드 등을 통해 더 많은 펀딩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재투자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2년 유럽에서 가장 큰 두 개의 투자 라운드가 독일에서 있었다. 8월에 데이터 처리 회사인 셀론리스(Celonis)는 14억 달러의 시리즈 D를 모금했고, 투자 앱 제작사 트레이드 리퍼블릭(Trade Republic)은 약 11억 유로의 시리즈 C를 6월에 마무리했다. 4분기의 가장 큰 투자는 여행 검색 엔진 플랫폼 회사 홀리두(Holidu)의 1억 1,170만 달러로 직전 분기에 비한다면 꽤나 작은 숫자로 보인다.
한편 스위스는 2021년 36억 유로 대비 2022년 38억 유로가 투자되어 DACH 지역에서 유일하게 자본이 증가한 국가다. 클린테크 스타트업 클림웍스(Climeworks)의 5억 8,200만 유로 라운드는 스위스 최대 규모였다.
프랑스와 벨기에
프랑스는 올해 거래 규모가 18.4% 증가했지만, 영국에 추월당했다. 헬스테크 스타트업 닥톨리브(Doctolib)는 3월에 5억 유로의 라운드를 거쳐 국가에서 가장 가치 있는 VC 지원 회사가 되었고, 급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페이핏(PayFit)과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앤코스토어(Ankorstore)를 포함한 몇몇 새로운 유니콘을 탄생시켰다.
베네룩스(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국가 중에서, 벨기에는 55.4% 증가한 20억 유로로 가장 큰 거래 규모 성장을 보였다.
북유럽 국가들의 성과
노르딕/북유럽 지역은 22년 4분기에도 VC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북유럽 지역은 VC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 가치 측면에서 VC 투자자들의 탄탄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모았다. 스웨덴의 아인라이드(5억 달러)와 볼타 트럭(2억 9,500만 달러) 등이 그 예다.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음식 배달 플랫폼 오다(Oda)도 1억 5,100만 달러를 모금하는 등 선방했다.
하락도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품이 덜 낀 영향도 있다. 몇몇 예외적인 수치가 도드라지긴 하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상당히 상승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그 때문에 오히려 23년도 1분기에 성장할 여력이 있다고 보여지기도 하지만 북유럽 VC 시장의 변화와 발전 속도가 미국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보여진 착시일 수도 있다.
보통 미국 시장은 혁신과 성장, 투자 활동 등에서 북유럽을 앞서고 있으며, 북유럽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미국의 흐름을 따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역 내 VC 시장이 글로벌 침체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기업들의 재무 구조가 악화하기 시작함에 따라 23년도 1분기 상황이 악화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스웨덴은 지난해 대비 투자 자본이 가장 많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북유럽 최대 벤처 허브로 남아 있다. BNPL 업체 클라나(Klarna)가 스웨덴 최대 VC 라운드 중 하나를 조달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이전 평가액인 456억 달러에서 85% 감소한 67억 달러로 평가된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다른 북유럽 국가와는 예외적으로 2021년에 비해 전체 기업 규모가 55.5% 증가하며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의 스타트업 규모가 작은 탓에 벌어진 착시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성장의 상당 부분은 핀테크 스타트업 솔트페이의 5억 달러 시리즈 C 덕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전히 견고한 아일랜드
아일랜드는 22년 4분기에 1억 9,18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총투자액은 122건에 걸쳐 11억 6,0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2021년 287건의 거래에 걸쳐 투자된 18억 7,000만 달러보다 38% 줄어든 수치다. 아일랜드에서는 4분기에 1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없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투자는 더블린에 기반을 둔 사이버 보안 자동화 스타트업 티니스(Tines)가 5,500만 달러를 조달하여 2022년에 총 8,100만 달러를 조달한 것이다.
그다음으로 가장 큰 거래는 더블린에 기반을 둔 바이오파마 회사인 캐릭 테라퓨틱스(Carrick Therapeutics)의 1,280만 달러, 코크에 기반을 둔 사이버 보안 회사 볼트트리가 모금한 3,500만 달러였다. 다른 주목할 만한 아일랜드 스타트업으로는 890만 달러를 모금한 건설 카메라 기술 개발업체 에버캠과 830만 달러를 모금한 아일랜드의 유일한 원격 피부과 서비스 제공업체 더머뷰가 있다.
아일랜드에 대한 VC 투자는 티네스, 캐릭 테라퓨틱스, 볼트트리(Vaultree) 등 분기별로 꾸준히 유지됐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특히 인력 구조조정과 부동산 비용을 줄이려는 대기업들로부터 산업 비용 절감 압박을 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메타는 22년 4분기에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아일랜드의 인원을 약 350명 줄일 계획을 발표했으며 더블린에 위치한 EMEA 본사도 부동산을 축소할 계획이다. 아일랜드에 대한 VC 투자는 비교적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는 과거에 비해 고무적인 수준의 투자를 보고 있기는 하다.
이스라엘의 투자 상황
이스라엘에 대한 VC 투자는 22년 3분기부터 급격히 축소됐다. 21년도는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투자 100억 유로를 돌파한 역사적인 해였다. 이에 22년도 2분기까지만 해도 100억 달러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3분기에 들어서며 희망을 접어야 했다. 주목할 만한 거래로는 22년도에 이루어진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인 드라이브넷(DriveNets)의 2억 6,200만 달러짜리 시리즈 C가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VC 투자는 많은 회사가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비용을 줄이거나 인원을 감축하는 등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22년 4분기에 비교적 조용했다. 이러한 비용 절감은 분야를 막론하고 이루어졌으며 사이버 보안과 같은 비교적 경기를 덜 타는 분야의 기업들도 비용 절감 조치를 시행했다. 이스라엘의 일부 창업자들은 미래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반환하며 회사를 완전히 폐쇄하기도 했다.
M&A 활동은 22년 4분기에 거의 중단됐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경제는 특히 미국 투자자와 기업의 투자금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망이 좋지는 않다.
중부 및 동부 유럽 국가들의 성과
리투아니아는 작년에 가장 큰 성장을 기록했지만, 현재 리투아니아의 투자 규모는 69.5% 감소한 1억 1,810만 유로다. 특히 2022년에는 1억 달러를 넘는 수준의 투자가 없었다. 가장 큰 라운드가 결제 인프라 제공자 케빈(Kevin)을 위한 6,500만 달러의 시리즈 A였다.
반면에 체코는 거래 규모가 무려 550.6% 증가했다. 프라하에 본사를 둔 온라인 슈퍼마켓 롤릭(Rohlik’s)에 대한 220만 유로 규모의 시리즈 D가 유명하다.
남유럽 국가들의 실적
그리스 스타트업들은 올해 벤처 자금으로 2021년보다 279.7% 증가한 3억 5,950만 유로를 조달했다. 플랙스카(FlexCar)는 2억 1,000만 유로, 스파타힐(Spotaheel)은 1억 유로의 시리즈 B를 투자받았다. 두 거래 모두 자동차 부문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편 남유럽의 가장 큰 중심지인 스페인은 투자가 28.5% 감소하였고 이웃 나라 이탈리아는 스페인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며 62.6%의 상승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