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전문 콘텐츠 제작사 ‘이오스튜디오’, 프리A 투자 유치 “해외 사업 확장 노린다”
투자사들, “한국 콘텐츠 제작 방정식 통할 가능성 높아” 김태용 대표의 무모한 도전이 지금의 EO 성장시켜 창업교육 서비스 ‘이오스쿨’ 등 다방면으로 사업 확장
지난 2일 글로벌 테크 미디어 플랫폼 ‘이오스튜디오'(이하 EO)가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고 전했다. 이번 투자는 베이스인베스트먼트의 주도로 진행됐으며 프라이머사제, 씨엔티테크, 네스트컴퍼니 등의 기업과 국내외 스타트업 창업가 및 멘토들도 함께했다. 투자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로 진출해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이터 마이클 세이벨, 에버노트 창업자 필 리빈 등 실리콘밸리 저명인사의 콘텐츠로 약 4만 명의 글로벌 채널 구독자를 확보한 EO는 현재 전체 트래픽의 92%가 미국과 인도 등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투자금을 글로벌 사업 확장과 대규모 콘텐츠 제작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를 리드한 양형준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수석팀장은 “한국의 드라마,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글로벌 스타트업 및 테크 콘텐츠 영역 또한 한국의 콘텐츠 제작 방정식이 통할 가능성이 큰 영역”이라며 “지난 5년간 EO의 구독자·광고주·투자자로 지내오며 EO 팀이 또 한 번 글로벌이라는 크고 의미 있는 문제에 도전하는 것에 큰 기대를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스타트업 콘텐츠 크리에이터, 무작정 떠난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돼
이오스튜디오는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회사다. 창업가나 투자자 등 혁신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를 주제로 하는 유튜브 채널 ‘EO’는 김태용 대표가 2020년에 설립했다.
EO는 이제 막 30대가 된 김태용 대표의 대학 졸업 이후 무모한 도전으로부터 시작됐다. 대학생 시절 총 세 번의 창업을 실패한 김 대표는 수료 후 콘텐츠 제작에 흥미를 느꼈다. 당시는 한창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이슈가 시작되던 때로 많은 관심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쏠리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과 맞물려 ‘현장에서 일하는 창업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던 그는 특별한 계획 없이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수중에 350만원이 전부였던 20대 청년이었다.
우려와 달리 실리콘밸리는 젊고 무모한 한국인 청년을 따뜻하게 품어줬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 창업가나 한인 모임에서 만난 개발자와 디자이너 모두 대가 없이 인터뷰에 응해줬고, 해당 콘텐츠들은 ‘리얼밸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유튜브를 통해 한국 구독자들에게 소개됐다. 이후 국내로 돌아온 김 대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창업가와 기업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제작하며 ‘스타트업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EO 이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49만 명이 넘었고, 전체 조회수도 5,400만 회를 넘긴 대형 채널로 성장했다.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시도와 스토리텔링 역량이 차별점
크고 작은 기업들이 사라지고 나기를 반복하는 미디어 격변 시대에 EO만의 차별점은 뛰어난 스토리텔링 역량과 높은 제작 퀄리티에 있다. 단순히 출연 스타트업의 업적을 나열하는 식의 홍보 콘텐츠가 아닌 운영진의 창업 철학과 목표 등의 내밀한 이야기 등을 추가한 스토리텔링 형식의 인터뷰 영상을 제작한다. EO영상의 요약을 담은 ‘EO 플레닛’을 살펴보면, 회사와 업계가 품고 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 EO제작진이 던지는 질문 수준의 깊이와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스타트업만의 이야기를 다루는 특수한 콘텐츠 주제도 EO의 강점이다. 기업과 산업에 대한 콘텐츠 제작이 주를 이루는 미디어는 많지만, 스타트업만을 콘텐츠 대상으로 한정한 미디어는 드물다. 전체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기존 미디어 사들이 넘보지 않는 면도 있고, 이미 EO가 있기에 새롭게 뛰어드는 경쟁사가 나오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EO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기업이다. 최근 EO는 20분 분량의 영상을 새롭게 제작하며 트렌드에 앞장서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 콘텐츠 제작 트렌드지만, 머지않아 이 또한 상향 평준화될 수 있어 미리 퀄리티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20년 법인 설립 이후에는 스타트업 관련 영상 콘텐츠 외에도 창업교육 서비스 ‘이오스쿨’, 창업자를 위한 글쓰기 플랫폼 ‘이오플래닛’을 비롯해 채용설명회, 데모데이 라이브 이벤트 등의 프로젝트들을 전개하며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전 세계 누구나 자신이 가진 재능과 사업을 통해 주변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에서도 TechCrunch, Forbes, VOX 등과 같은 글로벌 미디어를 만들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대기업과 달리 홍보 어려운 스타트업 생태계
단순한 콘텐츠 제작이나 유튜브 채널을 넘어 스타트업과 투자자, 그리고 고객을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성장 중인 EO는 언론 노출 등 홍보가 어려운 스타트업들에 단비 같은 채널이다. 대개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다르게 자체 홍보 인력이 부족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주력 사업에 힘을 쏟기에도 힘에 부치는 마당에 홍보 전담 인력을 뽑고 대행사까지 쓰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간혹 보도자료를 내주고 기사화하는 등의 평판을 높이는 PR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서비스 활성화 측면에선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벤처·스타트업 종사자는 무려 76만여 명에 이른다. 이는 1년 전보다 6만 7,605명 늘어난 수준으로 고용 현황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벤처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함에 따라 고객의 호응과, 나아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영역을 도울 수 있는 산업 또한 필수적인 상황이다. EO의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도약과 더불어 혁신을 주도하는 벤처 산업의 목소리를 전달할 또 다른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