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콘텐츠] ‘오리지널’ 없는데, 웨이브 왜 봐요?②

위기의 K-콘텐츠, 토종 OTT 웨이브 생존 방법은? 강점 뚜렷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 부재가 문제 태생부터 다른 쿠팡플레이, 웨이브 다른 전략 참고해야 ‘해외 진출’로 새 통로 모색 “목표는 K-콘텐츠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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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웨이브

“웨이브 왜 봐요?”

웨이브(Wavve)가 물었다. 오리지널 시리즈, 독점 해외 시리즈, 퀵(Quick) VOD 등을 자신 있게 내세웠지만,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웨이브의 가장 큰 장점은 ‘공중파 VOD’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웨이브의 [데일리 OTT 랭킹]은 지상파 예능·드라마가 상위권을 점령한다.

바야흐로 TV를 보지 않는 시대, 편성표에 따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원할 때 지상파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많은 구독자의 니즈에 부합했다. 하지만 TV 드라마·예능 부진과 함께 위기가 찾아왔다. 다양한 OTT 플랫폼의 탄생으로 콘텐츠 공급이 증가했고, 시청자는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 아닌 원하는 걸 직접 골라보는 능동적인 소비자가 됐다.

국내 OTT 시장을 선점했던 웨이브의 올해 1월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401만명이다. 전월 대비 6만명 감소했다. 티빙(515만명)과 쿠팡플레이(439만명)에 밀려난 근본적인 이유는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의 부재로 풀이된다.

2022년 4분기 주요 OTT 애플리케이션 최고 유입률을 살펴보면 ‘오리지널 작품’이 유입률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기준 넷플릭스(Netflix)는 <더 글로리>로 22.9%(3.6%p▲), 티빙(TVING)은 <술꾼도시여자들2>로 32.8%(7.1%p▲), 쿠팡플레이(Coupang Play)는 <판타지스팟>으로 40.6%(5.9%p▲), 디즈니+(Disney Plus)는 <카지노>로 42.5%(6.9%p▲), 왓챠(WATCHA)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로 40%(1.7%p▲) 유입률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1>(11월 18일)을 공개한 웨이브는 11월 27% 유입률로 전월 대비 1.5%p 상승세를 보였지만, 12월에 들어서는 25%로 하락했다. 같은 날 <술꾼도시여자들2>를 공개한 티빙이 12월까지 유입자를 끌어모은 것과 상반된 결과다.

<약한영웅 Class1>은 지난해 웨이브 유료가입기여도가 가장 높은 작품이다. 공개 이후 4주 연속 OTT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기 웹툰이 원작인 만큼 기존 팬층이 존재했고, 주연 박지훈의 파워도 강했다. 아직 낯선 신인 배우들의 출연작이지만 ‘웰메이드’ 학원물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다. 대표 히트작이 없던 웨이브에는 기회였지만, 12월 최민식-한석규-송혜교 등이 출연한 대작과 인기 드라마의 시즌2의 공개로 시선을 뺏겼다.

지상파와 손잡고 있던 웨이브는 오리지널(익스클루시브) 콘텐츠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제작에 참여한 드라마·예능 등의 콘텐츠를 KBS, MBC, SBS 등 방송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것을 우위에 뒀다. <트레이서>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TV 방송이 먼저였다. 방송이 주가 되면서 웨이브는 VOD 다시보기 플랫폼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

플랫폼용 자체 콘텐츠를 강화한 건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부터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 이어 <위기의 X>, <청춘 블라썸> 등을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했다. 배우 권상우, 성동일, 김성령 등 캐스팅에도 힘을 줬다. 아이돌 리얼리티, 뷰티 채널, 그리고 성소수자를 다룬 연애 예능 <메리퀴어> <남의연애>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 등으로 다양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 3일 처음 선보인 새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는 공개 직후 시사교양 부문 신규 유료가입견인 콘텐츠와 시청시간 1위를 거머쥐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 배정훈 PD의 첫 OTT 연출작으로 기대를 모았고, 국가수사본부의 24시간을 치열하게 그려내는 100% 리얼 탐사 추적극으로 입소문을 타며 주목 받았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가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맛이라면, <국가수사본부>는 진정성을 담은 수사 다큐멘터리로 호평 받았다.

‘좋은 콘텐츠’ 만들기에는 실질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OTT 플랫폼은 모두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1년 한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원을 쏟아부었다. 티빙의 모회사 CJ ENM은 콘텐츠사업에 5년간 5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티빙은 올해 800만명 수준의 구독자를 모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반면 ‘선택과 집중’을 내세운 웨이브는 오는 2025년까지 1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선언했다. 규모의 차이에 따른 다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사진=쿠팡플레이, 웨이브

진격의 쿠팡플레이, 웨이브의 생존법은?

쿠팡플레이가 웨이브를 뛰어넘으면서 ‘OTT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온라인 이커머스 사업의 부수적 채널로 평가받던 쿠팡플레이는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SNS 코리아> IP를 확보,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초반 기세를 드러냈다.

시리즈물에서는 수지 주연작 <안나>로 반짝 특수 효과를 누렸지만, 이후 내세울 만한 오리지널 히트작은 내놓지 못했다. 한류스타를 기용한 시리즈물과 흥행 공식에 따른 자극적인 연애 예능, 성인용 드라마까지 제작했지만 여전히 인기 순위에는 <무한도전>이 보일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하다. 인기 오리지널의 부재는 웨이브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쿠팡플레이는 마니아층이 탄탄한 스포츠 중계권으로 부진 만회를 꾀했다.

월 4,990원의 쿠팡 와우 멤버십(OTT 쿠팡플레이 및 무제한 무료 로켓배송·로켓프레시 이용 가능) 회원 수는 1,100만명이다. 그중 쿠팡플레이의 실사용자 수는 439만명, 계기만 있다면 OTT를 사용할 잠재적 고객이 약 660만명으로 넷플릭스 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 쿠팡은 지난해 4분기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 3분기에 이어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쿠팡플레이가 포함된 신사업(쿠팡이츠, 쿠팡페이 등)의 지난해 매출은 8,302억4,000만원(6억2,802만달러)로 전년 대비 25% 늘어났다. 상각 전 영업손실은 2,901억원(2억2,462만달러)으로 전년도보다 42% 줄었다. 남다른 배경을 지닌 만큼 쿠팡플레이의 방향성은 타 OTT와 다르다.

웨이브는 생존을 위해 영민해져야 한다. 요금제 할인으로 승부를 볼 것이 아니라, 업계 1위 넷플릭스와 국내 OTT 상위권 순위를 점령한 티빙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지금 우리 학교는> <수리남> <더 글로리> 등 오리지널 콘텐츠 성공 타율이 높은 넷플릭스의 ‘명절 특수 전략’을 들여다보면 설, 추석 등 명절 전주에 새 작품을 공개해 연휴 동안 몰아보기를 유도했다. 1월 28일 공개한 <지금 우리 학교는>의 경우 전주(1월 3주차)보다 공개 후(2월 1주차) 신규 설치 건이 110% 증가하며 21만 건을 기록했다. <수리남>(9월 9일 공개)도 오픈 첫 주 신규 설치 9만 건을 달성하며 첫 주 대비 60% 증가했다. 오매불망 파트2 공개를 기다리는 <더 글로리> 파트1 또한 12월 30일에 공개되며 여유 있는 연말 시간을 공략했다.

또 구독자가 가입 기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시즌제, 파트제 공개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순차적 공개에 시즌제까지 더해질 경우 디즈니+ <카지노>처럼 화제성을 놓칠 위험도 있지만, 콘텐츠와 타깃 시청층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기획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운영 방식을 꾸릴 수 있다.

웨이브를 제치고 국내 OTT 1위에 오른 티빙은 KT 시즌(Seezn)을 흡수하며 보유 콘텐츠 수가 늘었다. CJ ENM 콘텐츠 독점 공급과 스타 PD 영입에 의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 마니아층을 형성한 시즌제 드라마도 강점이다. 여기에 티빙 오리지널을 tvN, OCN 채널을 통해 추후 공개하는 방식으로 미디어를 넘나들며 시청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현재 웨이브는 2023년 신작 제작 및 론칭이 아닌 해외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웨이브아메리카가 운영하던 K-콘텐츠 플랫폼 코코와(KOCOWA)를 인수하고 미주 지역 거점을 확보했다. 코코와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주요 미주지역 30여 개국에 K-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자체 서비스인 코코와플러스(+) 및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구글TV, 라쿠텐 비키, 로쿠, 컴캐스트 엑스피니티, 주모(Xumo), 콕스(COX) 등 현지 OTT 및 케이블TV들과 제휴를 맺으며 콘텐츠를 공급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동남아 교민 대상 서비스로 해외 시장 진입을 계획했던 웨이브는 더 큰 수익성을 위해 북미 시장으로 선회했다. 코코와와 시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며 여러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십을 맺고 K-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웨이브는 올해 2분기 공개 예정인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를 한일 동시 공개한다. 오는 4월 일본 NTT 도코모(DOCOMO)가 출시하는 OTT 서비스 Lemino(레미노)와 협력한다. 배우 이나영의 4년 만의 복귀작인 이 작품은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 선생님 박하경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로 한류 열풍에 열기를 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