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정책 완화한 유튜브, “앞으로는 개X끼도 가능”
유튜브 욕설 정책 변경, 앞으로는 중간 단계 욕설까지 허용 ‘챗GPT 쇼크’ 겪은 구글, 시장 친화 정책으로 위기 타파하나 급진적 변화 꾀한 유튜브, 욕설 제한 확 풀었다
유튜브가 욕설 정책을 변경했다. 크리에이터가 수익 창출에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유튜브 측의 설명이다.
7일(현지 시각) 유튜브는 욕설 규정을 이날부터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튜브는 지난해 11월 ‘광고주 친화적인 콘텐츠 정책’을 발표하며 첫 15초간 욕설이 나올 경우 크리에이터 동영상 수익 창출이 중단되도록 조치했던 바 있다. 국내에선 흔히 ‘노란 딱지’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정책 변경에 대해 유튜브 수익화 정책 책임자 코너 카바노프는 “그간 새로운 욕설 정책이 의도했던 것보다 더 엄격하단 지적을 받았다”며 “앞으로는 중간 정도의 욕설을 사용하면 녹색 아이콘(수익 창출 가능 표시)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광고주 위주의 욕설 정책, 모호한 기준에 크리에이터들 ‘분노’
유튜브는 현재 욕설의 정도를 ▲보통(moderate) ▲강함(strong) ▲노골적임(explicit) 등 3단계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유튜브 욕설 정책에 따르면 어느 단계에 속한 욕설이든 15초간 지속되기만 하면 규제를 받았다. ‘제길'(shit), ‘똥'(douchebag)이라는 단어와 ‘엿 먹어라'(fuck you) 등 높은 수위의 단어가 동일하게 취급되어 온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damn’(빌어먹을) ‘hell’(제기랄)과 같은 단어는 욕설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튜브가 내건 ‘욕설’의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는 증거다.
유튜브의 강력한 욕설 제한은 돈과 관련이 깊다. 이번 정책의 네이밍이 ‘광고주 친화적인 콘텐츠 정책’인 만큼 그 목적은 광고주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다. 영상 초반 욕설에 엄격한 이유 또한 광고가 끝나자마자 욕설이 나올 경우 브랜드나 제품 이미지에 손상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의 눈높이가 광고주에 맞춰져 있는 만큼 영상 크리에이터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수익 제한 조치의 기준이 욕설 기준만큼이나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2020년엔 ‘유튜브 키즈 동영상’ 시스템이 새로 들어서며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유튜브의 독재적 행태에 크리에이터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유튜브의 변화는 크리에이터 때문? “아니, 돈 때문”
다만 유튜브가 새삼 변화를 꾀하게 된 게 크리에이터들의 불만 때문 만은 아니다. 오히려 돈의 논리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 최근 구글은 ‘챗GPT 쇼크’로 위기에 빠졌단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은 챗GPT에 대응하기 위해 AI 바드를 선보였으나 시연회에서 잘못된 정보를 생성하며 장중 8%의 주가 하락을 겪을 만큼 큰 위기를 넘나들었다. 구글의 위기는 곧 유튜브의 위기와 진배없다. 최근 수년간 틱톡이 급성장을 이루며 유튜브는 성장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당시 유튜브는 ‘숏츠’ 시스템으로 틱톡에 대응했으나 결국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며 유튜브는 광고 매출 하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3분기 유튜브의 총매출은 70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가량 하락했다. 지난달 16일엔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CEO가 사임 의사를 밝히며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브가 욕설 정책을 손보겠다고 나선 건 보다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내걺으로써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제작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수익을 메꾸겠단 의도로 읽힌다.
욕설 제한 ‘확’ 푼 유튜브, 하지만
유튜브는 특정 아이콘의 색상에 따라 수익 창출을 조절한다. ‘녹색 딱지’의 경우 동영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노란 딱지’는 광고주가 광고를 제한적으로 게재하거나 배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수익 창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빨간 딱지’는 저작권 침해 신고로 수익 창출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이며, ‘회색 딱지’는 크리에이터가 직접 수익을 창출하지 않겠다 밝힌 경우다.
이번 욕설 정책 변경은 유튜브로선 꽤나 급진적이다. 한국 버전의 ‘광고주 친화적인 콘텐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는 ‘염X’, ‘젠X’, ‘개X식’, ‘개X끼’ 등 중간 수위의 욕설이 허용된다. 중간 수위의 욕설이 영상 첫 시작 7초 동안에만 나오지 않는다면 ‘녹색 딱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단 영상 전체에서 욕설이 반복적으로 사용될 경우 수익 창출이 제한될 수 있다.
이러한 유튜브의 정책 변경에 각 매체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의 IT매체 더버지는 “유튜브가 더 이상 모든 욕설을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은 영상 크리에이터들에게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우려의 뜻도 함께 내비쳤다. 더버지는 “‘동영상 전체에서 욕설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는 정책은 그 경계가 다소 모호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