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15만원 돌파, SM을 두고 펼쳐지는 하이브 VS 카카오 ‘쩐의 전쟁’
SM 주가 장중 16만원 터치 ‘천하제일 단타대회’ 개막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동원하는 카카오, 투자금 1조2,000억원 중 8,975억원 입금 완료 하이브와 카카오, 불투명한 향방 속 망가져가는 회사 ‘SM의 미래는?’
한국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가 주가 급등으로 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오늘 SM의 주가는 5.88% 상승한 15만50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16만원을 찍고 내려오기도 했다.
이러한 주가 급등은 국내 인터넷 기업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나타났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총 833만3,641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종료일은 이달 26일이다. 카카오는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현재 의결권 지분 19.43%를 확보한 하이브를 제치고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공개매수 가격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SM의 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소위 ‘천하제일 단타대회’가 열렸다는 분위기다. 많은 투자자들은 하이브가 카카오보다 높은 가격에 SM 지분을 추가 매입해 SM의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K팝 일통을 위한 쩐의 전쟁
지난 6일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0.98%를 추가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하이브에 매각한 지분 14.8%를 포함하면 현재 하이브의 SM 지분은 15.78%에 달한다. 의결권이 위임된 이 전 프로듀서의 나머지 지분 3.65%를 포함하면 총 19.43%다. 이는 하이브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목표로 삼았던 25%에 크게 모자라는 수치다.
하이브는 지난달 10일부터 20일까지 SM 발행주식의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며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시도했으나, SM의 주가가 12만원을 넘어서며 일단 실패했다. 현재 하이브는 다가오는 주주총회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의결권을 확보하고 경영권을 장악할 계획이다.
하이브는 ‘SM 위드 하이브’ 캠페인의 일환으로 SM 지분이 있는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1대1 투자설명회도 진행하고 있다. 블록 딜로 자산운용사들이 보유한 SM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법상 6개월간 10명 이상의 주주로부터 장외거래를 통해 5% 미만까지 주식 취득이 가능하다.
카카오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당 15만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하이브가 제시한 12만원보다 무려 25% 높은 금액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투자금 1조2,000억원 중 1차분 8,975억원이 지난달 24일 입금됐다. 카카오엔터는 1차 투자금 가운데 4,500억원을 타법인 출자 용도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SM 공개매수를 방해하는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치열한 경쟁을 감안할 때 금융감독원이 SM 공개매수를 방해한 이상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번 조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의외의 변수가 추가될지 모른다.
승자의 저주는 누구에게?
하이브는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을 늘려야 하지만 승자의 저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성공해 3월 주주총회에서 카카오에 우호적인 현 경영진이 유임될 경우 458억원을 투자해 15.78%의 지분을 확보했음에도 회사를 지배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그야말로 발등에 불 떨어진 격이다.
하이브는 다가올 주총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른바 ‘SM 인수 TF팀’을 꾸려 주총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위임장 권유 회사를 한 곳 더 추가하는 등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홈페이지 및 우편을 통해 일반 주주들의 권한 위임도 적극 추진한다. 한편 하이브가 SM 지분 25%를 채우기 위해 주당 18만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하이브의 우호 지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가 보유한 SM 지분 15.78%에 이수만(3.65%), 컴투스(4.2%) 지분을 더해 약 22% 정도를 우호 지분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는 ‘경영 전문성’, ‘투명성 확보 및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 소액주주 의결권을 다수 확보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하이브는 카카오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2차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릴 가능성도 열려 있으며,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최대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주주들은 카카오에 우호적인 현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올릴 필요가 더욱 커졌다.
경영권 분쟁이 더 과열되면 카카오와 하이브가 전격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과다한 출혈 경쟁 후 ‘승자의 저주’를 겪을 바에는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실익을 챙기는 편이 차라리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도중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미국에서 비공개 회동을 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보인다. 당시 공동경영 등에 대한 논의는 불발됐다는 소식이지만 과다 출혈 경쟁이 자명해질수록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예측이 무성하다.
카카오엔터아메리카와 SM
SM엔터테인먼트의 거취를 두고 여론이 분분하다. 현재 △하이브 △카카오 △공개매수라는 3각 구도가 이어지면서 SM엔터테인먼트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확보 키워드는 하이브보다는 카카오와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카카오가 더 높은 금액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의 미래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
지난달 ‘SM 종업원협의회’를 발족한 SM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은 주주들에게 의결권 행사를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소액주주들에게 주당 1,200원 배당과 모든 주주를 위한 독립적인 이사회를 약속하는 서한을 보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역사상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중요한 사건”이라며 “하이브가 SM 지분의 최대 40%만 보유하고 나머지 60%는 일반 주주가 보유하게 되면 SM 주주와 하이브 주주 간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이브는 업계 1-2위를 다투는 SM의 가장 큰 경쟁자입니다”라고 읍소했다.
이성수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은 해외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하이브의 ‘SM 위드 하이브’ 캠페인에 대응하기 위해 ‘세이브 SM 3.0’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편 카카오와 SM의 계약을 살펴보면 이미 SM의 해외 음원 및 공연 수익을 카카오 아메리카라는 회사에 넘기기로 합의한 상태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팬들과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적절히 대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SM 소속 아티스트가 작은 불만만 보여도 즉시 보도되고 팬들의 의견도 분열된 상태다. 사실상 카카오 아메리카엔터나 라이크기획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SM이 파괴되고 있는 방식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 카카오 간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주주와 팬들 모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피해는 회사와 아티스트들이 입게 된다. 경영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대주주는 포기했고, 직원들은 반대 시위를 벌이고, 팬들은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과연 그들의 시위는 SM에게 좋은 일일까, 카카오에게 좋은 일일까? 헤지펀드는 현 경영진을 회유해 카카오에 회사를 매각하려 하고 있다. SM은 지금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1세대 케이팝의 발상지이자 오랜 세월 동안 업계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 복마전을 뚫고 앞으로도 계속 명맥이 유지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