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회식·골프 논란에 억울한 삼성전자, 억울한 여직원
삼성전자 여직원의 회식·골프 논란에 삼성의 대응이 문제라는 지적 업무 역량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문화가 갖춰졌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어 성과 평가 시스템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전화위복 기회로 삼아야
지난 5일 삼성전자의 한 여직원이 조기 승진에 회식 참석, 골프 라운딩 참석이 큰 도움이 됐다는 글을 직장인 대상 커뮤니티에 올려 큰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회식 참석이 조기 승진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업무 성과가 우수했기 때문이라는 반박을 냈으나, 여론은 회식 참석 이외에 다른 정보를 전혀 소비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해당 여직원은 논란이 일자 곧바로 글을 내린 상태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가 퍼진 데다 언론사들마저 관련 논란을 보도하면서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었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억울한 삼성전자, 억울한 여직원
인사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매년 수천억원의 직·간접적인 비용을 들여 기업 문화를 홍보하고 있는데 글 하나를 대중이 오해하면서 기업 이미지에 큰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당 여직원은 분명히 회식과 골프 라운딩에 참석하며 임원단에게 역량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덕분에 성과가 나는 프로젝트들에 우선 배정될 수 있었던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여론은 ‘회식’과 ‘골프’ 이외에 다른 주요 단어인 ‘성과’, ‘역량’ 등을 소비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한 외국계 IT기업의 고위직 임원은 “해외 기업이라고 해서 회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임원에게 역량을 적극적으로 ‘어필(Appeal)’하는 기회를 활용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에서 잘못된 관점으로 해당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영·미권의 주요 기업도 금요일 오후 등의 시간을 이용해 할로윈 파티를 비롯한 각종 사내 행사를 진행하고 평소에 만나기 어려웠던 임원들에게 자신이 뛰어난 역량을 갖춘 직원임을 보여주기 위해 창의적이고 시선을 끄는 코스튬을 선택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는 것이다.
과거 국내 기업들처럼 단순히 호봉제에 의해 연봉과 승진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넘어 적극적으로 자신을 홍보하고 역량을 발휘하기 좋은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직원들에게 승진, 성과급 등을 안겨주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홍보가 됐어야 하는 사건임에도 ‘회식’과 ‘골프’라는 단어에 여론이 왜곡된 소비를 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기업 홍보 측면에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 스타트업 마케팅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회식, 골프라는 단어 탓에 잘못된 선입견을 줄 수도 있으나, 사건을 적절히 활용하면 승진하고 싶다면 해외 기업처럼 임원에게 자신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어필’할수록 유리하다”는 정보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기업의 다른 마케팅 관계자도 “삼성정도 되는 대기업의 대응이라고 보기에는 사건이 문제라기보다 대응이 문제였다고 판단된다”며 “보도하는 언론사들이 트래픽을 의식해 ‘회식’, ‘골프’를 제목에 넣어버렸으나, 삼성에서 적극적으로 ‘역량’, ‘평가’, ‘성과’ 등의 단어를 함께 언급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뉴스, SNS 등에서 언급되는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삼성’, ‘삼성전자’, 혹은 ‘승진’, ‘댓글’ 등의 주요 키워드에는 역량과 성과 평가에 대한 언급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 같은 사건이 레딧(Reddit), 9GAG 등의 해외 커뮤니티에 언급되자 해당 여직원이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창구를 얻기 위해 업무 외 시간을 활용했다면 ‘똑똑한(Smart)’ 선택이라는 평이 줄을 잇고 있다. 기업을 생존의 전쟁터로 보는 관점이 자리잡힌 영·미권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는 행동이 국내에서만 왜곡되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