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태펀드 ‘중기부 계정’ 1차 정시 출자사업 서류심사 결과 발표 “전년보다 규모 확 줄어”
지난해 1차 출자요청액은 늘었지만, 결성예정액은 오히려 줄어 같은 날 발표된 문화계정 모태펀드, 역대 최대 규모 예산 배정에 VC들 몰려 한편 정부 정책 자금만 쫓으며 ‘좀비기업’ 양산한 SW 업계 답습 말아야
한국벤처투자가 올해 1차 정시(중기부 소관) 출자사업 1차 서류심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발표 결과, 1차 정시 출자사업 규모가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고금리 등 여파로 벤처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중기부마저 모태펀드 출자예산을 줄이면서 투자 시장의 위기가 깊어질 거란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년보다 규모 줄어든 중기부 계정 모태펀드 1차 출자사업
한국벤처투자가 발표한 서류심사 결과에 따르면 통과 조합수는 30개로, 출자요청액은 3,810억원, 결성 예정액은 8,175억원이다. 지난해 1차 출자요청액과 결성예정액은 각각 3,700억원, 1조3,181억원으로 전년보다 출자요청액은 늘어난 반면 결성예정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벤처시장 생태계를 민간이 주도하도록 이끌겠다던 중기부의 의도가 계획대로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중기부는 정권을 막론하고 모태펀드 출자예산 확대 기조를 이어왔지만, 지난해와 올해 각각 5,200억원, 3,135억원으로 예산을 대폭 감축했다. 지난 1월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 공고에서도 출자예산과 결성목표액을 대폭 줄여 모집한 바 있다.
이에 벤처투자 업계에선 ‘투자 혹한기’에 직면한 시장 상황을 비롯해 예산 감축 시기가 다소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자금줄이 마른 스타트업·벤처기업 등은 계속해서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출자자(LP)들이 출자를 꺼리는 마당에 마중물인 중기부의 정책자금까지 줄어들면서 벤처 생태계의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될 거란 지적이다.
자금줄 마른 VC들, 정부 돈주머니 찾아 ‘이쪽저쪽’으로
전례 없는 중기부의 모태펀드 출자예산 감소로 인해 VC 업계의 관심이 다른 계정의 모태펀드로 쏠리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2023년 모태펀드 문화계정 1차 정시출자 사업 접수 현황’에 따르면 이번 문화계정 전체 출자사업의 경쟁률은 3.2대 1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한국벤처투자는 악화된 경기 상황에도 문화콘텐츠 투자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던 것으로 평가한 반면 업계에선 올해 문화계정 출자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이 배정되자 자금줄이 마른 ‘좀비VC’들이 대거 몰려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본래 문화콘텐츠 전문 분야가 아닌 일반 PE와 VC들마저 이번 문화계정 출자사업에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며 “심사기관에선 보다 철저하고 공정한 심사가 진행되어야 추후 결과 발표에 대한 논란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W 업계처럼 좀비 기업 늘어날까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향후 벤처 시장 생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3년 정부는 소프트웨어(SW) 업계 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시행하며 중소·중견 기업들에 대한 정책 지원에 나섰다. 대기업의 공공시장 독식 구조를 막아 역량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였지만, 현재는 오히려 시장 자생력을 잃고 국가 공공사업에만 목을 매는 기업들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기업이 빠진 업계에서 공공시장을 차지한 중견·중소기업들이 공공사업에만 의존하다 수익성이 낮아졌고 민간 부문에서의 경쟁력도 상실했다는 평가다.
SW 업계 사례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제도의 부작용이 업계의 발전은커녕 아까운 혈세로 ‘좀비기업’들만 먹여 살리는 꼴을 만든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벤처시장은 정부 정책 자금만 쫓는 ‘좀비기업’이 대부분인 SW 업계과 닮은 구석이 있다. 같은 부작용이 VC 업계에서도 번지지 않도록 정책의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