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대기업 절반 이상,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 없어, 이공계와 중고신입에 치중
올 상반기 신규 채용 의사 없는 기업들 무려 54.8%에 달해 이공계, 중고신입에 편중된 채용 경향 강해져 인사 전문가, 대기업 신입 공개 채용 위주의 취준생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신규채용 계획이 없는 500대 국내 대기업이 무려 54.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021년 기준 매출액 5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2023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했으나,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경우가 39.7%, 채용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된 경우가 15.1%에 달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2022년에 채용하지 않겠다고 확정을 지은 경우가 7.9%였던 것에 비해 무려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에서 올해 고용 시장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채용 방식의 급격한 변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부터 다수의 대기업들이 신입 충원 대신 경력직을 특정 직무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는 트렌드가 조성됐다. 현대자동차 그룹, LG그룹 등이 트렌드에 맞춰 채용 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고민한다고 밝혔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들어 비대면으로 채용 절차가 진행되면서 채용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이어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는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응답 기업 10곳 중 약 6곳(57.1%)이 대졸 신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23.8%, 공개와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은 33.3%였다.
인사 관계자들은 아직 상당수의 기업들이 수시채용에 필요한 경험치가 부족해 적절한 인력을 뽑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해외 시장과 유사한 방식으로 수시채용 쪽에 무게가 실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수시채용이 심화되면서 신입 직원으로 채용됐으나 경력을 갖춘 이른바 ‘중고신입’인 경우도 크게 늘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지난해 합격한 신입 중 22.1%가 중고신입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수시채용을 포함한 신규채용 인원 10명 중 7명(67.5%)은 이공계열 졸업자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보다 6.5%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전경련은 “기술융복합, 자동화 등 산업구조 고도화 흐름 속에서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Z세대, 공무원 시험과 신규 채용에만 목매다 취업 시기 놓치는 경우도 늘어
인사 관계자들은 공무원 직렬 시험이나 과거 기업들의 신규 채용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사고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함을 주장한다. IT기업 등에서 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등 기업에서 즉시 활용이 가능한 소수의 인재들을 제외할 경우, 대부분의 대졸자들이 기업들이 원하는 훈련을 대학에서 받고 있지 않는 데다 이른바 ‘스펙’으로 불리는 시험 점수 및 자격증들이 더 이상 기업 인사팀에서 주요 요소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고신입 선호 현상에 대한 언급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대학 입시를 바라보듯 ‘대기업 취직이 아니면 무효’라는 사고방식으로 취업에 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많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인터넷 여론 및 SNS 등을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 여론에서도 ’52시간’, ‘채용’ 관련 키워드로 ‘무직’, ‘백수’ 등의 키워드가 함께 등장했다. 직장인들의 복지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주 52시간 근무 제도 확립을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으나, 기업 입장에서는 법적인 시스템이 더 잘 갖춰질수록 채용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백수’, ‘무직’ 등의 키워드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이미 직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혜택으로 돌아갈 뿐 구직을 위해 노력 중인 ‘취준생’들에게는 먼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인사팀장은 대기업 이상의 복지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크게 늘어난 점을 들며 대기업에서 커리어 계발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직군에 배정되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굳이 대기업에 목을 매는 현 세태를 비판했다. 한국의 구직자들이 대학 입시와 같은 방식으로 취직 시장을 바라보고 있으나, 최근 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비중이 더더욱 줄어든 데다 1~2개월 인턴쉽이 아니라 1~2년 이상의 경력이 쌓인 채 중고신입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을 취준생들이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연공서열 방식으로 ‘연차’에 맞춰 급여를 올려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급여를 조정하는 시스템으로 바꾼 지 오래됐다는 점이 알려진다면 취준생들의 경직된 사고도 개선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