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회사는 간판이 아니라 내실이다” 간판론 ③ 정부

파산 직전까지 몰렸지만 정부 지정 유니콘 리스트에 올라간 기업들 AI대학원 설립 ‘게 섯거라 챗GPT’ 하지만 해외 대학 대비 연봉 10분의 1토막 알려진 기업에게만 쏠리는 투자, 진짜 전문가는 누구? 정부가 실질 살펴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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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유니콘 기업 육성 정책은 최근 여러 방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정책의 실행에 있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허영심 많은 까마귀’라는 동화가 있다. 못난 까마귀가 깃털 경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갖 화려한 깃털로 치장했다가 망신당하는 이야기다. 실적이 저조한 당나귀 기업에게 유니콘의 가면을 씌우고 금융 지원을 해 주는 정부 정책을 완벽하게 비유하고 있다. 화려한 깃털에 눈이 멀어 정작 그 깃털이 땅에 왜 떨어져 있는지는 살피지 못하고 주워들어 뽐내는 꼴이다.

지난달 9일 중소밴처기업부가 유니콘 기업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 수가 총 22개로 전년보다 4개 기업이 늘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옐로모바일, 오아시스 등 상장 기업 중 일부는 기업가치가 축소됐거나 사실상 폐업한 상태다. 이로 인해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니콘 기업 수수께끼

유니콘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을 말한다. 주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니콘을 육성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유니콘 육성 사업과 그 데이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제공되는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기부는 글로벌 벤처투자 리서치 기관인 CB인사이트에 등재된 국내 유니콘을 파악한 후 추가 검증을 거쳐 유니콘 리스트를 작성한다. 언론에 언급된 기업가치와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KVIC)가 집계한 투자 이력 등을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하지만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현재 가치를 고려하고 시장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옐로모바일은 재무구조 악화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음에도 유니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 중 하나다. 현재 옐로모바일의 기업가치는 501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투자 유의 종목으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올해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오아시스는 지난해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의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를 1조1,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경기 악화와 투자 시장 위축으로 현재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태다. 현재 서울증권거래소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는 7천억원을 밑돌고 있다.

많은 VC들은 정부의 유니콘 육성 정책이 기업을 과대평가하고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주장하며 비판하고 있다. 최근 일부 유니콘들은 상장 후 주식 가치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오기도 했다. 이에 예정된 상장을 늦추는 사태가 빈번하다. 가치는 결국 시장에서 정해진다. 정부가 억지로 체급을 키워주기보다는 스타트업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

한국 정부는 벤처기업에 투자금의 최대 50%까지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출자한 국내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금액으로 제한된다. 즉 해외에서 투자받았거나 정부 지원 없이 자체 벤처캐피탈이 운영하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금융지원을 하지 않고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간판’만 지원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벤처 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다.

벤처 산업이 지속적으로 번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데 있어 보다 총체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표면적인 지표를 넘어 기업의 재무 구조와 성장 잠재력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각 기업의 고유한 니즈에 맞는 보다 타겟화된 금융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출자한 국내 벤처캐피탈에 국한하지 않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자금 출처에 관계없이 모든 적격 기업이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로써 정부는 한국의 혁신과 경제 성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보다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벤처 산업을 조성할 수 있다.

정부의 AI 반도체 인재 육성 정책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8년까지 AI 반도체 대학원 사업에 총 164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지난달 14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2028년까지 대학당 연간 30억원씩, 총 164억원을 지원할 방침으로, 특화된 커리큘럼과 우수 연구인력 확보 등 선진 교육환경 조성을 홍보하고 있다. 정부는 또 AI 반도체 고급 인재 양성을 통해 국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원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고급 AI 인재 채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현재 글로벌 트렌드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인공지능 채팅 서비스 ‘챗GPT’가 누적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개발이 한창으로, 최근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딥러닝 언어모델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아톰’을 내놓았다. 

언뜻 무척 훌륭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게 섯거라 챗GPT’다. 하지만 이번 정부 정책으로 인해 어떤 역량에 따라 어떤 기업에 기회가 주어졌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일각에서는 AI 전문 교수 채용의 어려움, 한정된 지원 규모, 실리콘밸리와 해외 대학의 AI 인재 연봉이 국내보다 최대 10배 이상 높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정책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에도 국내 AI 대학원 운영에 수억원을 지원했지만, AI를 전공한 교수 모시기에 난항을 겪으며 운영이 미흡했다. 실제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AI 대학원 운영 계획안’에 따르면 당시 AI대학원 지원사업에 선정된 고려대와 성균관대가 첫 학기에 신규 교수를 1명도 확보하지 못하자 인공지능 전공과 관련 없는 전산학부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출신 등으로 AI 대학원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마인드와 반포지효

정부의 정책은 전문성이나 실력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공무원 마인드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말 AI 반도체에 전문성이 있는지 여부는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준에 맞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사람에게 박사 학위를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의 질과 졸업생들이 진정으로 이 분야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더욱이 정부가 이 프로그램에 국내 대기업을 참여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선발 과정에 대한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진정으로 AI 반도체 분야의 전문가들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금이 가장 풍부한 기업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AI 반도체 분야에서 더 높은 전문성과 혁신성을 갖춘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돌아갔어야 하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 출신의 스타트업이 국내 대기업보다 이 분야에서 더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AI 반도체 산업은 세계적인 흐름이며, 이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따라서 정부는 재력이나 인맥이 아닌 실력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정해야 한다.

여러 정책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AI 반도체 분야의 고급 인재를 육성하려는 의도가 있지만 그 실행에 대하여 많은 게으름이 드러난다. 정부는 재정적 지원과 인맥보다 기술과 전문성을 우선시하는 보다 성실하고 진지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 또한 표면적인 지표를 넘어 기업의 재무 구조와 성장 잠재력을 이해하는 등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데 있어 보다 총체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이러한 뒷받침이 있어야 정부는 한국의 혁신과 경제 성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더욱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벤처 산업을 조성할 수 있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명(明)나라 말기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까마귀 습성을 살핀 내용에서 유래했다. 까마귀는 부화한 지 60일 동안 어미가 새끼를 물어다 주면 다 자라는데 이후엔 먹이 사냥에 힘이 부친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까마귀를 쟈오(慈烏:인자한 까마귀) 또는 반포조(反哺鳥)라 하는데 이에 까마귀가 어미를 되먹이는 습성을 반포(反哺)라고 한다. 이는 극진한 효도를 의미한다. 어미를 지칠 줄 모르고 보살피는 성장한 아기 까마귀처럼 나라가 잘 키운 기업은 곧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힘이 된다. 정부가 땅에 떨어진 깃털을 허겁지겁 주워 당장의 치장을 한다면 아기 까마귀들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든 살아남은 까마귀들이 과연 반포지효를 실천할 수 있을까. 정부가 당장의 면피를 위한 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기보다는 아기 까마귀들을 잘 길러내는 어미 까마귀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