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미·중 사이 진퇴양난, 한국 반도체 미래는?
반도체 생산 지원 527억 달러, 연구개발 132억 달러, 글로벌 공급망 강화 5억 달러 △경제 및 국가 안보 △상업적 타당성 △재무 상태 △투자 이행 능력 △인력 개발 중국에서 낸드플래시 40%, D램 20% 생산 중인 ‘삼성·SK’ 중국 버릴 수 있나?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의 반도체 생산지원금 기금지원공고(NOFO)를 공개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생산 지원을 위해 527억 달러, 연구개발(R&D) 및 인력 양성을 위해 132억 달러, 글로벌 공급망 강화를 위해 5억 달러를 칩스 법에 배정했다. 또한 정부 직접 대출 및 대출 보증을 위해 750억 달러가 추가로 배정돼 있다.
이번 NOFO에는 △경제 및 국가 안보 △상업적 타당성 △재무 상태 △투자 이행 능력 △인력 개발 △기타 파급 효과를 포함한 6가지 보조금 지원 기준이 있다. 미국은 3월 31일부터 최첨단 반도체 팹에 대한 보조금 지원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세부 기준에 따르면 직접 보조금은 총 프로젝트 규모의 5-15% 사이가 될 예정이다. 대출 및 보증에 대한 별도의 한도는 없지만 직접 보조금과 합산한 총액은 프로젝트 총자본 지출의 3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삼성이 170억 달러(약 22조5천억원)를 들여 건설 중인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 대해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직접 보조금은 8억5천만 달러에서 25억 달러 사이가 될 전망이다. 대출과 보증까지 포함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59억5천만 달러(약 7조9천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노골적 반도체 줄 세우기
미국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75페이지 분량의 공고문에서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라는 표현을 무려 43번 언급했다. 보조금 받으려면 중국에 투자를 말라는 선언이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다양한 제약을 받게 되지만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할 수 없으며, 중국과 공동 연구 또는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조처들로 인해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분단이 한층 더 깊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과 후공정 공장, 쑤저우에 후공정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생산공장과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다롄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50%·낸드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칩스법의 영향을 당장 받을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미국, 일본, 네덜란드 기업들이 중국에 대해 시행 중인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대한 유예가 오는 10월 종료되는 만큼 칩스법과 무관하게 중국 공장 투자는 곧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 종료 이후를 묻는 질문에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답했다.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반도체와 △보조금 키워드로 조사한 국내 빅데이터 여론을 살펴보면 삼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형성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보다도 중국과 가까운 지점에서 삼성의 중국 투자에 대한 우려가 강한 것으로 해석되며 특히 △보조금은 △공장 △우려와 직결돼 있는데 역시 삼성 중국 공장에 대한 우려가 강한 모습으로 보인다.
초과 이익 공유제
또한 초과 이익은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1억5천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프로젝트의 현금 흐름 예측을 미국 상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프로젝트의 실제 현금 흐름과 수익이 “상당히” 높은 경우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공유분은 지원금의 75%를 넘을 수 없다.
또 다른 우려는 보조금 규모와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제조 시설 및 기술 역량에 대한 세부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것. 반도체 생산 공정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원가 경쟁력, 로직 반도체의 경우 성능 경쟁력과 직결되는 고도의 기밀 사항이다. 미국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공정 관련 기밀이 경쟁사에 유출되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에서 국가 보조금을 통한 투자수익률(ROIC) 개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두 가지 큰 위험이 있다. 금융지원을 받기 위해 제조설비 내역과 기술력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 기술노출 및 정보유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과 자금 활용과 향후 사업 확장에 있어 감시와 다름없는 제약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편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서 2월에 2조원대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반도체 한파’에 2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실적의 대부분을 메모리에 의존하는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만 4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칩스법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치명타를 가할지 동아줄이 될지 두고 봐야 할 이유다. 칩스법 보조금은 보조금은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고 보안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미국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제한 사항과 기밀 정보 노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