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뭐 돼! K-웹툰 전성시대 [빅데이터 LAB]
K-웹툰, 스낵 컬처에서 콘텐츠산업의 핵심으로 원천 IP의 중심, 드라마-영화-게임 등 무한 확장 넘쳐나는 ‘웹툰 원작’ 부작용 주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가 글로벌 인기를 끌면서 원천 IP(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그 중심에는 웹툰(WEBTOON)이 있다. 가볍게 즐기던 ‘스낵 컬처'(인스턴트 문화) 대표 격이던 웹툰은 어떻게 콘텐츠시장의 핵심 요소가 됐을까?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웹툰 산업 매출액은 지난해 1조원을 기록했다. 2021년 대비 64.6% 성장한 규모다. 인기 웹툰의 영상화, 게임화 등 IP(지식재산권)의 OSMU(One Source Multi-Use) 활용이 늘면서 수익이 증가했다.
지난해 OTT 오리지널 화제작만 훑어봐도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티빙 <유미의 세포들> △웨이브 <약한영웅 Class1> △디즈니+ <커넥트> △왓챠 <시맨틱 에러> 등 웹툰 원작이 주를 이룬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소재와 스토리의 완결성, 뚜렷한 세계관, 매력 있는 캐릭터 등이 여러 분야로의 IP 산업 확장을 위한 강점이다. 여기에 독자 별점으로 검증된 인기와 기존의 팬층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어 흥행성 확보 및 제작 리스크 축소가 가능하다.
일부 OTT 회사가 생존 전략으로 내세운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구성에는 웹툰이 포함된다. ‘왓챠 2.0’을 기획했던 왓챠는 매각 위기의 경영난에도 김보통 작가의 <사막의 왕>으로 웹툰과 드라마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구독자에게 드라마 시청 후 스핀오프 개념의 웹툰으로 세계관 확장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것. 이는 하나의 IP를 여러 장르로 활용하는 확장성의 시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원천 IP를 똑똑하게 활용한 사례다. 방송사 ENA는 드라마 흥행 후 시즌2 제작 가능성을 강조하고, 동시에 웹툰을 발표했다. 이후 EMK뮤지컬컴퍼니와 손잡고 공연 제작도 확정했다. 웹툰을 영상화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영우>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웹툰화하며 역방향 미디어믹스를 진행했다. OTT의 경우 구독 중심의 플랫폼으로 사용자의 접근이 한정된 반면, 웹툰은 대중 진입 장벽이 낮아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역방향 웹툰화는 늘어날 전망이다.
웹툰에 대한 대중 인식 및 콘텐츠 연관성을 살펴보기 위해 OTT랭킹-(주)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는 ‘웹툰’을 키워드로 지난 한 달간(2023년 2월 6일~3월 5일)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키워드 분석 결과(①) 대중은 이제 자연스럽게 ‘웹툰’과 ‘드라마-영화’를 연관 지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원작-작품’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웹툰’ 키워드에 따라 언급량이 동반 상승하며 밀접한 관계성을 나타냈다.
그 외에도 ‘제작-방영-방송-배우-연출-스토리-관심’ 등의 키워드가 노출되며 웹툰을 향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영상콘텐츠로 향하는 현상을 보였다.
키워드 간 네트워크 분석(②)도 비슷한 양상이다. 연결된 데이터를 종합하면 대중은 ‘웹툰’ 원작의 작품(드라마, 영화) 공개를 기대하고, 한국에서 제작된 ‘오리지널-콘텐츠’는 국내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되며 ‘인기’몰이 할 것이라 생각한다. 웹툰이 콘텐츠시장에서 중요한 원천 소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증명이다.
이와 함께 언급된 작품으로는 K-판타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넷플릭스’의 <지옥>(연상호 감독, 2021)이다. 최근 시즌2 제작에 돌입하며 주목받는 모양새다. 또 근접성은 낮지만 웹툰 원작 시리즈물 <유미의 세포들>, <아일랜드> 등을 제작한 OTT 플랫폼 ‘티빙’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키워드 가운데 ‘캐릭터’는 IP 확장에 큰 역할을 한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는 웹툰의 주 이용자인 MZ세대를 매료하고, 마니아층을 공략한다. 캐릭터는 결국 웹툰을 대표하는 얼굴이며, 비주얼은 국경을 뛰어넘는 팬층을 구축한다. 더불어 메타버스, NFT(대체불가토큰) 등과의 기술 접목 및 신사업 전개에도 유용하다.
웹툰은 본래 포털사이트 유입 유도를 목적으로 한 무료 콘텐츠였다. 블로그가 활발하게 운영되던 시기, 여기저기서 재능을 뽐내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만화를 한자리에 모아둔 것이 시작이다. 점차 기존 만화책을 온라인으로 보는 형식에서 스크롤을 내려보는 형태로 변화하며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웹툰의 특징은 작가가 구축한 세계관과 개성 있는 캐릭터다. 구조적으로는 짧고 간결한 에피소드로 매회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 다음 전개를 기다려지게 한다. 만화가 그랬듯, 웹툰은 콘텐츠 시장의 비주류 영역에 속했다. 마니아층은 있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문화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기부터 시작된 <광수생각><마린블루스><스노우캣> 등의 인기를 거쳐 2003년 다음(Daum), 2005년 네이버(Naver)가 웹툰 서비스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렸다. 무료 서비스였던 웹툰은 유료 연재로 전환됐다. 조석, 강풀, 주호민, 이말년, 기안84 , 야옹이 등 스타 작가가 탄생했고, 억대 연봉자로 주목 받았다. 이들은 방송인,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으로도 활약하며 연예인 뺨치는 인지도를 갖게 됐다.
네이버웹툰의 2022년 3월 기준 MAU(월간 활성 이용자)는 1억 8,000만명이다. 연간거래액 1조 500억원으로 2017년 분사 당시(약 2,400억원)보다 4배 이상 증가하며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미국 MAU도 1,250만명에 달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웹툰 기반의 콘텐츠가 해외시장 공략에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네이버는 공격적인 글로벌 스토리텔링 IP 확보 및 제작 스튜디오 확대로 글로벌 IP 밸류체인의 기반 구축에 나섰다. 하나의 예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엔터 기업과의 협업으로 외부 슈퍼 IP를 웹툰 혹은 웹소설 형태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 방탄소년단(BTS)의 웹툰을 내놓기도 했다.
카카오 또한 지난해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픽코마와 IP 유통으로 7,911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2021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 측은 웹툰 IP 활성화를 위해 ‘슈퍼 웹툰’ 프로젝트를 도입하고 IP유니버스를 구축하여 적극적인 투자 및 영상콘텐츠 제작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웹툰은 드라마, 영화로 제작될 뿐만 아니라 K팝, 게임, 신기술 등과의 접목을 통해 IP 무한확장 중이다.
올해 공개 예정인 웹툰 원작의 OTT 오리지널 주요 콘텐츠는 12편 이상이다. ▲넷플릭스 <택배기사>(이윤균 작)-<사냥개들>(정찬 작)-<마스크걸>(매매·희세 작)-<D.P.2>(김보통 작)-<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라하 작)-<이두나!>(민송아 작)-<스위트홈2>(김칸비 작)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하일권 작가)-<비의도적 연애담>(피비 작) ▲웨이브 <거래>(우남20 작) ▲디즈니+ <무빙>(강풀 작) 등이다.
그 밖에도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꼬마비 작)-<지금 우리 학교는2>(주동근 작)-<닭강정>(박지독 작)-<기생수 더 그레이>(이와아키 히토시작 작)-<지옥2>(연상호-최규석 작) 등이 일찍부터 캐스팅을 확정하며 내년 공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OTT 내 웹툰 원작 시리즈물의 증가는 소재와 장르의 다양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한 차례 검증된 양질의 소스로 영상화를 시도하는 것은 제작과 투자의 위험성을 줄이고 비즈니스 확장에도 유리하다. 이미 완성된 스토리 구성에 제작 속도 단축도 가능하다. 선택권이 늘어난 독자(시청자) 또한 하나의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로 접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장점이 명확한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전 세계 이목이 쏠린 ‘K-콘텐츠’는 현재 최대치로 활성화된 상태다. 생산에 급급해 소재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 3차 창작물까지 내다보고 웹툰을 관찰 중이다. 영상화가 어려운 소재의 작품은 외면받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 하지만 모든 웹툰을 영상화할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IP 활용 명목으로 유행처럼 번진 웹툰의 영상화는 생산 과잉을 불러왔다. 공개 예정작부터 캐스팅 확정작, 준비작 리스트에는 이미 웹툰 원작 작품이 수두룩하다.
만약 영상 제작을 염두에 두어 ‘실제화’에 집중한 웹툰이 대량 생산된다면 장르적 특성을 잃게 될 위험이 크다. 한때 ‘콘텐츠 강국’이라 불리던 일본의 경우, 상업성만 좇아 만화 실사화에 집중한 결과 콘텐츠는 경쟁력을 잃고 산업 자체가 붕괴됐다. 오답이 분명한 길을 순간의 욕심으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과도한 미디어믹스는 콘텐츠가 지닌 본질과 장점을 지우고 기존 팬층 이탈을 야기한다. 숲만 보다가 나무를 뽑는 실책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