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vs 넷플릭스, 지지부진한 ‘망 사용료’ 논란

합의 여부 여전히 ‘평행선’ 망 사용료, 감정 방식 논의부터 지지부진 넷플릭스, MWC 2023서 ‘망 사용료’ 문제에 정면 반박 나서 법원 인사로 재판부 3명 중 2명 교체, 논의 원점으로 돌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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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시작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망 사용료 분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지난 29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서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부당이득 반환 소송 제8차 변론을 진행했다. 양측은 망 이용 계약 당시 비정산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또한 망 사용료에 대한 정산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이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년 5월부터 일본과 홍콩에서 사설 피어링 계약을 통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망 사용료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네트워크 연결 지점에 대한 비용은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것이 인터넷 업계에서 확립된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2016년 1월부터 시애틀에서 무정산 피어링 계약을 통해 SK브로드밴드와 연결해 왔다. 2018년 5월에는 SK브로드밴드의 요청에 따라 연결 지점을 도쿄와 홍콩으로 변경했고, 그 이후에도 무정산 피어링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에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자사와의 피어링을 통해 상당한 거래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사는 망 사용료 산정 방식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SK브로드밴드는 네이버, 카카오 등 유사 거래 사례를 기준으로 사용료를 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도쿄, 홍콩에서 동작, 서초까지 ‘국제 임대 회선 구간’과 최종 이용자가 받는 ‘국내망 구간’을 구분했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 ISP가 기업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국제 임대회선 서비스 이용료와 국내 ISP가 CP에게 제공하는 인터넷 임대회선 서비스 이용료를 통해 망 이용료를 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감정 수행 기관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삼도회계법인을 추천하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망의 유상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콘텐츠사업자(CP)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망을 일방적으로 이용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관계(소매)에 있음을 명백히 했다”며 “ISP가 CP에 대해 망 이용 대가를 면제해 주지 않은 이상 대가를 지급해야 하며, 망 이용 대가 면제 약정이 있었음은 CP가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넷플릭스는 이와 유사한 거래가 없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 측 변호인은 넷플릭스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와 다른 사업자이므로 비교 가능한 거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감정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넷플릭스의 설명이다.

‘망 중립성’ 논란에 정면으로 맞서는 넷플릭스

지난 2일 스페인에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막을 내리면서 넷플릭스는 언론의 큰 관심을 받는 중요한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 거대 스트리밍 기업은 기조연설을 통해 인터넷 망 사용료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네트워크 비용을 “이중 청구”이자 “통신사에 대한 세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료 TV 시대에 TV 네트워크 방송국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콘텐츠 회사에 비용을 지불한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었다”며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는 통신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콘텐츠 제공업체와 통신사 간의 지속적인 갈등은 망 중립성 원칙에서 비롯됐다. 2003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망 중립성은 서구 국가와 한국에서 인터넷 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채택된 바 있다. 이 원칙은 통신사업자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든 사업자 또는 사용자에게 차별 없이 동등하게 접속 및 트래픽을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망 중립성’ 원칙 덕분에 빅테크 회사들이 엄청난 인터넷 트래픽을 만들어 내면서 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이러한 트래픽으로 인해 투자 비용이 증가했으며 콘텐츠 제공업체가 인터넷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7년에 망 중립성 원칙을 폐지하여 통신사 및 기타 인터넷 제공업체가 사용량, 속도 및 기타 요인에 따라 콘텐츠 제공업체에 차등 요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결정으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와 콘텐츠 제공업체 간의 갈등이 해결되는 듯 보였지만, 소비자들은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버거킹은 망 중립성 폐지를 비판하는 광고를 공개했으며, 국내 소비자들 역시 해외 콘텐츠 제공업체가 구독료를 인상하거나 동영상 화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2022년 인터넷 트래픽 비중/사진=스태티스타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의 최근 데이터는 넷플릭스의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 샌드바인(Sandvine)의 ‘글로벌 인터넷 현상’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14.9%를 넷플릭스가 차지했으며, 그 뒤를 유튜브(11.6%), 일반 QUIC(5.9%), 디즈니+(4.5%), 틱톡(3.9%)이 잇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가 65.93%로 트래픽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이러한 통계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논쟁에서 부당하게 표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넷플릭스는 역사적으로 광고 수익에 의존하지 않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그렉 피터스 공동 CEO는 이러한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MWC에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회사’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판결의 향후 전망

재판부는 넷플릭스에 4월 19일까지 감정 방식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가 제안한 감정 방식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면 법원은 이를 검토하여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감정 여부와 방법을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재판부 3명 중 2명이 법원 인사로 교체된 만큼 망 사용료 논란에 대한 판결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5월 15일 오후 4시에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 모두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와 소비자들은 이번 소송을 예의주시하며 판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판결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향후 업계에서 망 사용료 산정 및 관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망 사용료 분쟁은 망 사용료의 산정 및 관리를 둘러싼 복잡성과 과제를 일깨워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법적 공방이 진행됨에 따라 업계의 미래가 결정됨은 물론, 향후 ISP와 CP가 망 사용료를 산정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네트워크 사용료 관리에 있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규제 기관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ISP와 CP 간의 협상을 감독함으로써 공정하고 균형 잡힌 업계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청문회가 5월 15일로 예정되어 있는 만큼, 업계는 이번 분쟁의 결과와 업계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장기적인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