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대출시장 경쟁 강화 검토, ‘인터넷은행’ 영향력 높아질까
시중은행 과점체계 완화 위해 ‘은행권 실무작업반’ 회의 연 금융위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 대출 모델 및 은행권 전반 경쟁 확대 방안 논의 대출 경쟁 강화 정책 효과 없을 거란 주장과 시중은행 ‘끼워 팔기’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및 정책 마련 등을 적극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계를 완화하고, 대출시장의 경쟁을 높여 금융소비자에 보다 많은 금리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인터넷은행 경쟁력 제고방안
금융위원회는 2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4차 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는 금융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 인사들부터 은행연합회나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금융권의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주요 논의 사항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 대출 모델과 은행권 전반 경쟁 확대 방안 등을 다뤘다.
먼저 공동대출은 카카오뱅크 등이 참여한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가 금융당국에 건의한 모델로, 인터넷은행이 보유한 모객력과 신용평가모형을 바탕으로 대출 대상자를 선정하고, 지방은행과 함께 자금을 분담하는 대출상품이다. 지방은행의 대출 재원과 인터넷은행의 접근성을 결합해 시중은행 과점을 완화하고 중소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공동대출은 인터넷은행이 적정 자본 비율 내에서 대출을 지속 공급해 성장 기반을 확대하는 반면, 지방은행은 영업 채널을 다각화하고 양질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는 이 같은 협력이 대형 시중은행을 중심의 과점적 구조를 완화하고,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상생과 동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목표 완화에 관한 논의도 진행됐다. 인터넷은행은 그간 특화된 전문영역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로 중·저 신용자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취급해왔으나, 최근 유례없는 금리 상승기로 인해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자산건전성의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중·저신용대출 잔액 목표를 시중은행과 동일한 비율로 재조정하는 것에 대한 건의가 제출됐고, 금융위는 민간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개선하기로 했다.
은행권 대출 경쟁 확대 방안, 효과 있을지는 “의문”
인터넷은행들은 정부가 모든 은행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편익증진이 최우선이라는 명목 아래 건의가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로 은행권 대출 경쟁 강화에 따른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지에 대해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대출 경쟁 강화에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시장에서 대출 분야의 중개 서비스가 다양하게 출시됐음에도 금리 경쟁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로 마이데이터를 접목해 소비자의 조건에 맞는 금융사 전체 대출을 한 눈에 보여주는 서비스를 운영해온 핀테크 기업 ‘핀다’를 들 수 있다. 업계는 핀다의 대출비교 중개 서비스 출시에 따라 대출금리가 낮은 쪽으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리며 타 대출사들이 금리를 더욱 낮추는 경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이에 따라 현재 핀다는 해당 서비스보다 ‘신용점수 올리기’등 다른 부가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견제책으로 ‘끼워팔기’ 근절해야
한편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계를 완화하기 위해 ‘끼워 팔기’와 같은 영업행위에 대한 근절 방안이 논의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날 논의된 은행권 경쟁 확대 방안에는 인터넷은행-지방은행 상생 공동대출, 대출이동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 인터넷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용만이 건의됐을 뿐이다.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코로나19 이후 시중은행들의 강압적 금융상품 가입 행위 빈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긴급지원 대출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 등 신청인들에게 펀드를 비롯한 금융상품을 ‘끼워 팔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그 밖의 MBC 등 언론 기관의 단독조사에서도 은행의 유사 행위에 대한 고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약자들을 돕기 위해 실적 욕심에서 벗어나겠다며 공동선언까지 했던 은행이 뒤에서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고객들을 기만한 것은 금융기관으로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라며 “시중은행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절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고금리 시대의 최대 실적을 올리며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금융당국이 대출 경쟁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시중은행의 과점체계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만큼, 중소형 은행의 상생 방안과 함께 은행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 또한 건전한 은행권 생태계 조성에 주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정책 추진과 제도 개선이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