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증발’ 테라·루나 폭락 사태 권도형 체포
보이스피싱, 상품사기, 증권사기, 사기, 시세조작 음모 등 8가지 혐의’ “나는 가난한 사람들과 논쟁하지 않는다”던 도권, 재산은? 이정두 전문위원은 “지금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입법을 추진하기 가장 좋은 시기”
‘테라·루나 폭락 사태’ 주범 권도형(도권) 테라폼랩스 대표로 의심되는 인물이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전격 검거됐다. 최측근인 한창준 차이코퍼레이션 전 대표도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다는 소식이다. 경찰청은 “인터폴에 신청해 발부된 적색수배에 따라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와 한 전 대표로 의심되는 사람을 검거했다”며 “최종 신원 확인을 위해 몬테네그로 측에 십지지문을 요청해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몬테네그로 내무부 장관인 필립 애드직도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몬테네그로의 수도인 포드고리차에서 세계적인 지명 수배자인 권도형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구금됐다”면서 “당국은 신원 확인을 진행 중에 있다”고 적었다. 지난해 시장 폭락을 촉발한 절망적인 디지털 화폐의 설계자 도권은 현재 보이스피싱, 상품사기, 증권사기, 사기, 시세조작 음모 등 8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테라-루나 스캔들이 터진 이후 거의 1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해왔으며, 한국의 요청에 따라 인터폴이 ‘적색수배’를 내린 와중에도 수개월간 행방이 묘연했던 끝에 체포되었다.
테라-루나 스캔들: 암호화폐 리스크에 대한 교훈
도권은 1달러의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D와 가치 변동이 잦은 암호화폐 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의 설립자로 유명세를 탔다. 두 디지털 코인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는데, 테라USD는 루나와 연동되는 알고리즘을 통해 1달러 페그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었다. 2021년과 2022년 초에 암호화폐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디지털 코인은 큰 인기를 얻었고 루나의 총 가치는 4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때 비평가들이 코인의 알고리즘 설계의 위험성을 지적하자 도권은 “나는 가난한 사람들과 논쟁하지 않는다”며 조롱하듯 이를 차단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5월 루나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른바 ‘죽음의 나선’이 시작됐고 테라USD도 함께 하락했다. 하룻밤 사이에 수백억 달러의 가치가 사라지면서 시장 붕괴를 촉발했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및 기타 인기 암호화폐의 가격까지 폭락했다. 루나 및 테라USD 투자자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전 재산을 잃고 인생이 망가진 것이다. 루나 및 테라USD의 붕괴는 암호화폐 산업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이로 인해 제대로 뒷받침되거나 규제되지 않은 디지털 화폐에 대한 투자의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투명성과 감독 강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도권의 시세조작 및 사기 연루 혐의는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우려를 더욱 악화시키며 보다 엄격한 규제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자산 증권사기”를 조직한 혐의로 그를 기소하면서 그의 법적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연방 기소장에 따르면 도권은 암호화폐의 성공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하고 암호화폐 가격을 조작하는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범죄인 인도와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시사점
도권의 법적 소송의 다음 단계는 불분명하지만, 미국이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본국에서의 도권의 혐의를 고려할 때 한국도 도권이 한국에서 재판을 받도록 요청할 수 있다. 어디에서 재판을 받든 그의 체포와 혐의는 암호화폐 산업 및 더 큰 책임과 규제의 필요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권의 체포 시점도 묘하다. 코인베이스는 증권으로 간주되는 코인을 상장 및 거래하고 스테이킹 상품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SEC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있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코인 규제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암호화폐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전문가들은 한국도 시급히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센터의 이정두 전문위원은 지금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입법을 추진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그는 현 암호화폐 냉각기가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자산 시장의 냉각기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으며, 테라-루나 파산 사건과 FTX 파산 사건 등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과 리플(XRP) 소송과 같은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암호화폐 겨울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리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잠재적 파급력을 고려할 때 정부가 거래의 공정성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 당국은 암호화폐 시장의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예측하고 있기에, 규제 당국이 필요한 규제를 마련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암호화폐, 규제 내부로 끌어들여 사업으로 키워야
리플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책임자인 어드바니는 기술 산업에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분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제, 보안, 유틸리티 토큰에 대한 정의가 산업을 억누르기보다는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영국, 일본이 명확한 규제의 혜택을 받은 국가라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그는 규제를 활용해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국가의 예로 싱가포르를 꼽았다. “많은 기업이 규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하는 일이 허가된 일이라는 인식도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규제가 명확하면 기업은 규제 범위 내에서 일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고, 많은 기업이 해당 국가로 이동할 것이다”라고 어드바니는 말한다.
암호화폐 시장을 위한 법안은 금융뿐만 아니라 산업, 기술, 문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채굴, 검증자, 스테이킹을 산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촉진하며 대체 불가능한 토큰과 같은 파생상품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취하는 것은 암호화폐 시장 규제의 중요한 측면이다. 또한 블록체인을 공공 영역에 효과적으로 도입하는 방법과 국경을 초월한 블록체인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암호화폐 시장이 계속 진화함에 따라, 시장의 안정성과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 당국과 정부가 필요한 규제를 신속히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루나의 몰락과 도권의 기소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투명성과 감독을 강화해야 할 필요를 증명하고 있다. 투자자와 규제 당국 모두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암호화폐 시장을 효과적으로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말고 최신 정보를 파악하는 데 힘써야 한다. 아울러 시장 전체가 현재의 냉각 국면을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기 전 필요한 규제와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