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용한 사직 – ② 단톡방에서 꿀 알바 찾는 MZ세대
단톡방에서 ‘꿀 알바’ 정보 공유로 구직하는 세태 늘어 업무 집중도는 ‘조용한 사직’인 탓에 감시·감독 비용 크게 증가 MZ세대 전반의 역량 부족이 향후 경제 성장에 부담될 수도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데다 정부가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등으로 저임금 노동력 시장의 구조를 바꾼 탓에 MZ세대가 직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바뀌었다는 문제제기는 스타트업계에서 이미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내용이다.
이른바 ‘알바’로 불리는 파트타임 직원을 채용할 때 주요 채용 플랫폼에 공고를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재택근무로 업무 강도가 낮은 편한 일을 찾기 위해 개설된 단체 채팅방(이하 ‘단톡방’)을 찾아가는 경우도 생겼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선호에 맞춰 채용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단톡방을 먼저 찾아가 인력 수급에 나선 것이다.
‘단톡방에서 꿀 알바 찾아요’
MZ세대의 비대면 선호 현상과 타협해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라는 공고로 채용을 진행 중인 모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지원자들 대다수가 책임감이 지나치게 떨어져 업무 성과가 매우 안 좋게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 심사를 강화하고, 시간 급여를 2단계로 조정했다. 1단계는 최저시급보다 20% 인상된 급여를 지급하고, 2단계는 파트타임 업무 중 강도가 높은 업무에 적응한 경우 최저시급 대비 50%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A씨는 “최저(시급) 대비 50% 이상을 받으면 어지간한 중소기업 급여 수준”이라며 “재택근무 특성상 근무 강도가 세지 않은 데다, 높은 급여까지 제시했음에도 적절한 인력을 뽑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한 지원자의 “단톡방에 올라온 공고에 ‘업무는 어려운데 시급은 낮다’며 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 궁금해서 찾아봤다”는 발언에 구직 정보를 어디서 찾았는지 질문하자 “그냥 단톡방 있으면 꿀 알바 계속 올라와서 그거만 기다려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경험담도 전했다.
정부 지원 저임금 노동력 사업의 부작용
A씨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급여 대비 성과물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정작 인력들의 역량이 발전되는 경우가 없어 채용을 포기하고 AI 서비스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덕분에 업무 결과물이 매우 나쁘더라도 200만원의 급여를 받았던 경험이 시장 전체에 퍼져있어 저임금 인력들의 눈높이도 크게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과 더불어 임금, 물가는 큰 폭으로 인상된 반면, 역량에는 큰 차이가 없어 수익성이 악화되는 채용과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 사이의 고민이 본격적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이른바 ‘조용한 사직’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고액 연봉자들보다 되려 저임금 인력들 사이에서 업무 태만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저숙련 노동자들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된 벤처기업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이미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저숙련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액의 급여를 받은 경험이 있는 데다 어차피 정부 지원금으로 급여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일반적인 최저임금 파트타임 업무를 피하고 이른바 ‘꿀 알바’만 적극적으로 찾는 방식으로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조용한 사직, 결국 역량 없는 인력만 대규모 양성할 것
테헤란로 일대의 기업 가치 6,000억원대 스타트업의 인사팀장 B씨에 따르면 ‘조용한 사직’ 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업무에 대한 각종 감시·감독 체제를 정비하는 데 지난해 말부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조조정과 맞물려 저성과자를 빠르게 정리하는 형태로 회사 조직이 정비되고 있다고 밝히며 “워라밸을 찾겠다는 의지도 좋고 퇴근 시간을 지켜달라는 요구도 좋지만, 정작 업무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실리콘 밸리에서 직장경력을 쌓고 한국 스타트업에 근무 중인 C씨는 “미국도 최소한 서부는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려는 팀장급이 많다”며 “그런데 그분들이 밤 11시에 메일을 보내면 5분 안에 바로 답장이 오고, 다음날 보면 야간에 많은 업무를 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라밸’을 찾고는 있지만, 역량을 더 쌓고 경쟁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결국은 남들보다 더 시간을 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최근 들어 감원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실리콘 밸리 일대에서도 ‘워라밸’에 대한 주장을 하는 목소리는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워라밸 찾는 분들은 회사 그만두고 개인 사업하는 게 오래전부터 봤던 트렌드”라며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직장인 입장에서 일을 못 해서 해고됐다는 불명예만큼 레퍼(전 직장 동료의 평가)에 안 좋은 상황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