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걸어가는 네카오, AI 기술 격차 커지나

지지부진한 네카오, 챗GPT는 벌써 ‘GPT-4’ 출시 인력 부족 시달리는 국내 기업들, AI 관련 인식도 부족해 리마케팅 시장은 이미 해외 기업 손아귀에, 韓 AI 개발 회의론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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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의 생성 AI 대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의 네이버·카카오 등 기업들도 한국 최적화 생성 AI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세계적인 추세엔 다소 소외되는 분위기다. 외국 AI 기술 발전에 비해 상용화 속도가 느린 탓이다. 이에 일각에선 AI 기술 중심으로 재편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지난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7월 생성 AI의 기반이 되는 거대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한다. 현재 생성형 AI계의 단연 1등으로 꼽히는 챗GPT는 한국어에 미숙하다. 네이버는 이 약점을 노려 챗GPT보다 6,500배 더 많은 한국어를 ‘하이퍼클로바X’에 학습시켰다. 검색에 특화된 ‘서치GPT’도 공개한다. 타 기업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쌓아 온 네이버만의 검색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생성 AI 서비스를 제공하겠단 포부다.

카카오도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 ‘B^ EDIT'(비 에디트)를 공개한 바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엔 GPT-3 한국어 특화 모델인 KoGPT를 GPT-3.5버전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AI 화가 ‘칼로’의 한국어 버전과 AI 기반 이미지 생성·공유 플랫폼 ‘B^ DISCOVER'(비 디스커버)를 활용한 프로필 생성 앱도 곧 출시된다.

LG와 한글과컴퓨터도 생성형 AI 시장에 발을 들여다 놓았다. LG는 초거대 멀티모달(문자뿐 아니라 음성·사진·영상 등 복합적인 정보를 처리) AI 모델인 ‘EXAONE'(엑사원)을 이용한 전문가 AI를 선보일 예정이며, 한글과컴퓨터는 한컴오피스에서 제공하는 챗봇, 번역 등 AI 관련 기능에 생성 AI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사진=챗GPT 홈페이지 캡처

AI 걸음마 뗀 韓, 글로벌 시장은 이미 ‘챗GPT’ 시대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AI 글로벌 시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려 나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AI 산업의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국내 기업의 발전 속도보다 해외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이다. 챗GPT를 내놓은 오픈AI는 지난해 11월 말 GPT-3.5를 공개한 지 4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GPT-4를 발표했다. 인간 수준의 AI를 탑재한 GPT-4가 불과 4개월 만에 출시됐단 소식에 국내 기업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여전히 대중이 체감할 만한 기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카카오는 지난 19일 카카오톡 기반의 AI 챗봇 서비스 ‘다다음'(ddmm)을 출시한 바 있으나 겨우 하루 만에 재정비에 들어갔다. 완성도가 낮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공개한 결과다. 네이버 또한 상품명 교정, 리뷰 요약 등 자체 서비스에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했지만 챗GPT처럼 일반인이 체감하긴 어렵다. 오히려 1,000억원을 투자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보다 GPT-3.5의 성능이 더 좋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다국어 지원을 강화한 GPT-4는 한국어 서비스가 GPT-3.5의 영어 능력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AI가 GPT-4보다 한국어 서비스에 더 능통할 것이란 보장도 사라진 셈이다.

이 때문에 LLM을 국내에서 직접 구축하는 건 어렵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LLM을 직접 구축하느라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할 바에야 글로벌 빅테크 모델의 체크포인트를 가져와 전문 AI 모델을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소리다. 실제 GPT-4의 API를 활용하면 개발비 부담은 줄지만 GPT-4의 성능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기반 기술이 있는데 왜 굳이 국산화를 고집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손병희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학부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 LLM의 체크포인트를 가져오면 백지상태에서도 해당 모델의 학습 능력을 이식할 수 있다”며 “여기에 각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대입해 각 분야에 특화된 전략을 접목하면 빠르게 흘러가는 AI 흐름에 보다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늘어만 가는 격차, 인력까지 부족해

글로벌 빅테크간 초거대 AI 기술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만 있다. 중국과 유럽의 기술 수준이 미국에 비해 1년 격차를 보이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1.5년이나 차이가 난다. 한참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AI 경쟁이 ‘쩐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AI 모델을 한 번 업데이트 하기 위해선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초거대 AI가 글로벌 IT 업계를 뒤집을 게임체인저임을 알면서도 기업들이 쉽게 투자를 단행할 수 없는 이유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초거대 AI는 풍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점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체계도 글로벌 격차를 늘리는 데 한몫한다.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이 문제시된 건 비단 오늘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2000년대부터 관련 문제의식이 생겨났음에도 여전히 주입식 교육체계를 고수하고 있으니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체계의 후진성은 연구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는 수학, 통계학 등 기초과학 기반의 연구보단 코드 베끼기 수준의 공학적 연구만 반복하고 있다. 국내에서 높은 퀄리티의 물건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AI 기술에 대한 숙련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AI 기술 공급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I 기술 관련 사업 확장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충원한 기업은 고작 6%에 그쳤다. 필요 인력을 구하지 못한 기업이 절반에 가까웠으며, 빈자리조차 채우지 못하는 기업이 25%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AI 분야 핵심 인재의 역량 수준이 25개국 중 19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1위인 미국의 76% 수준이다.

신현구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의 공급이 양적·질적으로 모두 미흡하다”며 “인력 수급 모니터링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인력 양성 방안 마련, 공신력 있는 자격증 신설 등 AI 정책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도입 회의적인 국내 기업들, 기술 발전 더딜 수밖에

국내 기업체 전반이 AI 도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AI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KDI 여론분석팀이 종업원 수 20인 이상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AI 기술 및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은 단 3.6%에 그쳤다. 그나마 AI를 도입한 기업체들도 AI 기술을 개발하기보단 AI를 갖춘 기업용 스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했다. 때문에 머신러닝, 딥러닝 등 AI 원천 기술에 대한 발전은 더욱 더뎌졌다.

기업체들에 향후 AI 기술을 도입할 것이냐 물은 설문조사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대부분의 기업체들은 AI 기술 도입을 장기적인 변화로 보고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AI 기술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체의 89%가 향후에도 AI 기술을 도입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으며,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체에서 역시 향후 추가 도입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38.9%에 머물렀다. AI 관련 전문인력을 채용할 것이란 기업체도 9.8%에 불과했다. AI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이 많으니 기술이 발전하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AI 관련 온라인 타게팅 광고 시장은 이미 해외 기업들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광고가 나를 따라다니는 ‘리마케팅’ 시장은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해외 기업들이 독차지했고, 그나마 국내 트래픽의 대부분을 가진 네이버는 기술력 부족으로 검색 키워드 팔이에만 열중하고 있다. AI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한국화를 이룬 사례는 현재로선 찾아볼 수 없다. 이번 LLM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도전하고 만들어 보겠다 하나 역량이 부족한 모습만 연신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의 AI 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나, 이에 회의적인 입장도 적지 않다.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 투자해봤자 재원 낭비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 같은 회의론을 넘어서 AI 기술력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까. 왜인지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