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파워포인트에 챗GPT 탑재한 MS, 밀랍 없는 ‘이카로스의 날개’

마이크로소프트, 생성형 AI 국난 ‘정면 돌파’ 챗봇처럼 작업 돕는 ‘코파일럿’, 하지만 정확도가? ‘돌진’ 멈추지 않는 MS, 녹지 않는 이카로스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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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우리가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사무용 프로그램에까지 AI가 발을 딛게 되는 것이다. 챗GPT가 일으킨 세계적 쇼크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MS는 이날 생성형 AI 기술을 탑재한 사무용 소프트웨어 ‘코파일럿'(Copilot·부조종사)을 시연했다.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코파일럿은 기업 파일을 스캔하고 전화 회의를 들으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문서·이메일 및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 등을 혼자서 생성해낼 수 있다.

당초 이 같은 미팅 노트 정리 등 업무는 인턴이나 알바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 기초 업무는 생성형 AI가 탑재된 컴퓨터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0년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자신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정보시대의 도래를 예측했던 바 있다. 토플러의 ‘물결론’에 따르면 지금의 생성형 AI 흐름은 ‘제4의 물결’이라 말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사람이 매일 업무에 사용하는 도구에 코파일럿을 적용해 나갈 것”이라며 “코파일럿은 훌륭한 자료를 만드는 데 도움 될 뿐 아니라 자연어 질의(natural language queries)를 사용해 정교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어 질의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추산에 따르면 오피스 365 사용자 중 10%가 생성 AI 버전으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할 경우 MS가 얻게 될 얻게 될 매출액은 향후 5년간 약 149억 달러(한화 약 19조5,562억원)에 달한다. 코파일럿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하게 된다면 MS는 AI 리더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 도입하는 MS, 뭐가 달라지는데?

MS의 생성형 AI 도입은 지난 2월부터 이미 알려져 있던 바다. 당시 MS는 “워드 등 사무용 프로그램에 챗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모델을 통합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파일럿의 핵심은 AI 딥러닝 알고리즘 LLM(대규모 언어 모델)으로, 앱 여기저기서 활성화해 적용할 수 있다. 문서 시작 전 큰 화면을 통해 이용자를 도울 수도 있고, 텍스트 작성 중 문장 생성을 도울 수도, 별도의 슬라이드 창에 고정해두고 챗봇처럼 작업을 돕도록 할 수도 있다.

아울러 각 앱에 적합한 대응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선 워드에선 간단한 문서 작성 및 요약 등을 도울 수 있다. 간단한 회의 내용에 대한 주제를 키워드로 입력하면 코파일럿이 원하는 길이에 맞는 초안을 생성해 주는 방식이다. 특히 문장의 톤을 변경하거나 문장 생성 도중 수정을 가할 수 있다는 점 등 디테일을 잡은 점이 인상적이다. 엑셀에선 데이터를 분석, 탐색해 필요한 정보를 압축시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트나 표를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파워포인트에서 코파일럿이 보인 능력은 특히 압도적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프레젠테이션 키워드를 입력하면 몇 페이지의 프레젠테이션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이용자의 드라이브에 담긴 폴더를 검색해 필요한 영상과 이미지를 알아서 불러와 조합하는 등 기대 이상의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 슬라이드 내용 정리, 텍스트 조정, 애니메이션 효과 추가 등도 가능하다.

기자의 질문에 챗GPT가 답하고 있다/사진=챗GPT 홈페이지 캡처

정확도 담보 안 되는 AI, “완화 장치 있다”

다만 같은 생성형 AI인 만큼 챗GPT가 지닌 문제점을 코파일럿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코파일럿이 적절치 않은, 잘못된 정보를 구성해 내보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MS 365의 마케팅 책임자 제러드 스파타로는 “코파일럿이 맞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틀릴 수도 있다”며 “코팔일럿은 부정확한 반응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본고의 기자가 챗GPT에 다양한 질문을 던져 본 결과 챗GPT는 시기에 맞지 않거나 완전히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었다. “윤석열·이재명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각각 ‘2022년 대선 후보다’라는, 시기에 맞지 않는 답을 내놓았고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2023년 3월 기준 문재인 대통령이다’라는 잘못된 답을 내놓았다.

이에 일각에선 생성형 AI의 도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데이터를 빠르게 취합하고 빠르게 자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AI가 내놓은 결과물에 오류가 산재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확도를 담보할 수가 없다.

우려가 쏟아지자 MS의 수석 과학자이자 기술 연구원인 제이미 티반은 “코파일럿은 몇 가지 개인정보 보호 검사를 통과했으며 소프트웨어가 잘못되거나 편견이 있거나 오용되는 경우를 대비한 완화 장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언제나 실수를 하겠지만 실수를 하면 그것을 신속하게 해결할 것”이라며 “피드백을 통해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MS의 성장은 그치지 않는다

MS의 생성형 AI 활용은 코파일럿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21년 GitHub(깃허브)가 내놓은 깃허브 코파일럿은 오픈AI의 Codex엔진(코드 작성을 위해 특별히 훈련된 GPT-3의 수정 버전)을 사용해 코더를 위한 자동 완성 기능을 제공했다. 깃허브는 MS가 소유한 컴퓨터 코드용 온라인 리포지토리다. MS가 생성형 AI의 영역에 코딩까지 포함하겠단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MS는 이미 생성형 AI를 검색 엔진 빙(Bing)에 통합한 상태다. 빙은 자연어 검색을 통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단순히 웹 페이지를 변환하는 대신 사실과 수치, 답변을 직접적으로 추출해 이용자에게 가장 유용한 형식으로 검색어를 보정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챗GPT가 불러온 변화는 크다. 그 변화 속에선 유연함만이 유일한 생명줄이다. MS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군림하고 있었음에도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지 않았고, 그 결과 이카로스의 날개 꼴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변화에 대응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챗GPT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우리도 이제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우리의 밀랍이 언제 녹아내릴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