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생성 AI 선보인 아티피셜소사이어티, 교육체계 변혁에 마중물 넣나
속속 공개되는 생성 AI 기반 서비스, 교육체계 개편에 주춧돌 되나 ‘AI 대체설’ 망상 아냐,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 시작된 변화, 주입식 교육 韓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14일 교육 분야 생성 AI 스타트업 아티피셜소사이어티가 챗GPT를 활용한 ‘에듀GPT’ 구축을 완료했다. 최근 화두에 오른 ‘챗GPT(생성 AI)를 활용한 교육시장 변혁’의 첫 시작을 알린 것이다. 앞서 아티피셜소사이어티는 영어 교육용 ‘젠큐’ 서비스를 선보였던 바 있다. 이번 에듀GPT는 젠큐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추가한 개념으로, 아티피셜소사이어티가 보유한 교육 데이터 중 학년별 적합한 어휘를 선택해 지문과 문제를 제공한다.
김기영 아티피셜소사이어티 대표는 “R&D(연구개발) 및 실증 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완성도 높은 AI 서비스를 런칭했다”며 “앞으로 AI 디지털 교과서, AI 기반 주관식 자동 채점 등 다양한 학습 콘텐츠 도구를 개발하는 데 AI를 적용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티피셜소사이어티, 문제 생성 AI 에듀GPT 정식 공개
아티피셜소사이어티는 지난 2021년 창업한 팀으로, AI 연구 및 이를 이용한 교육 도구 제작에 방점을 뒀다. 지난해 2월 아티피셜소사이어티는 네이버 D2SF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한 바 있으며, 지난 1월엔 AI 시선추적 기술 기반의 문해력 진단 및 향상 솔루션 ‘레서'(Lesser)의 오픈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에듀GPT는 레서의 정식 출시 버전이다.
레서는 AI 문해력 진단·훈련 프로그램이다. 레서는 ▲시각인지 ▲단기기억 ▲풀이 속도 ▲집중력 ▲어휘력 ▲정확도 등 6개 요소를 이용해 서비스 이용자의 문해력을 분석하고 그에 최적화된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문해력 향상 훈련 프로그램은 게임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배경지식 향상, 문단 읽기 등 기초 읽기 능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레서가 선보인 AI 문해력 진단 서비스는 이미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한양대학교병원과의 임상 연구를 통해 그 신뢰도와 효능을 검증받았다. 실제 레서의 문해력 진단 결과는 전통적인 기초학습 기능 수행평가체제 BASA(Basic Academic Skills Assessment)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개된 교육용 영어 지문 및 문제 자동 생성 AI 젠큐와 ‘레서’를 결합한 이번 ‘에듀GPT’는 앞으로의 교육시장 변화에 주춧돌이 될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던 원고 작성 및 문제 제출 과정을 AI로 대체해, 사람은 온전히 최종 검토에만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교육 콘텐츠 생산 효율을 10배 가까이 높일 수 있단 기대가 나온다.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학부 저학년 수준은 된다”
생성 AI의 대표 격인 챗GPT는 시를 쓰고 시놉시스를 작성하는 등 종전 ‘인간만이’ 할 수 있으리라 여겨졌던 문학적 창작을 이뤄냈다. 그러나 챗GPT의 작품에 대해 김종훈 고려대학교 교수는 “산문적 요소가 있어 아쉽다”고 평했고, 손기선 스튜디오N 프로듀서는 “아직 챗GPT가 시놉시스의 영역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아직 생성 AI의 기능이 탁월한 수준까지 발전한 건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대학 학부생 저학년 수준의 기능은 챗GPT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챗GPT는 스스로 ‘목련의 이름’이란 시를 창작했고, 반도체 시장 수요에 따른 상황을 그려낸 시놉시스를 그려냈으며, 구구단 프로그램을 간단히 코딩해냈다. 챗GPT가 부족하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눈에 옥에 티가 있다는 것일 뿐,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겐 충분히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다.
국내 대학생들 사이에서 챗GPT의 활용이 유행처럼 순식간에 번져간 것도 AI 대체 가능설에 힘을 싣는다. 챗GPT를 활용해 과제나 시험을 치러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은 곧 보통 사회가 대학생들에게 바라는 지적 능력 혹은 학습 능력을 챗GPT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변화의 파도는 이미 시작됐다
생성 AI의 등장으로 교육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아티피셜소사이어티가 내놓은 에듀GPT 등 문제 제출 AI가 상용화된다면 그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 과도기 속에 당분간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은 자신의 저서 ‘장순흥의 교육’을 통해 “더 이상 단순 지식 전달만을 위한 교육은 의미가 없다”고 역설했다. 생성 AI 시대에 따라 교육체계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나선 것이다.
장 총장은 “앞으로 우리는 인터넷 및 AI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도 사지선다형 문제 풀이가 아닌, 앞으로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비판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문제해결형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체계를 견지한다면 글로벌 시장체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또한 “AI 기술에 따라 지금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같은 지식 전달에만 집중하고 아이들의 암기력만 요구하는 학습체계를 가진 나라들”이라며 “교육체계를 아이들이 답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이 질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성 AI는 이미 만들어졌고, 그 파도는 전 세계를 향하고 있다. 생성 AI를 무작정 금지하는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에 일각에선 AI의 활용을 막기보단 기술 발전에 따라 AI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공존법을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혁신의 흐름을 과거의 기준으로만 보고 함부로 재단하지 말고 도움 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오히려 생성 AI를 교육체계 개혁의 큰 자극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입식 교육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번 ‘챗GPT 쇼크’를 계기 삼아 체계 개혁을 꾀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 사용을 막는다고 다가 아니다. 국면 자체가 바뀌었다”며 “이제 AI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교육자와 전문가들이 모여서 그 방법론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