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퍼스트 시티즌스 은행

27일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가 165억 달러에 실리콘밸리은행 인수 확정 시장 안정화의 물꼬 vs. 상업용 부동산은 여전히 뇌관 여전히 실리콘밸리 일대에는 충격파 가시지 않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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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지난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165억 달러(약 21조5천억원)에 미국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셰어스(이하 FCB)에 인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SVB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28일 뉴욕증시에서 은행 관련주들이 대부분 큰 폭으로 반등했다.

미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FCB가 SVB의 예금과 대출 전부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고, 약 720억 달러(약 93조7000억원)에 달하는 SVB의 자산을 약 23% 할인된 165억 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예금자 보호를 위해 FDIC가 전액 예금 보장을 내세웠음에도 새 주인이 나올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던 예금주들의 불안을 해소할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사진=로이터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셰어스(FCB)는 어떤 은행?

인수 소식이 알려진 익일인 28일 FCB의 주가는 무려 54% 폭등했다. ‘제2의 SVB’라는 평가를 받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주가도 12% 상승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의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은 일부 가신 모습이다. 이어 미 금융당국이 비상대출기구 확대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정부 지원이 예상되는 중소형 지역은행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FCB는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지역은행으로, 은행이 위치한 랄리(Raleigh) 지역 인근에는 미국의 명문 대학교인 듀크 대학교(Duke University),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North Carolina)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변 지역은 명문 대학들의 영향으로 ‘연구 삼각지대(Research Triangle)’로 불릴 만큼 고급 인력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변의 우수 인재들을 바탕으로 FCB는 1986년 설립 이래 철도 및 조선 금융 등을 주력으로 성장해왔고, 최근 들어서는 자산운용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프랭크 홀딩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계약은 중대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월가에서도 중형 은행이 파산한 은행을 인수해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은 도전인 만큼 FCB가 어떻게 파산의 여파를 흡수할지 주목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셰어스 주가/사진=야후 파이낸스

미국 금융시장 안정화 추세 vs. 부동산 뇌관은 아직 미개봉

FCB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캘리포니아의 테메큘라밸리은행과 콜로라도 유나이티드웨스턴은행 등 20여 곳의 파산한 은행들을 인수한 경험이 있어 이번 인수가 실리콘밸리 일대의 금융시장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SVB가 미 국채 가격 폭락에 따른 후폭풍으로 파산했다면 다음 타겟은 상업용 부동산에 노출 비중이 큰 은행들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의 부도율은 지난해 12월 1.6%대에 불과했으나 2월 들어 무려 2.38%로 뛰었다.

JP모건에 따르면 대형은행들은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 중 상업용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지나지 않으나, 중소형은행들의 경우에는 무려 4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형은행보다 중소형은행들이 더 직격탄을 맞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실리콘밸리’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뱅크데믹 해결은 결국 금리 인하

은행 위기 공포 심리를 표현하는 ‘뱅크데믹(Bankdemic, Bank와 Pandemic의 합성어)’이 실리콘밸리 일대의 화두가 되면서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진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24일 장중 한때 14.9% 폭락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타트업은 지난해 자금이 고갈되고 가치가 대폭 하락하는 힘든 시기를 겪은 후 올해에는 상황이 회복하기를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SVB 붕괴로 실리콘밸리 전역의 불안과 두려움이 더 커졌다”고 했다.

도이체방크는 포트폴리오의 가격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밝히며 논란을 잠재웠으나, 상업용 대출의 절반이 미국에 있어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국내 인터넷 뉴스, SNS, 커뮤니티 등을 통해 본 빅데이터 여론도 여전히 뱅크데믹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리콘밸리’ 관련 키워드로 스타트업의 성공 이야기가 아니라 SVB의 파산 관련된 키워드(이상 하늘색), 최근 파산 후 UBS에 인수된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관련 키워드(이상 붉은색) 및 글로벌 경제 위기에 관련된 키워드(이상 녹색)가 따라 나온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1년 전인 2007년 4월에 당시 업계 4위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가 무너지고 시장이 충격을 채 흡수하지 못해 결국 2008년 9월에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졌던 점을 지적하며, 시장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는 ‘시스템적 위험’을 피할 수 있을지엔 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 파산의 충격을 FCB와 UBS가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느냐, 또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두려움을 도이체방크를 비롯한 대형은행들이 얼마나 빠르게 불식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