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트위터’ 인수가 절반인 200억 달러로 기업평가해 직원들에 주식보조금 지급하기로
트위터, 지난해 10월 인수금 440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치로 전락 ‘직원들 회사 떠날까’ 우려에 주식 보조금 지급 확정하며 붙잡는 머스크 스톡옵션 포기하고 회사 떠나는 직원들, 한국 벤처 업계도 사정 비슷해
일론 머스크가 현재 트위터의 기업 가치를 200억 달러로 추정한다고 밝히며, 이를 토대로 트위터 직원들에게 주식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트위터는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한 뒤로 상장폐지와 함께 여러 차례 정리해고를 진행해왔다.
머스크 “인수 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주식 보조금 지급하겠다”
27일 미국 언론 플랫포머(Platformer) 등에 따르면 트위터는 지난 24일(현지 시간) 직원들에게 “일론 머스크가 추정한 트위터의 200억 달러 가치를 기반으로 주식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메모를 보냈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직원들에게 지급하겠다는 주식 보조금은 약 1년 후 일부 지분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디언(the guardian) 등 일부 언론에 따르면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6개월 주기로 행사할 수 있으며, 현재 상장폐지로 가치를 알 수 없는 트위터의 주가를 제3자의 공정한 평가에 따라 책정하겠다는 방침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최근 대규모 해고 이후 인력 이탈이 벌어지고 있는 트위터 내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지난해 트위터 인수 이후 정리해고와 인력 이탈이 진행됨에 따라 정규직원 7,500명이 약 2,000명까지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트위터는 머스크 인수 전 투자를 받던 일부 대형 광고주들과도 결별하며 주요 실적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상위 1,000개 광고주 가운데 절반이 더 이상 플랫폼에 광고를 게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톡옵션 포기하고 회사 떠나는 직원들
머스크가 주식 보조금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은 불안정한 내부 상황을 정리하고, 남은 직원들을 독려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벤처투자 시장이 혹한기에 들어서며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회사를 떠나려는 직원들의 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력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뱅크 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성공 가도를 달려온 IT기업들의 인력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네이버는 임직원 239명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포기했다고 공시했다. 합계 125,000주로, 지난 12월 29일 종가 기준 177,500원인 만큼 합계액이 2,219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 가운데 무려 235명이 보유한 81,000주는 오는 2월 23일부터 스톡옵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직원들은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회사를 나가는 상황을 택했다. 카카오뱅크도 올 1월 임직원 39명이 스톡옵션 23,000주의 권리를 포기하고 퇴사했으며, 1월 31일 종가 기준 합계액은 6억2천여만원에 달했다.
비상장 회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벤처 업계에 따르면 상장을 연기한 ‘컬리’, ‘오아시스’, ‘케이뱅크’ 등의 기업들에서도 스톡옵션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상당수 인력이 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한 스타트업 인사 관계자는 “업계의 공식과도 같았던 ‘연봉 70%, 스톡옵션 30%’가 더 이상 고용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면서 “구직자들은 스톡옵션이나 지분에 대한 관심보단, 연봉이나 성과급 등의 현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트위터 역스타트업(Inverse start-up) 발상 전환 나선 머스크
머스크는 이번 발표와 함께 향후 트위터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가 직원들에 보낸 메모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회사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라면서 “(트위터가) 2,500억 달러 이상의 가치 달성은 어렵지만 명백한 길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2,500억 달러는 현재 그가 지급하겠다고 밝힌 주식 보조금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머스크는 이를 위해 트위터가 “역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재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스타트업이란 그가 트위터 인수 당시 “기업의 규모가 통제 불가능할 수준으로 비대해졌고, 이에 따라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주요 실적이 악화되고 내부 사정이 불안정한 현재 트위터가 파산을 면하기 위해선 작은 회사들처럼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닉 피어스(Nick Piers) 등 일부 언론은 “역스타트업이란 표현이 똑똑하게 들릴 뿐 실제로 아무 의미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지만, 실제 머스크는 대규모 해고 등을 통해 기업 규모를 축소하는 등 실행에 옮기고 있다. 나아가 자신의 인수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해 남은 직원들에 혜택을 돌리며 기업 성장을 우선하는 오너의 모습은 주가 폭등 후 보유 지분을 매도하고 회사를 떠나는 일부 국내 경영진의 행보와 대조적이기도 하다. 급진적 변화를 강조하고 나선 머스크의 새로운 트위터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