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최근 1년 운용수익률 37.4%, 벤처투자업계 “정부 예산 확대하자” 아우성

고금리·SVB 파산 사태 등으로 벤처투자 시장 혹한기, 정부 지원 확대해야 지난해 3분기 이후 악화된 시장 고려 시 ‘모태펀드 수익률’ 감소했을 것으로 보여 ‘밸류에이션 거품 과도’ 등 모태펀드 지원 확대에 정부 나설 명분 없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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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벤처투자(KVIC)가 운용하는 모태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함에 따라 모태펀드 출자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SVB 은행 사태의 여파로 얼어붙은 투자 심리와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일각에선 지난해 3분기 이후 모태펀드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됐을 거란 지적과 함께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수익률 고공행진 중인 모태펀드

벤처투자 마중물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가 장기간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과거 10년 수익률은 15.39%로 동일 기간 5%를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의 3배가 넘는다.

기간을 더 짧게 보면 수익률은 더 올라간다. 최근 7년 수익률은 19.36%, 최근 5년 21.76%, 최근 3년 24.26%다. 특히 최근 1년 2021년도 수익률은 무려 37.4%에 달하며, 수익률 산정을 시작한 2005년 6월 기준 전체 수익률도 12.98%로 장기간 높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모태펀드의 높은 수익률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태펀드를 여타 소진되는 예산과 달리 다루자는 입장에서 모태펀드 출자예산 확대 등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중기부 등은 벤처 업계의 민간 자생력을 기르겠다는 취지로 모태펀드 출자예산 규모를 지난해 대비 40% 삭감했다.

현재 벤처투자 시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고금리 등 긴축 기조로 투자 혹한기다. 특히 최근에는 SVB 사태에 따른 리스크 불안감이 고조에 달해, 얼어붙은 벤처투자 심리 상황 개선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중기부는 지난 16일 차관급 간담회를 여는 등 모태펀드 확대를 비롯한 정책금융 지원 강화 및 정책 지원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수익률 발표는 아직인데…

모태펀드 정부 지원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현재 공개된 모태펀드 수익률은 최근 악화된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으며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벤처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기부가 집계한 모태펀드 수익률은 지난해 3분기 수치까지 발표됐다”고 말하며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이후부터 벤처투자 업계 분위기가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공개되는 모태펀드 수익률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니콘으로 주목받던 기업들이 IPO 추진 계획을 뒤로 미루는가 하면, 최근에는 SVB 사태로 시장이 극심한 불안에 빠지면서 벤처투자 소식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네이버, 카카오뱅크와 같은 대형 상장 기업들의 주가도 폭락하면서 벤처업계 전체 밸류에이션이 추락하고 있다. 글로벌 긴축 정책 지속 등 벤처업계를 주도하는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서 주가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모태펀드를 포함한 벤처업계 전반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밸류에이션 거품’ 양산한 벤처투자 업계, 정부 지원 확대의 당위성은?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SVB발 파장이 국내 스타트업들에 지대한 영향이 있을 거라 주장한다.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이 높아짐에 따라 출자자(LP)가 자금줄을 틀어막을 가능성과, 미국 정부가 SVB 사태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준 사례를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이번 지원책은 벤처투자 산업 전반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불안을 가져올 수 있는 일부 금융사들에 대한 구제금융에 집중됐다. 화재가 난 곳에 불을 끈 것이지, 관리 지역 전역에 화재 예방책을 마련한 것은 아닌 셈이다.

업계 일부도 정부의 모태펀드 지원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모태펀드 확대 지원이 불편하다고 밝힌 국내 한 스타트업 대표는 “그간 국내 벤처업계는 상장 전 특정 기업 관련 이슈 몰이를 하고, 그 인기에 편승해 실제보다 기업 가치를 ‘뻥튀기’하는 밸류에이션 거품을 만들어왔다”고 말하며 “대내외적 시장 환경이 변함에 따라 유동성이 말라 순식간에 거품이 꺼지는 것을 자초한 것은 업계인데, 이에 정부가 어떤 명분을 갖고 지원에 나설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