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전기 트럭’ 대세도 따라간다
프라 충분하지만, “상용차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 “제품 공급과 충전 인프라는 무조건 함께 가야”
전기차 업체들이 승용차·상용차 시장을 가리지 않고 한국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업체들의 전기차 테스트베드(시험대)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최근엔 1톤 이상의 전기 트럭이 대세다. 당장 전기 트럭을 내놓은 업체를 세어보면 볼보트럭, 기아, 테슬라, 젤라ev 등 적지 않은 수다.
韓, 전기차 인프라 확충 세계적 수준
우리나라가 글로벌 전기차 테스트베드로 떠오를 수 있었던 건 압도적인 인프라 확충 덕분이다. 한국은 전기차 시장과 그에 필요한 인프라가 가장 빠르게 확대된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에서 전기차는 전년보다 63% 증가한 16만4,000여 대가 팔렸다. 누적 판매량은 40만 대를 넘어섰다. 이로써 한국은 중국·미국·독일·영국·프랑스·노르웨이와 함께 전기차 신차가 10만 대 이상 팔리는 국가가 됐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현재 국내 전기차 충전기 수는 총 20만5,205대다. 이는 기기 1대당 차량 2대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이 기기 1대당 차량 9.5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인프라 형성이 매우 잘 된 축에 속한다.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유럽연합(EU) 27개국 중 충전기 최다 보유국인 네덜란드(11만1,821대)와 독일(8만7,674대)의 충전기 수를 합쳐도 우리나라 충전기 수 총합에 못 미친다. 지난해에만 4,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독려한 덕분이다.
환경적 이점이 큰 만큼 시장의 분위기도 좋다. 특히 스웨덴의 볼보트럭은 자사 대형 전기 트럭의 아시아 첫 공개 장소로 한국을 선택하는 등 한국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볼보트럭은 앞으로 한국에 아시아 핵심 시장을 구축하고, 한국을 중심으로 탈탄소 계획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박강석 볼보트럭코리아 대표이사는 “최근 국내 전기차 수요가 늘고 있는 건 아주 상식적이고 바람직한 수순”이라며 “우리는 한국을 혁신의 중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선 한국 진출이 필수임을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독주 체제 깨져, ‘경쟁 선순환 구조’ 형성됐다
여타 전기차 브랜드들도 국내 진출을 예고하고 나섰다. 중국 BYD는 내달 1톤 전기 트럭 ‘T4K’를 국내에 출시하겠다 밝혔고, BMW는 iX1·i5를, 메르세데스-벤츠는 더 뉴 EQS SUV를 출시하겠다 언급했다. 완성차 브랜드가 한국에 대한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의 침투력도 커지는 모양새다.
당초 우리나라의 전기 트럭 시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독주 체제였다. 그만큼 수요가 몰리면 생산 차질 이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다양한 전기 트럭이 생산되기 시작하고 수입 브랜드 차원의 전기 트럭 출시도 이어지며 현대자동차의 독주 체제에 금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다크호스는 단연 대창모터스의 ‘다니고 C·T’다. 다니고 C·T는 우선 가격 면에서 현대자동차를 압살한다. 현대자동차의 전기 트럭은 중고차도 2,000만원대 중반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영업 번호판까지 붙어 있다면 1,000만원가량의 추가 금액을 지급해야만 한다. 그러나 다니고 C·T는 국가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최소 1,500만원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는 출고 지연 없이 인도할 수도 있다.
국내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다니고 C·T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공급받은 고효율 21700셀을 사용해 자체 개발한 57kWh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팩을 장착했다. 1회 충전 시 236km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 시속은 100km/h다. 구태여 현대자동차의 전기 트럭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이제 한국에 남은 과제는 대형 상용차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의 전기차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전기 승용차에 한해서일 뿐, 대형 상용차를 위한 충전 시설은 여전히 미비한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전기 트럭이 한국에서 보다 빠르게 확산되기 위해선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만트럭버스그룹의 로만 시테 글로벌 세일즈 총괄 수석 부사장은 “충전 인프라가 없다면 한국에서 전기 트럭은 절대 불가능하다. 제품 공급과 충전 인프라는 동시에 가야만 한다”며 “유럽에선 다른 제조사와 협업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모임 혹은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모임을 가지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기차 배터리 국산화도 더욱 정진해야 할 과제다. 앞서 지난 2월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전기 상용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던 바 있다. 대형 전기 상용차를 위한 배터리는 중국과 한국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일반적으로 성능이 저조하다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전기차에 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은 판매량 및 전기 상용차 보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글로벌 탄소 정책은 더욱 중요시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의 발전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현대자동차의 독주 체제 붕괴는 현대자동차 기업에 악재일지 모르나 국가 전체로 보면 이익이다. 그만큼 올바른 경쟁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전기 상용차 테스트베드로서 더욱 발전한다면 머잖아 미래엔 전기 상용차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