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토종 OTT의 절망’ 티빙-웨이브, 영업손실 1천억 이상
토종 OTT 티빙-웨이브, 영업손실 1천억원 이상 출범 이후 줄곧 적자, 제작비 상승이 주요 원인 해외 진출로 수익개선 노린다, 넷플릭스 상대 될까?
“이러다가는 다 죽어!”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기업이 위태롭다. 국내 OTT 플랫폼 대표주자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의 적자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매출 하락이 원인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제작비 증가를 근본적인 이유로 꼽았다.
티빙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762억원)보다 5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2,4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매출(1,315억원)의 2배 수준이다. 당기순손실은 전년도의 595억원의 2배 정도인 1,248억원이다.
티빙 MAU(월간활성화이용자수)는 지난해 11월 430만 4,961명에서 올해 2월 474만 6,610명으로 늘었다. 사용자 증가와 함께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손실 폭도 커졌다. 더 큰 문제는 2020년 CJ ENM으로부터 분할 출범 이후 3년 연속 적자 폭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출범 첫해 61억원이던 영업손실은 3년 만에 약 20배 가까이 커졌다.
업계가 분석한 주된 원인은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로 인한 콘텐츠 투자 비용 증가다. 지난해 티빙의 영업비용 중 콘텐츠 사용원가는 1,168억원으로 전년도(706억원)보다 약 65% 늘었다. 티빙은 업계 1위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지난해 20편 이상의 오리지널 작품을 공개했다. 여기에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축구, UFC 등 스포츠 경기 독점 중계권을 사들이며 비용은 더욱 상승했다.
만년 2위였던 티빙이 웨이브를 제치고 국내 OTT 기업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KT시즌(seezn)과의 합병이지만, 그 과정에서 법률수수료 및 실사수수료 등 비용으로 7억 2,000만원을 지출했다.
티빙 지분율 48.9% 보유한 CJ ENM이 언제까지 적자행렬을 두고 볼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 CJ ENM의 구조조정 바람이 티빙에도 불 수 있는 상황. 이에 대해 티빙 관계자는 “아직 인사, 조직 개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티빙에 밀린 웨이브의 상황도 비슷하다. 웨이브는 지난해 영업손실 1,2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558억) 대비 2배 이상 적자다. 지난해 매출은 2,735억원으로 전년도(2,301억원)보다 늘었지만, 적자 폭은 오히려 심화됐다.
‘토종 OTT 1위 자리’를 놓고 티빙과 피 튀기는 경쟁을 펼친 웨이브는 지난해 30편 이상의 오리지널 드라마 및 예능을 공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영업비용 중 콘텐츠 원가비용은 2,110억원으로 전년도 1,451억원에 비해 약 45% 늘었다. 하지만 웨이브 MAU는 지난 2월 376만 1,093명으로 하락하며 충격을 안겼다.
엔데믹 영향으로 OTT 성장은 정체기에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반대로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는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해외 OTT 넷플릭스, 디즈니+의 영향이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K-콘텐츠의 가성비를 맛본 넷플릭스는 막대한 돈을 투자해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의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해 투자 규모는 약 5천 500억원, 올해는 약 6천억원 이상이다. 2016년부터 산정한 누적 투자액만 약 1조 4천억원에 달한다. 한 달에 한 편 이상 오리지널을 내놓는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티빙과 웨이브는 소멸전에 가까운 전의 전쟁 중이다. 하지만 애플TV+에서 제작한 <파친코>의 경우 제작비가 1,000억원 이상이며, 웬만한 작품의 제작비가 500억원대로 형성되면서 과다 경쟁 이후의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작비 200억원 규모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500만 관객인 걸 감안하면, 현재의 제작비의 경우 소위 말하는 ‘대박’의 기준이 너무 높아진다. 관계자는 제작비 상승 요인으로 △배우 출연료 △스타 PD 및 작가 섭외 △특수효과 후반작업(CG, VFX 등) 등을 꼽았다. 특히 배우 출연료의 경우 신인 몸값까지 껑충 뛰어올라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민식, 한석규, 송혜교 등 이름 값하는 배우들이 OTT에 진출하면서 위상이 달라져 전체적으로 인플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유는 미국 작품의 5분의 1도 안 되는 제작비 덕분이다. 미국 작품 2편 대신 퀄리티 좋은 한국 작품 10편을 제작하거나 사들이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
이미 한국은 해외 OTT의 콘텐츠 하청 기지화가 진행 중이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만든 OTT 플랫폼이다. 그러나 지상파 PD들은 <피지컬: 100>,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등 예능과 다큐멘터리를 들고 넷플릭스의 문을 두드렸고, 좋은 성과를 냈다. “국내 OTT라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국내 OTT를 지키던 나영석, 김태호 등 스타 PD도 ‘K-예능의 글로벌화’에 군침을 삼키고 있다. 나영석 PD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너무 성공하고 싶다. 지금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독특한 리얼리티쇼를 외국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시기가 왔다”면서 해외 진출을 위해 주특기인 리얼리티 쇼가 아닌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티빙과 웨이브는 뒤늦게 해외 진출을 꾀한다. 티빙은 파트너십을 체결한 파라마운트+의 손을 잡고 국경을 넘는다. 웨이브는 코코와를 인수해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린다.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해외 진출 외에는 뾰족한 수익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없다.
한국 OTT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구독해야 할 OTT 플랫폼은 많고, K-콘텐츠는 넘쳐난다. 매번 OTT를 갈아타기 귀찮은 이들은 결국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 누누티비의 경우 MAU가 1,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업계 1위 넷플릭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 OTT 구독자 이탈은 비단 오리지널 작품의 부족뿐만이 아니다. OTT 플랫폼의 적자 폭이 계속 커진다면 콘텐츠시장에서는 살벌한 도미노 게임이 시작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