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2023] ④ 물류를 잡아야 이커머스를 잡는다

국토부, 2027년까지 철도 컨테이너 수송율 5%→20%로 끌어올릴 것 환적항만 물동량 세계 2위 부산항 일대, 항만-철도 연계 시설도 정비 중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직구상품 비중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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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제2차 철도 물류 산업 발전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의 철도 물류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요지는 2027년까지 5년간 철도 수송량 5천만 톤 달성, 철도 수송비용 20% 절감과 더불어 수도권↔부산간 컨테이너 수송분담률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컨테이너 철도운송이 20%까지 상승할 경우 국내 물류업체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어 과거에는 해외 수입 상품들이 인천항이나 부산항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상품을 분류하는 시간을 거치며 컨테이너 내부를 정리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었으나, 철도에서 자체적으로 20%까지 운송이 이뤄질 경우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정리할 이유가 사라지지 않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더불어 화물 트럭으로 컨테이너 단위 배송을 이어가던 트럭 소유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산 북항/출처=산업통상자원부

컨테이너 수송 – 화물차에서 철도로

철도는 전통적으로 간선 물류의 중심이었으나 운송 품목 감소 및 도로 교통의 발달로 그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국내 전체 물동량이 2배로 폭증하던 가운데, 2010년 3,922만 톤이었던 철도 수송은 2021년에 2,678만 톤으로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철도 의존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21년 하반기 요소수 대란을 겪으며 화물차 의존형 운송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전략 물자가 될 수도 있는 요소수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과 더불어 그간 쇠퇴 일로에 있었던 철도 물류를 다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컨테이너 배송 물량의 5%에 불과한 철도운송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2027년까지 수송분담률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목표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지만,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산항에서 부산역까지, 인천항에서 인천 일대 철도 노선까지 이동 경로를 중국 상해의 푸동항처럼 더 긴밀한 연계를 갖출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부산에서는 부산항 북항 2단계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부산진역 컨테이너 야적장도 신항역으로 이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야적장 이전은 빠르면 올해 안에 마무리해 신항역에서 경전선 진례역을 잇는 21.3km의 부산신항선이 정상 가동될 경우 바로 컨테이너를 철도운송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세계 7위 수출입항만, 세계 2위 환적항만 물동량을 자랑하는 부산항이 기존 북항의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 및 인근 부산역 연계와 더불어 신설되는 신항의 컨테이너터미널마저 정상 가동할 경우 20% 컨테이너 물동량을 부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부산 신항/출처=산업통상자원부

철도 수송의 단점도 극복해야

국내에서 철도 수송이 점차 쇠퇴기에 접어들었던 가장 큰 이유로 부산항의 철도 연계와 더불어 수송 단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지리적 특성상 국토가 좁고 철도 네트워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200km를 초과하는 운송 거리에서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어 철도역에서 하역 후 다시 트럭이 필요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코레일은 예산 부족 및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화물 취급 역 수를 2005년 291개에서 2019년 86개로 줄였고, 지난 2021년 기준 화물열차에서만 연간 2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접근성이 문제가 되는 만큼, 철도 수송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별 트럭 화물 배송과 연계망의 체계적인 마련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 등의 주요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지역 거점 물류 센터와 트럭 연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당일 배송을 기준으로 만들었듯이, 단순히 철도 수송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화물 운송과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국토교통부

직구 발 이커머스 산업에 또 하나의 혁신이 될 수도

직구 업계 전문가들은 철도운송이 본격화되면 지금보다 더 저비용으로 직구 배송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존에는 초단기 배송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항공 배송이 이뤄진 다음, 인천에서 각지로 화물 차량 배송이 진행됐으나 일본, 중국 등 인근 지역에서 출발하는 화물의 경우 항공운송 대신 수상운송과 철도운송을 결합하면 국내 동남권 거주자들이 부담하는 배송비를 낮추면서도 배송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관세청의 통관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물품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이후 화물차량을 통해 각 지역까지 배송되는 데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그런 만큼 부산항 도착 후 컨테이너로 부·울·경 지역 및 대구·경북 지역에 철도로 배송, 이어 지역 화물차량으로 배송 연계가 이뤄질 경우에는 인천에 집중된 관세청 통관 심사 인력의 분산 효과는 물론, 부산항 물류 확대 등 여러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커머스 업계 전문가들은 쿠팡의 물류창고 도전을 ‘물류를 잡아야 이커머스를 잡는다’로 요약한다. 쿠팡은 국내 물류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물류 창고를 대규모로 건설하고 화물차량을 이용해 네트워크 연결을 메워 넣는 방식으로 물류 혁신을 이뤄내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강자로 뛰어올랐다. 이처럼 철도 교통이 남은 퍼즐을 마저 메워줄 경우 부산항으로 입항하게 되는 직구 상품에 또 하나의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